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은 몸의 일부니까
지금 이 순간을 나중엔 잊어버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나중에 헷갈릴까 봐 적어놓는 것, 이것이 한 때 20대 정도에는 습관이 되었다가
30대 즈음에는 기록하지 않아도 잘 사는 것 같은 생활을 하다가
어이없이 잊어버리는 경우를 조금씩 경험하면서
더욱
지금 이 순간을 어디에 남기고 싶어 한다.
그러면서 그 순간을 만끽하지 못하고, 기록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안 하는 그 생각의 수고를 한다. 차라리 그런 생각조차 안 한다면 그 순간을 만끽할 텐데.
예전에 열심히 돌아다녔던 시절의 사진을 보면, 내가 여길 갔었단 것을 완전 기억 못 하는 경우가 있었어서
놀랐던 때도 있기 때문이다.
이제 폰으로 쉽게 기록을 남길 수 있는 시대,
그래서 사진으로 글로 남기고 싶다가
또 근데 기록하느라 시간 걸리고 그 순간을 놓치니 안 하고...
요 몇 년간 몇십 년간의 그
어디 가도 다들 사진 찍는 추세애 대한 비판에 동의하는 바가 있어서
'나는 되도록 그 현장을 즐겨야지.'라고 다짐하곤 하지만
막상 어딜 가면
이제 사진 찍는 거 너무 간단하니 나도 스마트폰을 들이대고 있다.
요즈음의 이 가을날씨가 또 안 올까 두렵고
내가 단풍구경하러 나온 건 아니지만
이래저래 일 때문이라도 다녀야 해서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는 이 가을날씨,
적절한 온도와 즐거운 색감을
잊지 않고 싶어서 폰카를 들이댔다.
이런 날씨에 그동안 가고 싶었던 몇 군데의 먼 나들이
날씨 나빠지기 전에 내일이라도 그곳들에 가야 하나 하는 생각과
이런 때에 작업실 밀린 것들 얼른 해야지 하는 생각이 동시에 있다.
올해, 2025년 이 가을, 내년에도 앞으로 수년간 매 년 있었으면....
스마트폰 없던 시절,
사진 찍은 것을 필름 현상하고 사진첩에 넣어
추후 그걸 보며 즐기곤 했는데
그런 게 기록이었고, 나머지는 뇌에 저장하고 잊고 혹은 말로 다른 사람에게 얘기해 주는 정도로 기억을 나누었는데
요즘은 어떨까?
그냥 폰에 남기고 가끔 보며 즐길까?
이걸 매일 어디에 따로 저장하고 발전시킬까?
나는 매 순간 그렇게 사진을 금방 찍는 것이 습관이 안 되어있지만
그럼에도 찍은 사진들은 폰에서 정리가 안되고
그것들마다 할 말들이 마구 생각나서
이렇게 하나하나 글을 같이 작성하니
순간 기록이 간단하고 습관 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또한 시간을 들이는 작업인데
그래서 기록 자체가 일상이지만 일상이 아닌 일상인데.
이는 내 뇌를 벌써 못 믿는 현상의 일환이다. -
나이에 따른 뇌 기능 감소를 믿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