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쓰는여자 Dec 02. 2022

거짓으로? 솔직하게?

공기업 면접 1.

14년 전.



"목소리가 왜 그런가요? 감기 걸렸나요?"

-네. 감기 걸려서 그렇습니다. 


"합격하면 지낼 곳은 마련되었나요?"

-네. 고모댁에서 지낼 겁니다. 


"남자 친구는 있나요?"

-없습니다. 






최종 6명이 합격했다. 회사의 새로운 일꾼이 된 것이 마냥 좋았던 우리는 서로의 호구 조사를 시작으로 친분을 쌓아갔다.


열흘이 지나고 스무날이 지나는 동안에도 같은 조에서 최종 면접을 봤던 동기의 감기 걸린 목소리는 나아지지 않았다. 


"감기가 안 떨어져? 따뜻한 차라도 좀 많이 마셔보지 그래?"

"응. 원래 내 목소리야."


'아. 그렇구나.'






11월 말에 입사를 했던 탓에 곧 송년회를 맞이했다. 입사 교육을 받으면서 재롱잔치를 기대하겠다는 선배들의 압박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모여서 노래를 정하고 안무도 짜고 춤 연습도 했다. 


"오늘은 우리 집으로 갈까?"

"고모 계시는데 괜찮아? 그냥 우리 집에 가자."

"나 혼자 살아."

"면접 때 고모집에서 살 거라고 하지 않았어?"

"뻥 친 거지. 그걸 믿었어?"


동기 6명 중에서 가장 참해 보였던 그녀였다. 


 



"언니, 남자 친구 소개해 줄까?"

"나 남자 친구 있는데?"

"그래? 면접 때 없다고 들어서 친구 소개해주려고 했더니."

"어이구 이 순진이. 언니 남자 친구 있습니다."

"그래."


이건 뭐지.

이건 또 왜 거짓말이야?





업무 관련 전문 지식을 다루는 문제가 나왔다. O, X 퀴즈였다. 


5명 모두 O라고 대답했다. 


입사 교육을 받으면서 알았다. 그것의 정답은 X였음을.






"합격하면 지낼 곳은 마련되었나요?"

"회사 근처에 자취방을 구할 계획입니다."


"남자 친구 있나요?"

"네. 있습니다."

"직업은 뭔가요?"

"군인입니다."

"군인...... 멀리 있나요? 남자 친구 근처로 갈 계획은요?"

"2시간 거리에 있습니다. 남자 친구가 제 근처로 오려고 준비 중입니다."



이것은 내 답변이었다. 대답을 하면서 '나만 집이 없네.' '나만 남자 친구가 있나 봐.' 생각했었다. 






우리 동기 6명은 1차, 2차 면접에서 모두 만났던 사이다.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서류 합격자 수험 번호가 290번대 까지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6명이 한 조를 이뤄 1차 면접을 봤었는데 우리 조에는 최종 합격자의 3명이 포함되어 있었다.


2차 면접 때는 5명이 한 조 였고 우리 조에서 4명이 합격했다. 딱 한 명만 대기 합격자 명단에 올랐다가 우리가 입사하고 한 달쯤 후 다른 지역으로 발령받았다. 전원 합격한 셈이다.






죽음의 조들을 물리치고 부활의 조가 된 우리 동기들. 

정말 궁금해서 물어봤다. 


"왜 다들 삼촌집, 고모집에 산다고 그랬어? 남자 친구는 왜 또 없다 그랬고?"

"그냥. 원래 다 그런 거지."


'아, 그렇구나.'


알 수 없다. 

거짓을 고하든 사실을 고하든 그게 정답이든 아니든.


그냥 내가 말하고 싶은 대로 자신감 있게 말하면 그게 정답인가 보다.















 


  






매거진의 이전글 앵무새 같았던 그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