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준석 Oct 07. 2021

- "그냥" 이란 말-

                    - 김나영-


그냥 전화하고, 그냥 만나고, 그냥 밥먹던


그 사람들 뿔뿔이 사라지고 없다.


그냥 만나, 그냥 전화했어.


그냥 밥 먹자고 했다가는


어느 당 소속이냐


네 색깔은 뭐냐


네 배후는 누구냐


출신 성분부터 대뜸 의심 받는다.


마치 구시대의 유물처럼 나를 바라본다


목적이 창궐하는 시대에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호모 사피엔스로 태어났다


선생님의 구령에 맞춰서 즐겁게 춤을 추다가


무리짓는 법 유치원에서부터 배웠다


세살 때부터 배운 그 버릇 뼈속 깊이 사무쳐


선생님없이도 우리가


무장무장 떼 지어 만났다 헤어지고


만났다 헤어지는 사이


내 안의 벌판에서 야생화처럼 피어나던


야생마처럼 천방지축 뛰어놀던


그냥이란 말, 서서히 사라져 갔다.


한때 내 안에서 들불처럼 와와 번져나가던


'그냥"이란 말..

작가의 이전글 카이스트 수리생물학자 김재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