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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칙칙폭폭 Aug 27. 2023

너희에게 내 영혼의 노래를 들려줄게!

멤피스 인물탐구3 펠리샤 페럴(Felicia Ferral)

뮤지컬 <멤피스>에 나오는 여자주인공 펠리시아 페럴(Felicia Ferral)은 내가 아끼는 캐릭터이다. 하루라도 더 일찍 쓰고 싶었지만 조금 더 잘 쓰고 싶어 아끼고 아껴 정리가 되었을 때 쓰자 싶어 늦어졌다.


극 중 캐릭터는 정선아, 손승연, 유리아 배우들이 맡는데, 이 출연진을 보면 어마무시한 고음을 소화해 낸다는 사실을 알아챌 것이다. 그녀는 1950년대 남녀 분리 정책이 엄격하게 시행되는 미국의 남부 멤피스에서도 흑인 지구인 빌스트리트의 한 클럽, 언더그라운드(Underground)에서 노래를 부르는 가수다.

언더그라운드 클럽에 펠리시아(오른쪽)와 오빠 댈레이(중앙) 출처-쇼노트 X

“Ain’t Nothin’ But a Kiss”라는 커버곡을 부르다가 처음 녹음한 데모곡 “Someday”는 그녀의 음악을 자신의 영혼의 음악으로 소개하는 라디오 DJ 휴이의 상승세와 함께 멤피스 내 최고의 인기곡이 된다. 이 곡을 라디오에서 처음으로 소개할 때, 자신의 귀가 녹아 없어지고 심장도 고장 난 것 같아 병원에 가야 할 것 같은데 건강보험이 없으니 자기 책임지라며 휴이가 찐팬의

주접까지 선보인다. 보이는 라디오가 있었더라면, 펠리샤가 라이브를 할 때 흥이 잔뜩 오른 노래방인양 가삿말대로 율동하는 휴이의 모습이 가관으로 비쳤을 것이다.(그리고 우리는 그 가관을 볼 수 있다) 휴이가 라디오를 넘어 TV쇼에 진출하게 되고 펠리샤도 더 큰 무대에서 노래하고자 하는 열정을 태우며 “Stand up”이라는 곡을 선보인다.


사랑의 감정으로 다가오는 휴이와 사랑에 빠져볼까 고민하면서도 마음 아플 준비 하라며 으름장을 놓는 “Someday”의 가사는 펠리시아의 성격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이 곡의 상큼한 멜로디인데 반해 “Stand up”은 아주 강렬하고 당찬 멜로디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일어나라 “는 후렴구와 함께 ”네가 누군지 보여줘 “라는 가사는 인종차별에 함께 맞서는 빌스트리트의 동지들이자 극을 함께 만들어나가는 앙상블들을 조명한다.

때론 그루브 넘치고 때론 파워풀한 안무를 소화하는 멤피스 앙상블
펠리샤(유리아 배우) 출처-쇼노트 X

펠리샤가 내가 아끼는 캐릭터가 된 이유는 바로 그녀의 주체성이다. 내가 회전문을 돌았던(다회차관람) 뮤지컬의 여주인공은 <그레이트 코멧>에서 바람둥이 남자와 사랑했다가 낙동강 오리알이 되고 주변 남자에게 ‘자신이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너와 결혼해’서 도와줄 텐데(다른 방법으로 도와줄 순 없는 거니)를 듣고…(그 시대엔 그게 최선이었던 걸까), <웃는 남자>에서 몸이 허약하고 눈이 보이지 않아 사랑을 해보려다가 그전에 운명하고, <하데스타운>에서 스스로의 운명을 헤쳐나가기보다(노력했으나) 오르페우스에게 의지해야만 하는 에우리디케, <웨스트사이드스토리>에서 이틀 전에 만난 남자를 너무 사랑하는 나머지 자신의 오빠를 살해한 것도 용서하는 패륜녀 등 다양한 수동적 역할을 선보였다. 남자주인공의 티켓파워를 무시할 수 없지만 그를 돋보이게 하는 방법이 시대착오적이고 답답한 면들이 많았다. 그래도 다행인 건 내가 참고 견뎌낼 수 있는 수준이었다는 것, 클래식이라는 작품들이 현대에 불편해지는 순간들이 있다.


펠리샤는 그 무엇보다도 선택권이 자신에 있음을 안다. 그리고 그 선택에 따른 무게도 짊어질 수 있는 성숙함이 있다. 휴이와 함께하면서 보다 자유로운 환경에서 사랑하고, 활동하기 위해 뉴욕행을 제안한다. 남부보다는 인종차별이 덜 심한 곳으로 떠나려는 결심이었다. 그리고 추진한다. 자신을 스타로 만들어 주려는 두 남자, 오빠와 휴이에게 고맙지만 나의 삶이니 자신의 선택을 존중해 줬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당신들은 나의 삶에 소중한 사람들이니 그녀의 앞 길에 함께해 주길 부탁한다. 그녀의 당찬 성격과 그에 어울리는 시원한 고음이 내 마음도 뻥 뚫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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