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 개를 입양하다 - 포인핸드 그리고 용인시동물보호소
'다분히 충동적이었다', 제 글 솜씨로는 2021년 1월 무지와의 만남을 달리 표현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첫 반려동물을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입양하기로 결정한 것은 우리 가족 모두 예상치 못한 일이었으니까요.
무지를 만나기 전 우리 가족은 남편과 저, 단촐한 2인 가구였고 동물을 좋아했던 저는 신혼 초부터 여건이 되면 고양이를 키우고 싶노라 노래를 부르곤 했습니다. 고양이를 콕집어 이야기했던 이유는 둘다 직장을 다니고 있었고 무엇보다 우리가 집순이 집돌이와는 진심으로 거리가 먼 사람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반려동물, 특히 강아지를 가족으로 맞이하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하물며 고양이를 떠올려봐도 한 생명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에 반려동물을 입양하고 싶다는 마음 한켠에는 늘 '언젠가'라는 단서가 붙었습니다.
그렇게 결혼 이후로도 5년 간 조심스럽기만 했던 저의 마음을 한순간에 충동질(?)한 건 다름 아닌 '국화꽃' 한송이였습니다. 인스타그램으로 반려동물 계정을 팔로우하던 중, 포인핸드라는 앱을 접하게 되었고 그 안에서 유기동물 공고란을 보게 되었죠. 제가 살고 있는 지역으로만 검색을 해도 매일매일 이렇게 많은 동물들, 특히나 갓 태어난 꼬물이들부터 분명 가족과 몇년을 함께 했을 나이 든 동물들까지 유기된다는 사실이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바로 반려동물을 입양하겠다는 결심을 하지 못했고 그저 정이 가는 몇몇 아이들을 표시해 두고 아이들이 언제 입양을 가는지 지켜볼 뿐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눈길이 가기에 하트를 눌러 두었던 아이들 사진 옆에 '국화꽃'이 하나 둘 피기 시작했습니다. 하트를 눌러두었던 아이들 뿐만이 아니었죠. 공고가 올라온지 오래된 아이들, 그리고 갓난 아가들 옆에 국화꽃이 놓였고, 짐작했듯이 그건 아이들이 이미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는 뜻이었습니다. 한번 인식하고 나니 국화꽃이 다발을 이루고도 남을 정도로 눈에 자주 보였습니다. 그리고 조금씩 마음에 충동이 일었습니다. 조심스럽게 아니 약간은 채근하듯이 나의 반려인에게 국화꽃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남편은 정이 많은 사람이었고 저는 이 사실이 남편의 마음 또한 움직일 것이라는 걸 반쯤은 확신하고 있었죠.
우리의 마음은 이미 유기동물을 입양하는 쪽으로 순식간에 기울어져 있었습니다. 그래도 아직 현실적인 문제들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다행히 코로나 덕분에(?) 우리 둘 모두 재택을 하고 있었고, 저의 경우에는 팀을 옮기면서 재택과 출퇴근이 전보다 더 자유로운 상태였습니다. 저는 이 정도면 새로운 가족을 너무 외롭게 하지는 않을 수 있겠다 싶었고, 남편 역시 유기동물을 입양하는 선택이라면, 보호시설에서 지내는 것보다는 우리가 노력해서 가족과 함께 하는 것이 조금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해 줄 수 있지 않겠냐는 결심이 섰다고 이야기 해 주었습니다.
이 시점부터는 고양이 친구, 강아지 친구 가리지 않고 공고가 오래되어도 입양되지 않는 친구들 위주로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가장 많이 사람과 함께 하는 만큼 안타깝게도 가장 많이 버려지는 친구들 또한 강아지일 수밖에 없다보니 자연스럽게 유기견 친구들, 그 중에서도 입양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믹스견 친구들이 눈에 많이 띌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가까운 경기도에 있는 보호시설 중 포인핸드에서 주로 접했던 용인시보호소에서 공고 4개월 차, 얼마전 임시보호가 끝나 센터에 돌아왔다는 무지를 만나 되었습니다.
드디어 무지와의 첫 만남, 이름처럼 뽀얗고 순해보이는 어린 강아지였죠. 무지는 우리를 크게 경계하지 않고 다가와 냄새를 맡으며 관심을 표현해 주었습니다. (입양 문의를 하면 간단한 상담절차가 있고, 아이를 먼저 만나보실 수 있어요.) 입양 상담사님께서는 7개월된 무지가 생후 3-4개월 정도에 버려져 센터에 온 뒤 바로 임시보호를 갔기 때문에 센터 생활이 낯설 수 있고 그래서 더 빨리 가족을 만나면 좋을 것 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특히 믹스 친구들은 입양문의가 굉장히 적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죠. 이미 결심을 하고 왔기에 말씀을 듣고 나니 하루라도 빨리 무지를 데리고 오고 싶었습니다. 그래도 필요한 입양 절차가 있었고, 우리는 2주 뒤 무지를 다시 데리러 오기로 하고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그러나 2주 뒤, 우리는 무지를 데리고 가겠다던 약속을 지킬 수 없었습니다. 호흡기 알레르기가 심했던 저에게 센터에 다녀온 직후 급격한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났기 때문이죠. 제게 동물의 침이나 털 등에 대한 알레르기는 없다고 알고 있었기에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지만 우선 다니던 병원에서 다시 피검사를 비롯한 정밀 검사를 의뢰한 뒤, 보호소에는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다른 입양문의가 들어온다면 무지를 먼저 보내도 좋다고 연락을 해두었습니다. 그리고 3주 뒤, 다행히 저의 알레르기 반응은 일시적으로 너무 많은 동물들에게 노출되었던 탓으로 결론이 났고, 한 두 마리를 키우는 것은 괜찮다는 의사선생님의 허락도 받았습니다. 드디어, 무지를 데려올 수 있게 되었죠.
혹시나, 무지가 이미 다른 곳으로 입양을 갔다면 안타깝지만 기쁜 마음으로 축하해 주리라 마음을 비우고 바로 보호센터에 다시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동안 무지를 입양하고 싶다는 연락이 전혀 없었다는 말에, 안도감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아팠습니다. 사실 무지는 센터에 있는 아이들 중에서도 한눈에 보기에 생김이 예쁜 아이였습니다. 남편과 센터 블로그를 찾아볼 때 우리도 모르게 생김이 예쁘거나 멋있는 아이들 위주로 살펴보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는 씁쓸함을 느꼈는데, 그런 아이에게도 믹스견 친구들은 입양문의가 잘 없다는 말이 정말이었구나 싶었습니다. 그래도 아무렴, 이제는 다른 것보다 무지가 우리 가족이 될 인연이었다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저 함께 살기 위한 딱 최소한의 노력을 기울였을 뿐인데, 무지는 우리에게 과분할 정도로 좋은 가족이 되어주었습니다.
다시 한번, 무지가 우리 가족이 되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무지, 반가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