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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횸흄 Oct 07. 2024

내겐 너무 아름다운 그녀

사랑에 빠지면 평생의 가치관도 무용한가 사랑은 그 정도로 위대한가 그 정도로 위험한가 아니 자기를 부정하는 행위를 사랑이라고 불러도 좋은 건가 그저 뇌의 작동 오류는 아닐까, 그런 생각은 남의 생각 나는 그냥 기네스펠트로가 아름다웠고 그런 사랑도 아름답다고 느꼈다 그런 사랑을 받아보고 싶었다

타인의 눈 타인의 판단 타인의 말이 곧 나였던 시절이었다

타인의 눈 타인의 판단 타인의 말을 줄곧 거부하던 시절 다음에 온,

좋은 말 좋은 평가 좋은 대접을 교묘하게 얻어내 그 눈을

내 눈에 심어 스스로를 아름답다고 세뇌하던 시절이었다

뇌가 얼마나 손쉽게 작동하는지 얼마나 손쉽게 변심하는지 눈치를 챈 건 사랑하는 사람의 말이 아니었다 사랑은 뇌만큼이나 말로 속이기 쉽다 다른 이의 행동도 아니었다 타인은 나에게 나만큼 관심이 없다 내가 더이상 기네스펠트로가 아니라 로즈메리라고 느낀 것은 거울조차도 눈치채지 못한 일이었다 거울 앞에서 거울 속에서 나를 바라보는 건 나를 속이는 두 눈 뿐이었다 눈속임으로 아름다움을 치장하던 매일매일에 균열이 생긴 건

어쩌다 눈길을 벗어나 마주보는 거울 속의 내 등을 바라봤을 때

타인의 눈 타인의 판단 타인의 말이 곧 나였던 시절은 짧았다 (그런 것에 좌우되는 사람이고 싶지 않았다)

그보다 오래오래 나를 속이는 나의 눈 나의 판단 나의 말이 있었다 (그것이 단단한 내면이라고 믿었다)

나의 등을 외면하고 매일매일 오래오래 행복하게 지낼 수도 있었다 (기만이라는 것을 알고도 모른 체 했다)

돌아보는 눈에는 등이 보이지 않는다 (거울로만 보이는 등은 추했다 그것만이 진실이다)

등에는 눈이 없어 나를 속이지 못했다 눈을 감아버릴까? (실제로 눈을 감고 한참을 행복하게 지냈다)

두번째로 거울 속에서 내 등을 바라봤을 때 눈은 속이지도 가리지도 못했다 속수무책

내게만 너무 아름다웠던 그녀가 사라져버렸다 아름다운 그녀가 떠난 자리에 다른 사람이 있었다 매일매일 다른 사람이 있다 가끔은 아름다웠던 그녀가 찾아오기도 한다 오늘 아침엔 시간을 잊은 그녀가 찾아왔었다 바쁜 시간에 아주 느릿하게

1) 영화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에서 외모지상주의였던 남자 할은 뚱뚱한 로즈메리에게 반해 기네스펠트로의 모습으로 그녀를 바라본다. 나중에 그 환상은 깨어지지만 그들은 여전히 사랑한다. 그 영화를 살면서 자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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