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도 이야기합니다, 뮤지컬 <멤피스>
추석을 맞이하여 본가에 내려오니, 오늘따라 나의 회전극 뮤지컬 <멤피스>가 생각난다. 강력한 인종분리 정책이 시행되던 1950년대 미국 멤피스를 배경으로 백인인 휴이와 흑인 펠리시아의 사랑이야기뿐 아니라 음악을 통해 인종차별을 넘어보자는 이야기를 다룬 극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흐름이 다소 의아할 수 있지만, 내가 고향에서 이 극이 떠오른 건 여기엔 사랑, 인종차별 외에도 지방러의 이야기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나도 대학으로 지방에서 서울로 상경하여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마지막 넘버인 “Memphis in lives”를 들을 때면 나의 서사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여러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던 서울생활은 "말은 제주로, 사람은 서울로"라는 옛 말에 공감하게 만들었다. 주변에 중간중간 타지, 그것도 대도시의 삶에 힘들어하는 친구도 있었다. 그리고 지방에서 계속해서 살아가는 친구들이 대다수이긴 했다. <멤피스> 주인공인 휴이는 결과적으로, 3번째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공교롭게도 휴이 역할을 맡은 배우들이 모두 지방 출신이다. 휴이 역할을 맡은 고은성 배우가 한 인터뷰에서 휴이를 '테네시 촌놈', 그리고 그걸 본인에 대입하여 '대전촌놈'으로 캐릭터를 만들어 간 것 같다. 또 다른 캐스팅인 이창섭 배우 역시 최근 '나 혼자 산다'에 고향인 수원으로 보금자리를 옮긴다는 내용의 에피소드를 전했다. 보통 연예인들이 이사하기 전에 집을 공개하고 이사하는 식이어서, 이사 가기 전의 집을 공개한다는 게 의외였는데, 오랜 친구들을 그리워하며 수원으로 이사하는 모습이 왠지 모르게 극 중 휴이의 모습과 겹쳐 보였다. 박강현 배우 역시 대구출신으로, 상경한 지방러의 마음을 잘 알 것 같다.
여러 가지 상황에 차이는 있지만 20대의 나였다면, 휴이에게 "왜 더 큰 무대로 나가지 않냐"라고 말했을지도 모른다. 극 중에서 휴이도 꿈꿨던 것 같다. 엄마인 글래디스에게 멤피스를 떠나, 더 큰 무대로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던 걸 보면 말이다. 그렇지만 휴이는 멤피스에 남아서 할 수 있는 자신의 역할을 택했다. 여기서 무엇이 최선이고, 더 나은 선택이란 것은 없다. 정말 '휴이'다웠다. 펠리시아 말대로 "너만이 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이제 돌아보면, 다 경험해 봤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걸지도 모르지만, 그저 저마다 만들어가는 인생인 것이다. 원론적으로, 남들의 기준에서 보는 삶의 목적이 아닌, 자신의 삶의 목적과 꿈의 문제이다. 가족 간의 끈끈함이 큰 멕시코를 비롯한 남미에서는 엄청난 성공과 승진이 있어도 가족과 친구가 있는 고향을 떠나야 한다면 포기하는 것이 꽤나 합리적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머리로는 이해해보려 해도 실제로는 잘 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이제는 알 것 같다. 휴이와 펠리시아 그리고 멤피스 사람들의 삶을 살펴보고 마지막에 듣는 "Memphis in lives"는 다른 사람의 행복의 기준이 아닌 나의 행복의 기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그 행복의 기준은 남과 같아도 되고, 달라도 된다. 그런데 그 기준을 세우려면 나를 잘 알아야 하기에 어려운 것 같다. 그리고 여기서 멤피스, 나의 고향은 실패해도 다시 돌아가서 힘을 비축할 곳이, 나를 품어줄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곳이다. 그리고 이런 고향에 대한 노스탤지어는 내가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마음속 위안이 된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주인공의 리틀포레스트가 대도시의 삶에 지쳐 돌아와 앞으로의 인생이 어떤 방향이 되었든 숨을 고르며 품어줄 수 있는 곳인 것처럼 말이다. 멤피스 곳곳에 묻어있는 추억을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노래하는 "Memphis in lives", 그리고 나도 내 고향, 그리고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고향처럼 든든한 소중한 사람들에 대해 생각한다. 명절이란 그런 거죠? (웃음) 모두들 소중한 사람들과 즐겁고 행복한 명절 보내세요! 하카두(Hakad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