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화<탑건:매버릭>을 봤다
나는 이런 작품들이 너무 좋다. 속된 말로 ‘티켓값’을 하는 영화.
관객의 멱살을 잡고 극 속으로 끌고 들어가거나,
알 수 없는 또 다른 영역으로 나를 데려다 주거나,
혹은 영화에서 보여줄 수 있는 효과를 보여주고 현재와 다른 세계로 나를 데려다 주거나,
이런 영화들이 좋다 늘 말하지만 영화는 대중예술매체니까.
내 멱살을 잡고 극 속으로 들어간 영화는,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최대한의 효과를 보여준다.그래서 이 매버릭 역의 탐 크루즈는 정말 대단하다. 이렇게 근면성실한 배우를 본적이 있었던가. 실제 나는 유료시사를 보고 나서, 탐 크루즈를 근면성실함과 그걸 이뤄내는 성취에 반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너무 좋다.
또한 방한을 하면서부터 보여준 톰 크루즈의 행동들은 그가 바로 ‘진짜’ 매버릭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진심으로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하는 배우가 만들어낸 작품을 관객은 편하게 즐기면 된다. 영화 속 매버릭이 그러하다.
<탑건1>에서는 이런 그를 ‘위험하다’고 이야기했고, <탑건:매버릭>에서도 여전히 사람들은 그가 위험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가 30년이 넘는 시간동안 존재하고 여태껏 빛을 발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진심으로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물이 늘 훌륭했기 때문일 것이다.
2.
영화 <탑건:매버릭>은 자신들이 잘하는 것들을 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만든 작품이다. 그래서 흠잡을 곳 없는 작품이 됐다. 그래서일까 우연과 우연히 만나 영화가 지속되지만, 그 우연이 결코 지루하게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더 나아가 이 우연을 통해 과거의 모습이 떠올라 꽤나 즐겁게 관람할 수 있다. 히어로는 언제나 미션을 해내고, 갈등과 불화는 믿음과 사랑으로 치유되는 고전적 클리셰를 용인할 수 있다. 전작을 본 사람에게는 이 클리셰가 반가움이고, 이번 편부터 보는 이들은 이 클리셰가 전형적인 틀인지도 모른 채로 즐겁게 볼 수 있을 거다.
3.
영화 <탑건:매버릭>은 <탑건1>과 유사하게 유사 ‘부자관계’라는 내적동기를 갖는다. <탑건1>에서는 원인불명으로 사고사를 당한 전투비행기 조종사인 아버지를 가진 매버릭(콜사인 이름, 톰크루즈)과 그의 가르치던 바이퍼(톰 스커릿)의 유대관계를 통해 동료(구스)의 죽음에 대한 치유를 그렸다면, 이번 편에서는 그 자신이 아버지가 되어, 동료의 아들인 루스터(마일즈텔러)와 자신의 가진 상처를 치유한다.
이뿐 아니다. 영화 <탑건: 매버릭>은 화면과 인물의 관계성 등의 많은 장면들은 <탑건1>을 떠올리게 된다.
행맨과 루스터는 앞으로 아이스와 매버릭처럼, 서로 평생을 이끌어주고 믿어주는 친구가 될 것을 암시한다. 그리고 루스터와 매버릭은 부재의 상처를 치유하게 됐고, 유사 부자 관계를 맺었다.
04.
영화의 엔딩화면에 “in memory of Tony Scott”의 문장을 보는 순간 마음이 철렁했다. 1편의 PD와 배우가 기리는 이 감독에 대한 마음은 <탑건1>의 리뷰에 썼으니 첨언하지 않겠지만, 그가 살았다면 얼마나 기뻤을까 생각해본다. 아마도 제리브룩하이머와 톰크루즈와 함께 이번 편을 제작했으리라.
그리고 이번편의 유일한 단점인, ‘가벼운 인물감정’에 대한 부분을 그가 되짚어줬으리라 생각한다.
05.
그리고 “언젠가 끝이지만, 그게 오늘은 아니다” 라는 매버릭의 대사는 <탑건: 매버릭>에 대한 우리 모두의 마음이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보여줘서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