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나영-
그냥 전화하고, 그냥 만나고, 그냥 밥먹던
그 사람들 뿔뿔이 사라지고 없다.
그냥 만나, 그냥 전화했어.
그냥 밥 먹자고 했다가는
어느 당 소속이냐
네 색깔은 뭐냐
네 배후는 누구냐
출신 성분부터 대뜸 의심 받는다.
마치 구시대의 유물처럼 나를 바라본다
목적이 창궐하는 시대에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호모 사피엔스로 태어났다
선생님의 구령에 맞춰서 즐겁게 춤을 추다가
무리짓는 법 유치원에서부터 배웠다
세살 때부터 배운 그 버릇 뼈속 깊이 사무쳐
선생님없이도 우리가
무장무장 떼 지어 만났다 헤어지고
만났다 헤어지는 사이
내 안의 벌판에서 야생화처럼 피어나던
야생마처럼 천방지축 뛰어놀던
그냥이란 말, 서서히 사라져 갔다.
한때 내 안에서 들불처럼 와와 번져나가던
'그냥"이란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