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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향 Sep 01. 2021

쫄지 말고 그냥 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모아나>, 올림픽과 <욕구들>

 “생각이 길면 용기가 없어진다”. 이번 올림픽에서 기억 남는 단 한 문장을 꼽자면 이 문장이다. 생각을 할 수 있을 때까지 하고, 그 생각에 지쳐 충동적으로 선택을 하곤 하는 나는 늘 스스로 용기가 없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더 깊이 생각하고 더 나를 들여다보면 용기가 생길 줄 알았다. 근데 “쫄지 말고 그냥 쏴”라고 말하는 안산 선수를 보며 알았다. 용기는 그냥 쏘는데서 나오는 거라는 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치히로는 평범한 여자아이이다. 어느 날 부모님과 함께 간 여행지에서 갑자기 부모님은 돼지로 변하고, 이상한 세계에 들어가게 된다. 치히로는 모든 것이 두려워서 울기도 하지만, 유바바를 찾아가 용맹하게 일을 달라고 말한다. 치히로는 그 세계의 다른 존재들과 다르게 편견이 없이 오물신과 가오나시를 대하고, 묵묵히 자신의 할 일을 성실히 해내고, 그렇기에 그 세계의 다른 존재들과 다르게 자신의 이름을 잃지 않고 빠져나온다. 이 영화를 여러 차례 보았지만 이번에 보았을 때는 유난히 치히로의 단단한 눈빛이 기억에 남았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스스로를 잃지 않는 것에 대한 이야기라면, <모아나>는 스스로를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망망대해에서 “나는 모투누이의 모아나다”를 수없이 외칠 만큼 불안하고, 스스로를 계속 의심하게 되지만 그래도 나아가 마을을 구하고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유바바 앞에서도, 괴물로 변한 가오나시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치히로의 눈빛과 두려워하면서도 계속 나아가는 모아나를 보면서 나는 용기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스스로를 믿는 마음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캐롤라인 냅의 <욕구들>에서 “나는 수년간,  자신의 열정을 따르면 뭔가 나쁜 일이 일어날  같은 느낌을 품고 있어요.”라는 문장을 보고는 너무나 공감하다 못해 슬퍼 밑줄을 세게 그었다. 용기란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끊임없이 외부에서 조언을 듣고, 나의 욕망을 검열하는 자세에서 나오지 않는다. 용기는 흔들리지 않는 눈빛으로  안에서 우러러 나오는 것을 믿고 ‘쫄지 않고그냥 쏘는 자세에서 나온다.   에 본 신점에서 선륜 도사님은 나에게 30대는 마음 가는 대로  수록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30대의 나는 여전히 스스로의 욕망을 두려워하겠지만, 그럴 때마다 어떤 눈빛들을 떠올릴 것이다. 생각은 짧게, 용기는  크게, 단단한 눈빛으로 나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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