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원서 접수는 온라인으로 하지만, 각종 증명서와 자기소개서 등을 모두 인쇄하여 우편 또는 방문 제출을 해야 한다.
우편으로 하기에는 송달 과정 중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알 수 없고, 혹여 서류에 문제가 있어도 바로 수정할 수가 없기에 직접 내러 가기로 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다른 지역에 있는 두 학교를 갔다 오려면 이동 시간만 5시간 이상은 족히 걸릴 터였다. 가서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혹시라도 수정할 것이 있다면 또 얼마나 걸릴지 감을 잡기 힘들어서 걱정이 되었다.
나의 걱정을 들은 남자친구가 차로 태워다 주겠다고 했다.
지금까지 준비하느라 고생했는데 또 혼자 고생하는 걸 볼 수 없다고.
나는 너무 미안했지만 서류 제출하러 갈 생각을 하면 막막했던 터라 그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다. 그래서 기름값을 내주고 남자친구가 운전해 주는 차를 타기로 했다.
덕분에 서류 제출하러 가는 날은 즐거운 데이트 날이 되었다. 날은 화창했고, 각자 이삭토스트를 하나씩 사서 고속도로를 달렸다.
첫 학교에 도착했을 때 나는 다소 긴장해 있었다. 남자친구는 내가 서류를 제출하는 층까지 같이 올라가 문 밖에서 기다렸다. 두 번째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함께 제출 장소 앞까지 가주는 남자친구의 존재는 긴장된 상태였던 내게 은은한 안정감을 주었다. 처음 가보는 곳에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은 생각보다 더 든든한 것이었다.
기차를 타고 학교에 가는 것, 로스쿨 건물에 들어가 서류를 제출하러 가는 것은 충분히 혼자 해도 되는 일이었다. 나는 혼자 할 수 있으면 혼자 하는 것이 당연하고 어른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남자친구는 자기 일이 아닌데도 먼 길을 선뜻 함께 가주었고, 내가 긴장된 마음으로 서류를 들고 계단을 오를 때도 같이 올라가 주었다.
긴장한 나를 배려한 것이든 그저 몸에 밴 것이든 상관없이, “잘 갔다 와” 라며 보내는 것이 아니라 계속 같이 가주는 남자친구의 모습이 따뜻했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이어도 같이 해주는 것. 그것은 일종의 다정함인 것 같다. 때로는 수많은 응원의 말보다 그저 옆에 있어 주는 것이 더 힘이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