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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기용 Sep 23. 2023

수능 50일 전,
내가 다시 글을 쓰는 이유




수험생의 생활은 정말 정형적이다. 하루에 인터넷 강의, 문제집 풀기로 보내는 시간이 10시간이 넘어간다. 그만큼 절박하게 연습에 연습을 거쳐서 수능에 임하는 것이다. 




하루는 내가 학교에서 책을 읽는 모습을 선생님이 발견하시고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수능이 50일 남았는데 여유가 넘치네? 책 읽을 시간 있으면 한문제라도 더 푸는게 어때?'. 평소에 나랑 친하게 지내던 선생님이기도 하고 장난 반 조언 반으로 이야기 하셨겠지만 나에게는 조금 충격이었다. 수험생에게는 책읽는 시간마저 허락되지 않는 것이었다. 오직 수능과 입시에만 몰두해야하는 시기가 바로 이 시기라고 주변의 모든 신호들이 내게 말을 거는 느낌이다.




나는 책 읽는 기쁨이 사라져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독서를 그만 둘 수는 없었다. 독서는 나의 정체성과 같은 행위이기 때문이다. 고등학교에 들어와서 자기계발서를 읽기 시작하며 나의 습관과 사고방식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었다. 덕분에 지금은 전교권 성적에 들어 학교장 추천을 받아 원서도 쓰고 훌륭한 생기부 스펙도 갖출 수 있었다. 나의 성취 비결이 묻는다면 단연 독서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나의 모든 지적 성장은 독서가 기반이었다.




그러나 요즘 독서를 하면서 공허한 느낌이 들었다. 목적없이 책을 읽는 느낌이랄까? 1학기에는 발표를 위해서 어떤 정보든 유익하다면 머리속에 넣어두려고 했다. 무의식이 이를 이리저리 조합해 창의적인 발표 주제를 떠올릴 것이라 생각했고 실제로 그랬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등학교 3학년 2학기 수시가 끝나고 학교에서는 더이상 발표를 할 수 없었다. 아무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책장을 넘기다보니 차라리 이렇게 무익한 독서를 할 거면 선생님 말대로 문제를 푸는게 더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실제로 몇일정도 그렇게 해봤지만 나는 다시 책으로 돌아왔다. 문제만 푸니까 진짜 기계가 된듯한 느낌이고 삶에 아무런 목적 없이 인생을 허하게 흘려보낸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살수는 없었다. 삶이 너무나 지루했다.




원씽



그러다 자청의 유튜브를 봤다.

주언규PD와 함께 책 '원씽'을 리뷰하는 영상이었다.

자청은 내게 묻는듯 했다.







지금 당신에게 필수적인 단 한가지의 일은 무엇인가?





바로 대답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단 하나 분명한 것은 나는 확실히 하루 10시간동안 수학 문제와 씨름만 하는 일에 지쳐있다는 사실이었다. 새로운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렇다면 나에게 새로움을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블로그"


블로그 글쓰기가 바로 나의 가장 필요한 활동인 원씽이자 삶에 새로운 도전과 영감을 불어넣을 브레이킹 루틴이다.


블로그 글을 쓰면 얻을 수 있는 것들은 다음과 같다.

- 독서에 대한 목적의 명확성

- 명확한 목적에 따른 독서와 내용 체계화로 나의 지식을 깊이있게 쌓을 수 있음

- 생각을 글로 나타내며 얻는 말의 유창함과 면접에 대한 준비

- 수험생임에도 불구하고 글을 쓴다는 모험심

- 수능 독서 파트에 대한 이해도 상승



그렇다고 수능에 대한 준비성이 떨어지는가? 그건 아니다. 지금 내가 이 문장을 쓰고있는 시간은 저녁 12시다. 오전 6시에 일어나서 학교에서 야자까지 하며 입시 공부를 하고 저녁 10시에 집에 돌아와 하루에 글을 쓰는 시간은 30분도 채 되지 않는다. 책은 지하철로 등하교 하는 두 시간정도를 할애해서 읽는다. 멋지지 않은가? 대체 어떤 수험생이 이런 루틴을 갖는단 말인가.



이렇게 간단히 글을 적는것 만으로 나에게는 정체성에 변화가 온다. 단순히 공부하는 수험생에서 블로그를 통해 자기계발을 하는 사람으로 바뀐 것이다. 물론 수능 성적에는 그다지 좋은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두가지 활동을 동시에 하며 융합하면서 나만의 게임을 만들었고 거기에서 나는 선두에 서있게 된다. 나만의 필드를 만드는 것이다.






당신은 스스로 자아정체성에 대해 고민해보고 삶을 꾸려나가고 있는가?

책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인간은 하루 중 90%의 선택을 습관적으로 행한다. 습관이 나를 만드는 것이다. 내가 습관을 만드는 것은 내가 인생을 형성하는 일이다. 

습관을 습관적으로 하다보면 습관의 능률이 조금씩 떨어진다. 어떤 습관을 발전시키려면 의식적 노력이 가미되어야하고 이를 숙련이라고 한다.

나는 글을 쓰면서 스스로에게 두가지 정체성을 부여했다.

첫째는 '배우는 사람'이다. 책을 읽으며 나에게 무엇이든 새로운 변화, 골든 너겟을 가질 것이다. 어디서든 스스로를 점검하고 추적해서 향상시키려고 한다. 무엇이든 배워서 나를 업그레이드하고 좋은 상태를 유지하는 재료로 쓰려고 노력한다.

Ex.


둘째는 '가치를 제공하는 사람'이다. 배운 것을 제공하려고 내 무의식에 자리잡고 있던 생각들을 언어로 끄집어내어 다시한번 곱씹어보면 더욱 깊게 배울 수 있다.





이 글은 작년에 제가 입시생일 때 썼던 글입니다.

한창 잊고 있었는데, 이 때도 블로그를 쓰려고 했었군요. 다시 읽어보니 감회가 새록새록해서 업로드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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