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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칙칙폭폭 Oct 23. 2023

네 번째 보내줍니다

잘 가, 뮤지컬 <멤피스> “여기 살아 숨 쉬네, 내 안에”

어제는 뮤지컬 <멤피스> 마지막 공연날이었다. 3개월간 열렬히 사랑했던 작품을 떠나보낸다고 적으니 마치 내가 공연을 한 배우 같다. 벌써 최애 배우의 캐릭터를 떠나보내는게 4번째인데, 차기작이 정해지지 않아(?) 혹은 발표되지 않아(?) 언제 다시 볼지 모른다(?) 쉬지 않는 연이은 활동에 기쁘기도 하면서 뒤이어 만날 작품이 있어서 좋았는데, 마음이 공허해졌다.

수고하셨습니다

네 번째로 보내주는 일은 다른 이유로 나를 괴롭게 했는데, 무려 자리를 고르고 고르다가 표 취소시간을 약 2시간 50분 착각하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표를 들고 있게 된 것 때문이었다.

어딘가 특이점이 와벌인 내 티켓팅

표를 고르고 골랐던 이유는 항상 내 티켓팅이 그렇듯, 어정쩡한 자리들이었기 때문이다. 오른쪽 블럭 통로석이어서 시야가 트여있지만 꽤 뒷자리의 VIP석과 상당히 앞이지만 또 상당히 사이드기도 한 R석이었다. 조금의 위로가 된 것은 그나마 할인과 적립금으로 두 티켓을 원가로 결제하지 않았단 것. 사실 이전에도 이런 표가 있었는데 친구들을 수소문하여 버리지 않고 공연관람을 시켜주었다. 그런데 이번엔 상황이 여러모로 여의치가 않았다.


그런데 나쁘지 않았다.(정신승리인가)

가까이에서 얼굴을 보고 싶어 처음엔 가까운 사이드 자리를 갔다. 그런데 역시 자리는 돈대로 가는가 보다. 잘 보이지만, 왠지 모를 소외감이 들었다. 2부엔 통로석으로 가자고 마음을 먹었다. 내 나름 1부와 2부 동선을 생각해서 결정한 것이었는데… 통로석으로 가니, 확실히 얼굴은 잘 안 보이지만 소외감은 들지 않아 만족했다. 게다가 마지막 무대인사를 보는 건 통로좌석을 선택하는 게 탁월했고, 두 자리를 한 공연에서 비교관람할 수 있었다고 정신승리를 해보았다. 그렇지만 혹여 동행을 구해 체면 치레한다고 좋은 자리를 주고 내가 R석에서 봤다면 막공이 너무 아쉬웠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다.


이런 상식밖의 일은 나의 과업인 논문이 마지막학기로, 브런치 시작 이래로 가장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뮤지컬 <멤피스>는 여러모로 큰 위안이 되어주었다. 그래서인지 이번 헤어짐이 더욱 슬프고 여운이 길다. 필자가 작성한 글 목록만 보아도 뮤지컬 <멤피스>에 대한 나의 열정이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점차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자 열심히 쓰던 인물 탐구 역시 꼭 쓰려고 마음먹었던 남자 주인공의 엄마 ‘글래디스‘와 여자주인공의 오빠 ’댈레이‘에 대한 이야기도 쓰지 못하였다. 꼭 써서 저장해두고 싶단 마음이지만, 요즘은 하루하루가 마음이 어려워 쉽진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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