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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필 Sep 02. 2023

기술 부채의 진짜 의미

스타트업에서 배운 것, 코드없는 개발이야기 #2

"스타트업은 사람 갈 곳이 아니야."

"거기는 지옥행이야."

"대기업을 가야지, 왜 스타트업을 가려고하니?"


이직을 결정할 때, 이런 반대의 목소리들이 주변에서 들려왔다. 그렇게 무거운 발걸음으로 새로운 회사에 입문한 지 어느새 1년. 지금은 그 경험을 바탕으로 나만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테크 리더로서의 나는 팀원들과의 대화에서 자주 이런 질문을 던진다: "지난 한 달을 돌아봤을 때, 당신은 성장했다고 느끼나요? 다가올 한 달을 기대하고 있나요?"


이 질문의 중요성은 스타트업에서의 첫 해를 지나며 느낀 점과 깊게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왜 해야하죠? 유저는 어떤 가치를 얻나요?


이전에 근무하던 중견기업에서는 일의 목적성이나 그 이유를 따지지 않았다. 단순히 주어진 업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완수할 것인가에만 집중했다. 그러나 스타트업에 입사한 후, 보이는 것은 너무나도 많았다. 비효율적인 코드, 복잡한 배포환경, 그리고 그 뒤에 숨겨진 수많은 기술부채들. 나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고, CTO에게 그 방향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반응은 예상치 못했다 "왜 해야하죠? 유저는 어떤 가치를 얻게 됩니까?"


이 질문에 나는 당황했다. 그동안 기술을 개선하는 것이 그 자체로 가치라고 생각했던 내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이 확 닥쳤다. 코드의 깔끔함이나 트렌디한 기술에만 집중하면서 실제 사용자에게 가져다주는 가치에 대해선 소홀히 했던 것이다.


코드가 있기 전에는 비즈니스, 그 전에는 사용자가 있다. 반대로, 사용자가 없다면 코드나 비즈니스는 의미가 없다. 그렇다면, 실제로 사용자에게 가치를 제공하지 않는 것들을 기술부채라고 부를 수 있을까?


나는 기술부채의 정의를 이렇게 내리기 시작했다.


“기술부채는 유저가 전달 받아야 할 가치 중 아직 전달받지 못한 부분이다.”


이해와 깨달음을 얻기까지 나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것은 아직도 쉽지 않지만, 그 속에서 얻은 경험과 지식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 되었다. 무엇보다 기술이나 비즈니스보다 중요한 것은 '사용자'라는 것을 느꼈다. 그들의 가치와 필요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일하는 자세는 어떤 회사에서도 통용될 뿐만 아니라, 나의 미래 경력에 있어 핵심 역량이 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스타트업에서의 일은 힘들고 도전적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들의 말에는 일리가 있지만, 그 속에서 얻는 깊은 또 다른 시각의 통찰과 성장의 기회는 그 어떤 대기업에서도 얻기 힘든 것일지도 모른다.


결국, 스타트업에서의 이 한 해는 나에게 '가치 있는 일'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였다. 기술부채 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 있어서 가치를 중심으로 생각하며, 항상 유저의 입장에서 바라보려는 노력을 해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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