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돈 지금 조금만 쓸게. 나머지는 너네가 내는거지?
대부분의 우리들은
싸게 구매하는 행위가 현명한 소비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 싼 값에 사면, 혹은 물건 값을 깎아 사게 되면 뭔가 소비에 성공했다는 성취감까지 얻는다. 심지어는 싸게 샀다고 자랑한다. 많은 대화들에서, 어떤 제품이 어디가 더 싸네 비싸게는 대화거리가 되는데, 그것이 기능이 더 좋네는 둘째가 되기 십상이다. 그게 왜 싼지는 모르면서 그냥 싸서 샀다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행사 같은 걸 종종 함께 진행하는데, 공금이다 보니 가격을 싼 것을 사야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이런 기능이 있어서 이걸 샀다고 설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커피를 구매하려면 공정무역 커피는 비싸다고 설득력 없고,
현수막도, 친환경 현수막은 설득력 없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행사 기획자들은 구매와 설치까지는 헌신하는데 폐기과정은 성과에 반영되지 않아서 그런지 폐기까지는 신경쓰지 않는다. 아니 그럴 필요가 딱히 없다. 쓰레기 처리는 남이 하는거니까. 심지어 당장 비용도 별로 안드니까. 들어도 자기 부서 돈도 아니니까...?
구매시 고려대상인 가격.
그 싼 가격이 왜 싼지는 고려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그 생산과정에서 생기는 뒷 비용에 대한 책임을 우리 모두에게 전가시키는 것을
1.모르거나.
2.좀 알아도 남들 다 안 하니까 귀찮아서 안 하거나.
3.잘 알아도 내가 책임지기 싫어서 안 한다.
이다.
먹거리에 관해서도 마찬가지.
그리고 심지어 유기농이나 동물복지 어쩌고 그런 건 비싸서 못 먹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사실 싼 음식이 불합리한 것이지 원래 음식은 구하기 어렵고 비싼 것이 맞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옛날에는 음식이 다 진짜여서, 먹으면 약이고 거기에 영양가가 다 있었다면
지금 음식들은 재배할 때 (농)약을 먹고 자라 영양소도 부실하고 그걸 먹은 인간은 살만 찐다.
사람도 어려서 좀 다치고 병 들어보면서 면역력이 강한 사람이 튼튼한 것 아닌가. 어려서 약 많이 먹고 오냐오냐 큰 사람은 영양가가 없다. 식물 재배의 농약은 더 심하다. 병도 들지도 않았는데 약 먹여서 키운 식물은 외관은 멀쩡한데 내실은 부실하다. 심지어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외관도 부실하여 예쁘게 보이도록 또 약을 먹인다. 이런 식물을 인간이 먹으면서 이제 정말 예전과 같은 식재료는 없는 것 같다.
그러니
그나마 최대한 자연의 섭리에 의해 키워진 것들은 구하기 어려운 것이 맞는 것 아닐까?
예나 지금이나 먹을 것이라는 건 귀하고 항상 부족하다.
그게 지구안의 자원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국 70년 대에는 정부 산업화 정책에 의해 '관행농'법이라는 것이 생겨서 약과 비료를 주는 방식이 생겼다면, 이제 그것에 반하고 땅을 살리는 농법을 실천하는 농부들이 늘어나고 있다. 만일 내 몸과 이 세상 모두의 터전을 생각한다면 이들을 응원하고 이들이 생산하는 농산물을 사 주어야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그동안의 관행농법으로 재배한 농산물 가격에 익숙한 우리에게, 이 자연적 농법의 재배물은 당장에는 비싸게 보일 수 있지만 그게 더 싼 것이라는 인식이 생겨야 한다. 자꾸 우리 지갑에서 돈을 끌어내려는 일반 마케팅에 눈 돌아가지 말고, 그건 그저 즐기기만 하고,
정당한 가격, 아니 엄밀히 말하면 더 싼 가격을 주고 자연과 함께 사는 것이 맞다.
대량생산 시스템을 조금 살펴보면, 비용최소화로 이윤극대화 하는 방법의 대부분은 노동비 절감과 시스템 자동화, 재료비 최소화이다. 여기서 재료비 절감을 위해 어떻게 지구자원을 꺼내어 쓰는지, 인건비 절감을 위해 어떻게 인력을 사용하는지 인식할 수 있다.
지금 우리 주변 모든 생산시스템이 그런 건 아니지만, 대부분이 그렇게 이루어져 있다.
그렇게 보면
우리가 저렴하게 사는 물건의 대부분은 지구자원과 노동력을 '착취'한 가격이고
그 비용은 결국 뒤에서 몇 배로 감당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살면서 있는 환경이 대부분 그러니 완전 거부할 수는 없겠지만, 내가 선택해야 할 때에는 딱히 그걸 선택해야 할 이유가 없다. 많은 이들이 그런 건 비싸다고 하는데
싼 것에 익숙해져 있다는 생각을 해 봐야 할 것이다.
그게 외부효과라고, 뒤에서 더 부담하게 되는 눈가림 방법이라는 걸
조금 생산방법 알아본 사람이라면 그런 용어 들어봤을 것이다.
어차피 나중에 뒤에서 더 크게 이자 붙여 갚아야 할 바에야 지금 일시불로 처리하고 싶다.
죽을 때 빚진 채로 죽으면 다음에 빚 갚도록 태어난다는데.
아...
나 또 태어나기 싫어.
그리고 이런 시각으로 보면
사람들이 싼 걸 살 때, 아니 사서 오래 쓰면 그나마 괜찮은데 그걸 쉽게 버리는 걸 볼 때
저 뒤처리를 남한테 시키고 그걸 자기는 모르는 걸 보면
어린애 같다.
자기 대소변 못 가리고,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지지 않는 나이에는 보호자가 필요하다.
우리 대부분 성인들은 자기 부산물에 책임을 지지 않도록 훈련되어 온 것 아닐까.
그래서 아직 우리는 철이 안 드는가 보다.
성인은 자기 말에 행동에 책임을 져야한다고 한다면
자기가 낸 그런 무형의 아웃풋 뿐 아니라
유형의 아웃풋 - 대소변, 쓰레기 등- 에도 책임을 져야 성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철 든 성인.
...
나나 잘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