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서 Dec 02. 2022

심신이 나약해졌다는 증거


사람이 아프면 별 생각이 다 드는 구나. 예전부터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했던가. 그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나는 며칠 째 아프고, 침대에만 누워 있으며, 계속 우울하다.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고작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 보기다. 그것마저도 눈이 아프고 머리가 어지러워서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 그렇다고 다른 걸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침대에 누워서 이제 좀 괜찮아졌나라는 생각이 들어 노트와 펜을 들고 거실로 나가면 미칠 듯한 호흡곤란과 목이 터져라 나오는 기침, 비온 듯 쏟아지는 식은 땀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나는 결국 다시 내 침대 위로 굴러 돌아온다.


어쩔 수 없고, 어떡할 수 없는 일임을 아는 데도 내가 잘 되지 않는다. 통제 불가능한 상황인 걸 알면서도 이 작은 몸 하나 통제 못하는 내게 몹시 진절머리가 난다. 내 마음대로 하나도 움직이지 않는 몸과 정신. 나는 도대체 어떡해야 할까.


원래 친구들과 관광지로 놀러가기로 예정했었다. 친구들은 도시락을 싸고 몹시 분주하게 준비했었다. 갈까, 말까를 고민하던 중이었으나 오늘 아침 컨디션은 어제와 달리 괜찮았다. 갈 수 있겠다 싶었다. 예쁜 꼬까옷도 입고, 준비를 다 한 후 버스 정류장까지 갔다. 버스를 안 타서 망정이지. 탔으면 죽음이었다. 폭우치듯 갑자기 얼굴을 덮는 식은땀과 추위. 분명 여름인데도 이상했지. 버스가 곧 온다는 소식과 함께 나는 같이 갈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하고 돌아섰다. 원래 내 걸음으로 10분이 채 안되는 거리를 자그마치 3번을 주저 앉았다. 도저히 걸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멈춰있기만 할 수는 없었다. 택시를 타고 갈 수 있는 거리도 아녔고, 병원엘 갈 수도 없었다. 여긴 무엇보다 타국이었다. 두 번째 주저앉았을 땐 지나가던 행인이 내게 괜찮냐고 물었다. 나는 괜찮다고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괜찮아야만 했다.


가족에게 아픈 걸 숨기려고 했고, 나 혼자 이겨내고 버텨내려 했는데. 또 어리광을 부렸다. 엄마가 아프냐고 묻는 말에 나는 그냥 아프다고 했다. 아직까지 나의 딜레마다. 내가 아플 때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이 좋은 지. 아니면 필사적으로 아픈 걸 숨겨야 할 지. 어렵다.


분명, 이런 글을 쓰려던 것은 아니었는데 또 주저리 없이 내 일기와 망상을 써내려갔구나. 결과적으로는 제목과 글이 일치하니 못쓴 글이라 하진 않겠다. 그렇게까지 하면 오늘 내가 너무 우울할 것 같으니. 나의 합리화다.


글을 마지막으로 쓴 게 언제였을까. 나의 글은 여전히 제자리도 아닌 후퇴하고 있다. 무섭다. 나만 여전히 뒤쳐지고 있어서. 이런 경각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제자리 걸음인 내가 싫다가도. 나는 왜 이모냥일까 싶다가도. 나는 나는 내가 너무나도 애처롭고 안쓰럽기도 하다. 그게 내가 이모냥인 이유다.




작가의 이전글 잠이 오지 않아 적는 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