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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달샘 Mar 08. 2023

방문객_정현종

- 새 학기 아이들을 맞으며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_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루루의 정현종 <방문객> 낭송





    매년 3월이면 새로운 아이들을 맞는다. 아이들 얼굴에는 설렘보다 긴장이 흐른다. 중학교 1학년 국어시간, 첫 오리엔테이션으로 입학 후 자신의 마음을 어떤 대상으로 표현해 보기 활동을 한 적이 있다. 자신의 마음과 비유하는 대상을 간단히 그리고 자신의 마음 상태를 말해 보기 활동이다.    

  

   내 마음은 oo이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 나는 ~~~ 기 때문이다. 


  모르는 아이들 사이에 앉아 하루종일 긴장된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은 자신의 마음을 주삿바늘, 꺾은선그래프, 요동치는 심장박동으로 표현했다. 숟가락 젓가락이 한 벌만 놓인 밥상으로 자신을 표현한 아이도 있었다. 방과 후 학원에 갔다 집에 돌아오면 늦은 저녁을 혼자 먹는 아이의 모습이 그려진다. 학교 가는 길을 구불구불 길게 그린 아이가 있어 '집이 학교에서 멀구나?' 하고 물었더니 집은 학교 앞인데 아침에 학교에 가기 싫은 마음을 그렇게 그렸다고 했다. 한 달만 지나면 재잘재잘 놀이터처럼 학교 이곳저곳을 누비며 즐거워할 아이들이 그렇게 처음엔 주눅이 들어 있다. 

  그런 아이들을 두 팔 벌려 힘껏 안아주고 싶다. 걱정말라고. 이곳은 안전한 곳이라고. 친구들과 뛰놀고 행복한 일도 많을 거라고. 말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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