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준 2021년도 가장 좋았던 광고
https://www.youtube.com/watch?v=D4fW7eLXlD8
연말이 되고 그동안 보았던 광고 중에 무슨 광고가 가장 기억에 남았는지 되새겨 보았다. 그 때, 떠올렸던 광고가 '의자위, 인생은 진행중' 시디즈의 60초짜리 광고였다. 왜 이 광고가 기억에 남았을까? 딱히 유명한 모델이나 광고 음악이 나왔던 건 아니었는데, 전체적으로 광고 답지 않게 담백한 어조와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나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는 카피가 나왔기 때문에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이 광고는 전체적으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의자에 앉아 있는 장면이 나온다. 시험을 앞두고 공부하는 수험생, 면접을 보는 취준생, 세상에 태어나 걸어본지 얼마 되지 않은 아기, 등등. 그리고 이 사람들은 의자에 앉아서 인생의 중요한 순간을 맛보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 나오는 광고 카피 '의자 위, 인생은 진행중'은 결국 사람들은 대부분 의자 위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다. 나는 이 마지막 문구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광고에 나오는 수험생, 취준생, 아이디어를 짜내기 위해 고민하는 사람의 모습은 내가 인생을 살면서 겪은, 혹은 겪게 될 모습이었다. 그들과 나를 '타자'로 취급하지 않고 같은 처지의 사람으로 마음에 들여놓고 나니, 나 또한 인생의 대부분의 시간을 의자 위에서 보낸다는 걸 깨달았다. 내게는 한번 밖에 없는 인생을 보내는데 아무 의자 위에서 보낼 수 없지, 생각이 들면서 광고 속 인물들과 의자가 한데 어우러져 보여서 자연스럽게 시디즈의 이미지가 각인이 되었다.
그리고 또 좋은 점은 중간에 게임에 몰두한 인물이나 비행기를 조종하는 인물이 여성이었다는 점이었다. 이게 뭐 그리 특별해 보이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보통 광고에서 게임을 하는 인물이나 비행기를 조종하는 인물들은 남성으로 등장한다. 최근 파란을 몰고 온 '서울우유' 광고 사건을 겪고 나니, 성고정관념을 깨려는 이런 광고 하나하나가 소중하게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광고 영상 분위기나 음악이 잘 맞아떨어진게 이 광고를 기억한 이유였다. 해당 음원은 광고 음원이 아니라 그냥 들어도 좋을 것 같은데, 시디즈 측에서 광고로 쓰기 위해 아예 제작한 음원인 것 같았다. 광고 음악과 나레이션에 공을 많이 들인 느낌이 났다.
아예 윤종신이나 김이나를 주인공으로 한 광고 시리즈도 있는데, 이 모델들은 공통적으로 의자에 많이 앉아 있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1분 내지의 간략한 영상에서 각 모델마다 얼마나 많이 앉아 있는지, 앉아 있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인터뷰처럼 보여주면서 자연스럽게 그들의 전문적인 모습과 시디즈 의자의 이미지와 동질화하려고 하는 시도가 좋았다.
한마디로 말하면, 시디즈 광고는 광고가 아니라 평범한 인물이 의자에 앉아서 보내는 삶의 일부분을 담아놓았다는 느낌이 든다. 그게 이 광고의 매력이다. 남들이 보기엔 조금 슴슴할 수도 있지만, 의자란 원래 그런 존재가 아니겠는가? 외로우나 괴로우나 나의 삶을 지탱하는 존재. 그런 의미에서 시디즈의 의자와 이 광고는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