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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칙칙폭폭 Sep 27. 2023

명절을 맞아 고향을 찾은 상경러

추석에도 이야기합니다, 뮤지컬 <멤피스>

추석을 맞이하여 본가에 내려오니, 오늘따라 나의 회전극 뮤지컬 <멤피스>가 생각난다. 강력한 인종분리 정책이 시행되던 1950년대 미국 멤피스를 배경으로 백인인 휴이와 흑인 펠리시아의 사랑이야기뿐 아니라 음악을 통해 인종차별을 넘어보자는 이야기를 다룬 극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흐름이 다소 의아할 수 있지만, 내가 고향에서 이 극이 떠오른 건 여기엔 사랑, 인종차별 외에도 지방러의 이야기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뮤지컬<멤피스>의 한 장면, 휴이와 펠리시아 (출처-쇼노트X)

나도 대학으로 지방에서 서울로 상경하여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마지막 넘버인 “Memphis in lives”를 들을 때면 나의 서사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여러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던 서울생활은 "말은 제주로, 사람은 서울로"라는 옛 말에 공감하게 만들었다. 주변에 중간중간 타지, 그것도 대도시의 삶에 힘들어하는 친구도 있었다.  그리고 지방에서 계속해서 살아가는 친구들이 대다수이긴 했다. <멤피스> 주인공인 휴이는 결과적으로, 3번째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휴이역할 고은성배우 인터뷰 (출처- 더 뮤지컬 홈페이지)


공교롭게도 휴이 역할을 맡은 배우들이 모두 지방 출신이다. 휴이 역할을 맡은 고은성 배우가 한 인터뷰에서 휴이를 '테네시 촌놈', 그리고 그걸 본인에 대입하여 '대전촌놈'으로 캐릭터를 만들어 간 것 같다. 또 다른 캐스팅인 이창섭 배우 역시 최근 '나 혼자 산다'에 고향인 수원으로 보금자리를 옮긴다는 내용의 에피소드를 전했다. 보통 연예인들이 이사하기 전에 집을 공개하고 이사하는 식이어서, 이사 가기 전의 집을 공개한다는 게 의외였는데, 오랜 친구들을 그리워하며 수원으로 이사하는 모습이  왠지 모르게 극 중 휴이의 모습과 겹쳐 보였다. 박강현 배우 역시 대구출신으로, 상경한 지방러의 마음을 잘 알 것 같다.  

휴이역할의 이창섭배우, 나혼자산다 예고편

 여러 가지 상황에 차이는 있지만 20대의 나였다면, 휴이에게 "왜 더 큰 무대로 나가지 않냐"라고 말했을지도 모른다. 극 중에서 휴이도 꿈꿨던 것 같다. 엄마인 글래디스에게 멤피스를 떠나, 더 큰 무대로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던 걸 보면 말이다. 그렇지만 휴이는 멤피스에 남아서 할 수 있는 자신의 역할을 택했다. 여기서 무엇이 최선이고, 더 나은 선택이란 것은 없다. 정말 '휴이'다웠다. 펠리시아 말대로 "너만이 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이제 돌아보면, 다 경험해 봤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걸지도 모르지만, 그저 저마다 만들어가는 인생인 것이다. 원론적으로, 남들의 기준에서 보는 삶의 목적이 아닌, 자신의 삶의 목적과 꿈의 문제이다. 가족 간의 끈끈함이 큰 멕시코를 비롯한 남미에서는 엄청난 성공과 승진이 있어도 가족과 친구가 있는 고향을 떠나야 한다면 포기하는 것이 꽤나 합리적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머리로는 이해해보려 해도 실제로는 잘 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이제는 알 것 같다. 휴이와 펠리시아 그리고 멤피스 사람들의 삶을 살펴보고 마지막에 듣는 "Memphis in lives"는 다른 사람의 행복의 기준이 아닌 나의 행복의 기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그 행복의 기준은 남과 같아도 되고, 달라도 된다. 그런데 그 기준을 세우려면 나를 잘 알아야 하기에 어려운 것 같다. 그리고 여기서 멤피스, 나의 고향은 실패해도 다시 돌아가서 힘을 비축할 곳이, 나를 품어줄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곳이다. 그리고 이런 고향에 대한 노스탤지어는 내가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마음속 위안이 된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주인공의 리틀포레스트가 대도시의 삶에 지쳐 돌아와 앞으로의 인생이 어떤 방향이 되었든 숨을 고르며 품어줄 수 있는 곳인 것처럼 말이다. 멤피스 곳곳에 묻어있는 추억을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노래하는  "Memphis in lives", 그리고 나도 내 고향, 그리고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고향처럼 든든한 소중한 사람들에 대해 생각한다. 명절이란 그런 거죠? (웃음) 모두들 소중한 사람들과 즐겁고 행복한 명절 보내세요! 하카두(Hakad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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