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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달샘 Sep 27. 2023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손 시린 나목(裸木)의 가지 끝에

홀로 앉은 바람 같은

목숨의 빛깔 


그대의 빈 하늘 위에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차 오르는 빛 


구름에 숨어서도

웃음 잃지 않는 

누이처럼 부드러운 달빛이 된다 


잎새 하나 남지 않은

나의 뜨락엔 바람이 차고

마음엔 불이 붙는 겨울 날 


빛이 있어

혼자서도

풍요로워라 


맑고 높이 사는 법을

빛으로 출렁이는

겨울 반달이여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_시낭송

  



 이해인 수녀님의 시를 좋아하시는 교감선생님께서 이 시 한 번 읽어주라고 부탁하셨다. 덕분에 나는 여고시절부터 좋아하던 수녀님의 시를 오랜만에 다시 읽고 읽을 수 있었다. 고등학교 때 샀던 <두레박>이라는 수녀님의 산문집이 지금도 빛바랜 채 책장에 꽂혀 있다. 수녀님의 맑은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책을 읽으며 나도 그런 마음을 조금이라도 닮을 수 있기를 바랐다. 30년이 지나도 여전히 나를 돌아보고 다스리는 일이 쉽지 않지만 오늘도 시 한 편에 마음을 씻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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