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형당뇨로 22년째 살아가는 중
리브레 혈당 측정기에 핸드폰을 갖다댄다. 두 번의 진동과 함께 나의 혈당이 화면에 찍힌다. 결과는 289. 인슐린 주사를 맞은 후였지만 여전히 높다. 물론 주사의 효과는 주사를 맞은 후 10~30분 정도 걸린다. 그런데 마음은 괜히 더 계속 조급해지고 예민해지고 불안해지게 된다.
인터넷 어디선가 읽은 부분, 180의 고혈당이 몇 년만 지속된다면 합병증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언젠가 읽어본 고혈당의 합병증, 녹내장 마음 속에 여러가지가 떠오른다. 그리고 옆에 있는 사람에게 짜증을 내게 된다. 나를 누구보다 걱정해주고 사랑으로 염려하는 사람에게.
“내가 알아서 할게. 그런 원인이 아냐. 내 몸은 내가 알아.”
고혈당이 왔을 때에는 괜히 뾰족하고 예민해지고 짜증을 내게 된다. 결국 무서워서 그런 것이다. 공포나 두려움, 무서움의 감정을 느낄 때 우리는 더 예민해지고 작은 것에도 반응을 하게 된다. 나는 고혈당이 무섭다. 아직 기미도 없는 합병증이 무섭다. 내가 훗날에 사랑하는 사람의 짐이 될까 두렵다.
이는 결국 내가 짜증을 내는 상대와 이어진다. 내가 예민하게 굴고 짜증을 내는 상대는 곧 내가 너무 사랑해서 짐이 되고 싶지 않은 그런 상대이다. 기억하자. 무서움과 두려움은 내 옆 사람에게 버림받고 함께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그렇다면 내가 예민해야 할 부분은 그 사람이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조치를 다 했다면, 이제 남은 것은 기다리기 뿐이라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 예민하게 굴고 짜증내지 말고 성숙하게 행동해보자. 오늘도 새로운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