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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문정 Dec 28. 2021

영화 <매트릭스:리저렉션>감사평

트리니티를 위한 



'리저렉션' 이란 의미는 '부활'이라는 의미라고한다. 그래서 관람객들은 이 영화를 보고 부제에 대해 비아냥 거리듯 "다시 부활하지 말았어야한다"고 말한다. 이 표현에 50%동의하고, 40%는 호기심을 제기해본다. (이 파이의 10% '솔직히 별생각없다'가 차지한다. 알게뭐냐, 이미 망작인데-)

정말 이 영화는 부활하지 말았어야한다. 그래,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매트릭스 1편 외에 더 나오지 말았어야했다.

개인적은 2,3편은 1편에 대한 이념적 설명이 어수선하게 풀어진 영화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후의 영화들은 감독이 스스로에게 이야기하는 것 처럼 느껴졌다. 이번에 나온 <매트릭스:리저렉션>또한 이런 맥락에서 풀이된다. 다만 개념과 매트릭스 세계에 대한 내용이 아닌 인물 트리니티에 대한 설명이라 여겨진다. 이 영화는 네오보단 '트리니티'를 위한 작품이다.


진부하게 설명하자면, 워쇼쇼키 형제가 남매를 거쳐, 자매가 되는 시기 동안에도 매트릭스 시리즈는 두 사람과 떨어질수 없는 작품이었을테다. <매트릭스>시리즈 이후 제작된 <센스8>과 <클라우드 아틀라스>에서 보인 특유의 주제는 <매트릭스4>에서도 느껴진다. 윤회 등을 통한 인간들의 교감 혹은 혼란/혼돈 속에서 피어나면서 사랑이 유일한 해답으로 귀결되는 스토리 라인등은 그녀들의 작품을 관통한다. 또한 <매트릭스 :리저렉션>에서 이야기 되는 두번째 기회는 감독인 자신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였을 것이다. 그 기회는 성전환으로 여성의 삶을 살게 된 자신의 이야기일수도 있고, <매트릭스>시리즈에 대한 기대로 인한 기회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작품속에서 등장하는 몇 대사로 인해 이들은 <매트릭스>시리즈의 부활을 즐거워하지 않은 것 같다.


어느새부터인가 영화들의 트렌드가 된 것 같다. <틱,틱, 붐...>, <돈룩업>에서도 그러했고, <매트릭스:리저렉션>에서도 '제4의 벽'의 경계를 손쉽게 넘는다. 스크린 밖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는 이들에게 정보를 주거나, 대화를 시도하는 방식을 통해 관객에게 긴장감을 유발하는 방식은 언제부터 이렇게 손쉽게 사용이 됐을까. 지금 빠르게 생각나는 작품은 <데드풀>인데, 이 작품 전에도 그런 기류가 있었으니 이렇게 주류가 됐을텐다. 암튼-

<매트릭스:리저렉션>은 제4의 벽을 이용하여 등장인물들이 <매트릭스>에 대한 추억을 상기시키거나, 대화를 하는 척 하며 정보를 주입시킨다. 이 정보가 과연 올바르게 주입됐는지는 관람객 추이가 말해주듯 실패다.


"영화는 너무나도 심각하게 굉장히 많이 올드"하다. 자신들이 만든 개념에서 빠져나오지 못했고, 그 안에서 새로운 것을 찾아내지 못한채 내 눈앞에 등장했다. 그래놓고 나에게 대화를 걸며 설명한다. 그러나 이 설명이 작품내에서 상대적으로 길었다. 관객은 대략 한 시간 동안 네오가 매트릭스 세계에서 현실로 돌아오는 장면을 바라본다. 왜 매트릭스가 네오와 트리니트를 살렸고, 이들을 통해 진화 실험을 했는지 이유도 알려주지 않는다. 이에 반해 현실의 인간은 나름 '합성 지성체'라는 또다른 기계 아닌 기계와 결합하여 살고있다. 이 대목에서 정말 놀랐다. 이들이 원하는 건 정말 '생존'이었나싶기 때문이다. <매트릭스>시리즈를 보며 나는 이들이 원하는 것은 '해방'이라 생각했는데, 이길수 없다는 것을 네오와 모피어스의 싸움으로 깨달았던 것일까, 그렇다면 너무 슬픈 건 아닐까.

네오가 다시금 현실세계로 돌아오고, 트리니티에 대한 사랑으로 일행은 다시 매트릭스 세계로 돌아간다. 그렇게 시간이 보내고, 절체절명 위기의 순간에 티파니는 아무런 맥락과 정보가 없었음에도 '트리니티'로 돌아온다. 네오와 같은 현상을 겪고 있었다고하지만, 관객에게 모피어스가 대화를 시도하며 정보를 줄땐 언제고, 더 중요한 히어로, 트리니티에 대한 정보는 하나도 주지 않는 것이 말이 되는가.

그렇게 깨어난 트리니티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재주를 펼쳐보이며, 네오를 이끌며 이야기가 끝난다. 워쇼스키 자매에게 아마 트리니티는 아픈 손가락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네오. 단하나의 인물에게 이끌려 작품 세계가 끝나고 난 이후, 트리니티는 네오를 실질적으로 이끌었고, 원동력이었지만 허망하게 죽음을 맞이한 사실이 몹시도 자매감독에게

다른 감흥으로 다가왔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자신들의 동의 없이 영화가 제작이 되는 이 현실에서, 하고 싶은 인물을 다뤄보자 싶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여성 커플과 여성 중심의 영화인 이 작품이 탄생했을지도 모르겠다.


감독에 대한 가벼운 래퍼런스를 보고 이 영화를 보며 <매트릭스:레저렉션>은 나름 괜찮은 영화다. 자신이 여태 만들어온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으며,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으리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트릭스>시리즈를 생각하면 굉장한 마이너스란 생각이 든다. 관객이 보고 싶은 <매트릭스>시리즈는 그 세계가 확장되어 자신의 인식을 늘려주기 위한 요구가 큰데, 이 영화는 인물에 집중하여 그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합성지성체와의 공존이라는 나름 찾아낸 해법으로 인해 기존의 세계관을 축소 시켰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래서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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