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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도바다 Feb 18. 2023

책장 극장 (本棚劇場)

[일본 소도시 여행_천장까지 뻗어있는 책장을 갖고 싶다]

고흐전 관람 후 잠시 몸을 쉬고 움직였다.  세 곳을 볼 수 있는 패스를 구매했는데 일본어를 모르니 만화책을 전시하는 공간은 살짝 지나쳤다. 여기를 찾아온 이유 중 또 하나는 높은 천장까지 빼곡히 책들이 쌓여 있는 사진이었다. 단번에 나의 시선을 강렬하게 압도했던 곳, 책장 극장으로 향했다. 





책장 안에는 전시관 두 곳이 있다. 보통 하나의 전시만 하는데 큰 전시는 고양이의 사진전이 열리고 한 귀퉁이에서 선 박제된 동물에 대한 전시를 하고 있었다. 아이러니하지만 생각해 보면 공통점이 있는 동물에 대한 전시다. 서점에서도 일본은 다양한 전시가 열려 가볍게 볼 수도 있다. 

다시 생각해도 전시를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접근성은 인정이다.

나는 동물 애호가는 아니다. 언니네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달이'가 나한테 달려와 꼬리를 흔들면 처음에는 놀라 도망갔을 정도로 과한 표현에 거부반응을 가지고 있다. 지금은 그 달이를 본 지도 7년이 넘어 반갑다는 표현에는 이제야 머리를 쓰다듬으며 맞장구를 쳐준다. 





'책장 극장'의 뜻이 궁금했는데 직접 가서 보니 이해가 됐다. 

벽과 천장까지 빼곡하게 들어서 책장 사이로 특정 시간에 애니메이션을 상영한다. 아, 일본다운 생각이다. 책을 보는 곳이면 조용한 곳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짧지만 박진감 넘치는 사람들의 감정을 움직인다. 모르는 작품이지만 일본 사람들한테는 익숙한지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그 모습들에 어린아이들의 천진함을 읽었다. 어른의 나이지만 아직도 속에서는 그 시절이 남아 있기에 그렇겠지. 나도 어렸을 때 봤던 빨간 머리 앤을 그리워하며 다시 만화를 보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하니 말이다. 





책장에서는 일본의 팝 아티스트 '요시토모 나라'의 여러 책들도 볼 수 있다. 한 없이 순수하기도 하고 악동 같기도 한 종잡을 수 없는 '그 얼굴' 그림을 좋아한다. 스케치부터 시작해서 완성본이 나오기까지 자세한 설명도 있는 책이었는데 맘에 들었다. 그림을 그리지 못해도 '나도 한 번 해볼까'하는 생각을 했으니까. 

다음에 가면 책 한 권 사야겠다. 잦은 이동으로 한 두권 사다 보면 감당이 안 돼 자제했다. 

지난번에는 베이커리와 요리에 대한 책 3권을 샀다. 사진이 많아 이해도 쉽다. 더군다나 그림이 있는 책은 더 재미가 있지 않을까. 여행에 가면 빠지지 않는 곳이 서점인데 일본 서점은 다양한 해외 미술 도서를 많이 판다. 가격도 국내에서 발행된 책에 비해 과하게 비싸지 않다. 우리나라 서점은 수입한 책은 고가로 책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필요한 책이 있다면 일본에서 구매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질서가 없는 듯 천장 위에 작품도 걸려있고 모니터에서 책을 광고하기도 하고 갑자기 작은 빛의 길이 이어지기도 하는 자유롭게 다니며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내가 좋아하는 책이 있으니 세상 밖의 생각은 잠시 멈추고 동심의 안으로 들어와 있는 지금이 행복하다. 





책장은 코엑스의 '별마당 도서관'이나 파주'지혜의 숲'과 다른 점이 있다. 두 곳은 주위의 넓은 공간에 퍼져 있어 잠시 딴생각이 들기도 하고 시선도 어수선할 수 있는데 이곳은 닫힌 공간에서 높은 천장을 보고 옆을 보며 좁은 곳에 집중할 수가 있다. 잡생각은 할 수도 없을 만큼 재미있는 곳이 많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처럼 그 안에서 책을 읽고 내가 마법에 걸려 나를 찾아 떠나는, 진정한 인생의 여행을 멈추지 않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공간이다. 

 





나에게 여행이란. 

가끔씩은 다른 언어의 책들은 만나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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