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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님 Jun 15. 2024

교실 안은 네모 세상

교육실습생의 시선

5월은 가정의 달이라 칭하듯 가정과 관련된 사회적인 행사가 많은 달이다. 학교는 교육 실습생이 오는 달이기도 하다. 어느 해인가 지도교사를 했던 기억이다. 교생이 오면 교실의 분위기도 달라진다. 아이들의 눈빛이 초롱초롱 빛난다. 아이들도 새로운 선생님을 좋아한다. 교생선생님의 성향을 본능에 가깝게 파악한다. 내 맘대로 해도 될까? 무서울까? 교생선생님을 소위 간을 본다고나 할까... 담임선생님은 허용해 주지 않는 것을 교생선생님이 받아주면 행복해한다. 그 기분을 알기에 도가 지나치지 않는 이상은 눈감고 넘어가 주기도 한다. 교생은 실습일지를 쓰고, 수업 코칭을 받은 뒤, 2주쯤 지나 홀로 학급운영을 해  게 된다. 교육실습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교육실습 공개 연구수업에 대한 의논을 하던 중 나를 일깨우 는 의견을 들었다.      

연구수업 단원과 본시를 정하고, 그 단원을 지도 하기 위한 자료의 일환으로, 주제와 연결된 교실 환경을 꾸미기로 했다.

“교실 환경판의 틀을 바꿔보고 싶어요.”

“왜요?”

“교실이 네모세상이에요.”

응, 이건 무슨 소리?...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하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멋쩍은 듯 대답을 하지 않는 표정을 보며, 말의 의도를 읽으려 교실을 빠르게 둘러봤다. 아, 그러고 보니 틀들이 모두 네모로 짜여지고 그 안을 채우는 모양들도 네모다. 수업시간표 틀도 네모, 그 안에 써넣는 교과목명 모양도 네모. 심지어 시계 모양네모인 것이다. 교실 안이 그야말로 네모로 정형화된 모습이다. 나는 일상으로 깨닫지 못한 부분이었다.  유연성이 없고 답답했다. 조금의 위트가 필요하다. 깨닫고 보니 아이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 교실의 답답 함을 견디느라 참 맘 고생했겠다. 그렇다고 교생한 테 순순히 항복이 안 나왔다. 정답은 없는 것이라며 얼렁뚱땅 정당화시키고는 못 이기는 척 ‘일임’을 할 테니 능력껏 바꿔보라 했다. 교실 뒷면 전체를 차지 하고 있는 작품란에 수족관을 꾸며 보겠다고 했다. 본인이 조각에 특기가 있다고 한다. 스티로폼을 깎고, 색칠하여 다양한 바닷속의 생물과 무생물 들을 만들었다. 완성을 시켜놓고 보니 실물 같은 바닷속의 모습이 되었다. 아이들은 바닷속을 들여 다 보듯 신기해 했다. 이 수족관은 이후의  학습에 도 시기적절하게, 다양하게 활용 되었다.      

4주간의 교육실습이 끝났다. 평생 한번 하게 되는 실습을 우리 학교에서 했으니, 많은 것을 배우고 좋은 기억으로 남았기를 바랐다. 격이 높은 실기 능까지 지닌 재원이 좋은 선생님이 되기를 응원 했다. 학부모로부터 ‘내년에 우리 아이 담임을 더 해주세요’라는 요청이 나오듯 신뢰받는 선생님, 선생님이 있어 학교에 가고 싶은 학생의 마음을 훔치는 선생님, 동료들이 함께 일하고 싶어지는 선생님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배움에는 대상이 따로 없다. 교생에게 새로운 이론의 동향, 신세대 교사들의 사고 등을 배운다. 정형화된 교실 환경이라는 의견 제시를 받는 충격이 있었지만, 문제점을 깨닫게 해 준 교생의 시각과 용기가 스쳐간 교생들 중 유독 기억에 남게 한다. 이후의 교실환경 꾸밈이 다채로워졌으니 감사할 일이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시도하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교생이 틈틈이 나무조각을 했다. 대추나무로 도장을 만든다고 한다. 대추나무가 단단하여 도장에 제격이란다. 교육실습이 끝나고, 지도교사

에게 대추나무 도장을 선물해 주려나, 은근 기대를 했었나 보다.  지금까지 도장새기던 기억이 나는걸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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