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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여자 Dec 03. 2022

그래서 나는 다가오는 월요일에 법원 경매장으로 간다.

작정하고 투자자 1. 

8번을 샀다. 

일반 매매, 경매, 공매 모두 섞여있다.

돌아오는 월요일은 9번째 집을 낙찰받는 날이다. 

'받고 싶다 X, 받는다 O'

법원을 들락거리며 살게 될 줄이야. 


입찰금을 준비하러 은행에 가려고 챙기면서 스킨을 바르려고 거울을 봤다. 

슬며시 웃고 있는 거울에 비친 모습이 마음에 드는 날이다.  

이 어렵고 힘든 시기에 집을 사려고 하다니 결단 있는 모습도 마음에 든다. 


이번 물건에는 대출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된다. 

이렇게 금리가 치솟을지 알고 올초에 집을 처분했겠는가. 

분명 그건 아니다. 

운이 좋았다.

하지만 운도 준비하는 자에게 온다고 믿는다.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자 거침없이 팔아버렸다. 


내가 백수가 되고 그의 수입에 의존하는 외벌이가 되었다.  

그의 어깨가 무거울 법도 하다. 

내색하지 않는 그에게 고맙다.


그가 벌어오는 고정 수입과 지출로 대차대조표를 작성하면 마이너스다.  

가계부가 아니라 왜 대차대조표냐고 묻는다면 그와 나의 마인드는 1인 기업가라고 적고 싶다. 

이미 내 마음엔 기업을 설립했으니 기업가가 맞지 않은가. 


매도하고 생긴 목돈의 일부를 뚝 떼어내서 생활비 통장에 넣었다. 

그저 그냥 필요한 만큼만 조금씩 사용 중이다.

크게 덩어리로 사용하진 않는다. 

사치는 그와 나의 영역이 아니다.  

그래서 아직 목돈의 형태가 뭉개지진 않았다. 


부스러기가 만발하기 전에 좋은 투자처를 찾고 싶었다. 

기다리는 날이 다가온다. 

월요일 낙찰의 행운이 그와 내게 닿기를 바란다.


경매는 내가 빼앗아 오는 게 아니다. 

나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경매의 사전적 정의는 이러하다. 


'법원에서 채무자의 부동산을 압류한 다음 경매하여 그 대금으로 채권자의 금전 채권을 충당하는 강제 집행'


쉽게 생각하면 돈 빌려간 사람이 원금과 이자를 갚지 않으니 법을 이용하여 돈을 돌려받고자 하는 것이다.

돈 빌려간 사람의 의중과 상관없이 부동산을 강제로 처분한다. 

그 일을 법원에서 경매로 진행한다. 

압류된 부동산이 마음에 드는 사람은 법원에 가서 원하는 금액을 적고 사 오는 것이다. 


거래를 법원에서 하느냐 공인중개사무소에서 하느냐 그 차이만 있을 뿐 다를 게 없다. 

물론 채무자에겐 딱하고 안타까운 사연이 있을 테다. 

그렇다 하더라도 남의 것을 빌렸으니 갚아야 한다는 전제는 변하지 않는다. 


경매는 합법적인 절차다. 

나도 처음엔 경매에 대해 안 좋게 생각했다. 

안 그래도 돈이 없어 어려운 사람을 내쫓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런데 역으로 생각해보니 돈을 빌려주고 못 받는 사람은 무슨 죄인가. 

내가 부동산을 취득함으로 인해서 채무자의 빚을 정산해주는 거다.

머리로는 이해가 됐지만 마음은 이해되지 않던 시기도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나쁠 게 없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보증금을 준비해서 공인중개소로 찾아가느냐.

입찰금을 준비해서 법원으로 가느냐.

사는 사람의 기호에 따른 선택 일 뿐이다. 


그래서 나는 다가오는 월요일에 법원 경매장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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