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 농업인, 제작인, 지식인... 모두 생산자이다.
어렸을 때,
아는 것을 실천해야 진짜 아는 것이라는 생각을
정말로 하고 있었다.
내가 생각이 많은 아이여서 더욱 그랬다. (생각은 많은데 생각만 많아...)
나는 커서 아는 것을 행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말만 하는 사람은, 나처럼 생각은 많은데 말도 못 하는 사람보다 나쁜 것 같았다.
아는 건 누구나 알지만 정말 행동으로 나오는 건 또 다른 영역임을 분명 인지했다.
그래서 지식인이 되기보다 지식을 실천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사회에서
사람을 행동하게 하는 요인 중 하나는 '돈'이라는 점을 너무나 잘 알았다.
아쉽게도(?)
수십 년간 다른 사람들은 돈 한 푼에 눈빛과 행동이 달라지는 것을 너무나 많이 경험했고
이에 아는 것을 내가 행하거나 타인이 행하게 하는 방법이고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훌륭한 매개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람, 사람뿐 아니라 지구상 모든 생명체와 비생명체는 물질적 교류를 통해 성장하고 순환한다.
정신적 교류도 그 에너지가 결국 어떠한 것(존재)의 교류라고 생각한다면
모두 지구상의 자원들이 순환하며 변화의 모습을 보인다.
인간세상에서의 교류는 문명이 발달하고 지금까지의 모습을 보면
소비자본주의 시대라는 지금 이 시점에서 성장을 위해 필요한 물질의 교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 화폐가 형성되었다.
이를 가장 직접적으로 순환시키는 부류가 상인이다.
요즈음의 용어로는 기업가, 사업가, 장사꾼 즈음 되겠지.
그래서 진정한 상인이란,
눈앞의 몇 푼에 자신의 소신을 바꾸어가며 돈을 버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
세상의 물질과 정신을 원활하게 순환시키는 사람이다.
상업을 수단으로 세상에 자신의 역할을 하고 세상의 존재들이 성장하는 흐름이 쉽게 하도록 한다.
상인은 어찌 보면 유통자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자기 손으로 생산하지는 않고,
생산시키는 시스템을 만들어 운영하고 돈의 흐름의 구조를 만든다.
많은 생산자들(제작자, 예술가, 지식인... )이 생산하는 것이 좋아서 생산만 하고 싶지, 유통에까지는 신경 쓰지 않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도 소비자본주의 시대에 자급자족이 불가능한 이 시대에 돈이라는 매개체로 서로 필요한 것을 교환해야 하니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생산만으로도 정당한 대가를 받는 시스템이 이루어지지 않은 한국에서 어찌 보면 유통자들이 돈을 가져가는 구조이니만큼 생산자로서는 한 인간의 삶에 필요한 것을 충분히 구하기 힘든 시대이다.
금융계가 돈의 흐름을 쥐고 있다는 현실은 이미 그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나는 생산자가 되고 싶었다.
생산하는 것 하나 없이 돈이 돈을 낳는 구조를 철저히 알았지만
지구 순환에 내 몸과 뇌를 자원을 잘 활용하여 직접적으로 생산하며 내 삶과 사회를 가꾸고 싶었다.
유통은 그 다음으로 필요한 부차적인 것이었다.
그래서인가.
마케팅과 산업디자인 학업동안 돈을 빨리 긁어내는 방법을 이론적으로는 모르는 바가 아니다.
그런데
아니 그래서인가.
이를 실행하려고 해도 끝에서는 자꾸 내 마음 한켠에서 제동을 건다.
하면 되는 건 아는데, 마지막 부분에서 시동이 안 걸린다.
조금 더 살다 보면 나도 저러고 싶고 이러고 싶을까.
나만 이런 게 아니라는 위로를 받으러 눈을 자꾸 돌린다.
돌리면 또 꽤나 잘 찾을 수 있다!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사회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아도 그럭저럭 맞춰서
그렇게 사는 사람, 혹은 그렇게 살려고 정말로 노력하고 실행하는 사람 또한 많다.
게다가
세상 대부분의, 아니 모든 고전에는 생산자로서 몸과 뇌를 쓰며 자연의 섭리를 따르라고 나와있다.
그렇게 수천 년 전부터 내려오는 우주 원리에 맞는 삶의 방법을 따르며 살다가 죽고 싶다.
인디언들이나 한국의 정말 옛날 고조선 때에는 그렇게 자연의 이치를 알고 순리에 맞게 사는 사회구조였다는데.
직접적인 생산을 하지 않는 상인이 되기보다는
내가 좋아하고 혹은 조금 다른 사람들보다 잘한다고 생각하는 생산자적인 부분을 발휘하여 사는 것이
나를 이렇게 만들어 준 우주에도 사회도 더 도움 되는 것 아닐까.
나 자신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