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 주인 일기 1.
저녁 늦은 시간 대표 번호로 등록된 전화기가 울린다.
"엄마, 304호 OOO님인데?"
내게로 전화기를 들고 걸어오는 아이에게 안방에서 큰 소리로 말한다.
"전화기 아빠한테 가져와 줄래?"
늦은 시간이라 물이 쏟아지거나 하수구가 막혔거나 또 다른 어떤 큰일이 아닐까 싶은지 직접 나선다.
호실 번호만 떠도 심장이 콩콩 거리는 건 아직도 건물 관리에 대한 낯섦이 한가득이라 그런 걸 테지.
전화를 받는 남편의 음성을 멀리서 들어보니 다소 차분하다.
아주 급박한 일은 아닌가 보군.
'휴, 다행이다.'
안도의 한숨을 한 번 내쉬고 내 할 일을 했다.
수화기 너머의 이야기를 한참 듣고 있더니 인사를 건네고 끊는다.
내부에 당장 처리해 줄 일이 없는 전화는 뭘까. 무척이나 궁금하다.
"뭐야? 뭐래?"
"옆 방에서 게임을 하면서 계속 말을 하나 봐. 조용히 해달라고 얘기 좀 해 달래."
"소리가 많이 들린대?"
"낮이고 밤이고 새벽이고 할거 없이 게임을 하는데 말하는 소리가 좀 크고 잦았나 봐."
"잘 얘기해야지. 근데 게임을 하면서 말을 하는구나. 그건 또 몰랐네..."
문제는 소음이었지만 내게 소음 따위는 중요치 않다.
주의해달라고 부탁하면 분명 조심하려고 노력하고 공손하게 대답할 학생이라는 걸 나는 안다.
허나 따뜻한 봄기운이 가득한 4월의 햇살을 가만 내버려 둔 채 방 안에서 컴퓨터와 시름하고 있을 그 모습이 눈에 훤해서 마음이 무겁다.
12월도 금방 올 것 같은데 괜히 내가 조바심이 난다. 졸업까지 2년도 채 남지 않았을 텐데...
너무 미래지향적인 발상인가.
머리 식힐 겸 게임도 하면서 책도 읽고 따뜻한 봄 햇살을 쥐어도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대학생활을 보냈으면 좋겠다.
304호 옆 방 학생이 꼭 그랬으면 좋겠다.
나의 오지랖이 발동하는 건 혹여나 학생이 지금 이 시간들을 후회와 자책으로 되돌아볼까 봐 그렇다.
헌데 결혼을 하고 아이 아빠가 되어서 우리 집을 떠올렸을 때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게임을 실컷 했던 최고의 순간'으로 떠올릴 수도 있는 거 아닌가.
나의 오지랖이 경계선 없이 오락가락이다.
게임을 하든, 잠을 자든, 책을 읽든, 노래를 부르든, 공부를 하든, 연애를 하든.
그게 뭐가 됐든 최선을 다하면 그것도 최선을 다한 하루니까.
응원한다.
304호 옆 방 학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