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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동시 뜰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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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달샘 Jan 31. 2024

혼자 잠자는 방법

김신숙_동시

이불을 돌돌 말아 자면서 

혼잣말했지

나는 털뭉치야 나는 털뭉치야


털실은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야

혼자 잠을 자는 건

털실처럼 가냘픈 마음이지만


이불을 돌돌 말아 자면서

혼잣말했지

나는 털뭉치야 나는 털뭉치의 마음이야


강아지도 고양이도

혼자일 때 

동그랗게 웅크려 자니까


스스로 돌돌 말아서

스스로 돌보는 거야


나를 안아 주는 거야


혼자 잘 수 있는 아이들이

혼자 잘 수 없는 아이들을

돌볼 수 있으니까


털실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돌돌 말아서

털뭉치 마음으로

혼자지만 따뜻하게 잠을 자자





  늘 누군가 옆에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날들이 금세 온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길을 걸어야 할 때가 온다.

  요새는 초등학생도 중학생도 혼밥을 먹는 일이 흔하다고 한다. 학교와 학원 사이, 학원과 학원 사이에 혼밥이 있다. 쉬는 시간 10분, 편의점에 달려가서 삼각김밥이라도 먹으면 다행이다. 그런 아이가 어둑어둑한 길을 더듬어 집으로 돌아온다. 조그만 방에 누워 혼자 잠을 잔다. 이런 아이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털뭉치의 마음을 만났다. 

  그런데 스스로 돌돌 말아서 스스로 돌봐야 한다니 남이 아닌 자신이 자신을 안아 주는 일밖에 없다니 내일을 씩씩하게 맞이할 힘이 날지는 물음표다. 외로운 아이를 위로하는 시로 읽혔다가, 일찍부터 스스로 자신을 돌볼 수밖에 없는 아이들의 현실을 노래하는 시로 읽히기도 한다.      


  '혼자 잘 수 있는 아이들이/혼자 잘 수 없는 아이들을/돌볼 수 있으니까'     

  시의 전체 내용에서 7연의 내용이 자연스럽게 읽히지 않는다. 위아래 내용과 연결되지 않는 느낌이 든다. 전체적인 맥락에서 시 완결성을 떨어트리는 부분이란 생각이 든다. (내 어설픈 해석이 틀리지 않는다면) 7연에 담긴 작가의 의도는 뭘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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