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70원짜리 침대 트레이에서 다시 의자와 책상으로 돌아가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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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절 사고, 위기를 기회로]
1) 골절 수술 후 28일 동안 바깥에 나오지 못했다. 병원에서는 괜찮았는데, 집에 오니 사고의 현실이 무겁게 다가왔다. 걷기를 너무 좋아했던 나에게 별다른 노력 없이 매일 10,000보씩 걷던 일상이 꿈같았다. 바깥공기가 그리워 눈물이 났다. 책을 읽으려 해도 집중이 안 되고, 영화조차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2) 침대에서 내려가는 것도 고된 일이어서, 유튜브와 릴스를 보니 한 달이 넘게 지나있었다. '무기력'에 관한 영상을 다 봤지만 공감이 하나도 안 됐다. 그 와중에도 365일짜리 달력을 사서 벽에 붙였다. 매일 아침에 일어나 샤워를 하고 체크 표시를 했다. 이제 샤워는 귀찮은 일이 아닌 감사한 일이 되었고, 11월인 지금까지도 기록하고 있다.
3) 창밖으로 예쁘게 핀 벚꽃을 보고 목발과 함께 처음으로 집 앞 한강에 갔다. 원래 5분이면 가는 곳인데, 겨드랑이에 멍이 들 것 같은 아픔을 참고 30분 동안 쉬다 걷다를 반복했다. 왼발을 온전히 딛지 못한 채 한 걸음씩 내딛는 것이 얼마나 큰 용기인지 그때 알았다.
4) 벤치에 비스듬히 앉아 이제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고 마음속으로 외쳤다. 두 달 동안의 병가를 어떻게 완벽히 보낼지 고민하던 끝에, 회사 다닐 때 하지 못했던 것들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그렇게 사업가도, 프리랜서도, 이젠 직장인도 아니지만 셀프디깅과 하이아웃풋클럽(HOC)을 시작했다.
[인스타, 내 기록 역사를 함께한 플랫폼]
1) 인스타는 2018년에 파리에서 처음 시작해, 2년 안 되는 시간 동안 스토리만 5,000개 넘게 올렸을 만큼 내 기록 역사의 유일무이한 창구가 되었다. 단순히 사진만 올리는 게 아닌, 그때그때 기획한 주제로 나만의 코너가 있었다. 내 일상과 생각을 매일같이 공유하고 소통하니 정말 많은 친구들과 추억을 쌓으며 친해졌고, 휴학하고 친구들 집을 대륙별로 연결한 루트로 세계여행까지 다녀오게 해줬다.
2) 복학하고 코로나가 터지면서 시간이 생겨 처음으로 공개 계정들을 만들어서 운영도 해봤다. 콘텐츠도 꾸준히 올렸고, 1,000 팔로워나 좋아요 500개를 금방 달성하기도 했다. 내가 순수하게 재밌어서 열심히 했다. 취업 후 바빠지면서 점점 유령 계정이 되어갔지만, 다이어리에는 몇 년째 항상 '사진 정리 & 업로드'가 투두로 남아 있었다. 13기 활동을 통해 다시 정리를 시작해 꾸준히 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HOC를 통해 배운 삶의 태도]
1) 하지만 현실은 이상과 꽤나 달랐다. 정해놓은 결론을 달성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시도들을 통해 계속 목표를 수정해 나가는 거였다. 뛰어서 한강을 가던 때를 그리워하며 하염없이 누워있기보다, 목발을 짚고서라도 한 걸음씩 나아가는 연습을 하는 게 더 의미 있듯이 말이다. 4주라는 시간은 정말 쏜살같이 지나가기 때문에, 고민만 하는 시간이 길면 손해일 수밖에 없다.
2) 초반에는 사업가도, 프리랜서도 아닌 애매한 정체성에 혼자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다. 세션에 열심히 임했지만 자기소개가 명확하지 않아서인지 커피챗도 한 번도 안 해봤었다. 어렸을 때부터 서로 피드백을 하는 모임을 많이 했었다. 그래서 처음엔 큰 기대를 안고 몇 시간씩 준비했지만, 모두의 온도가 다르다는 걸 알고 나니 나도 점점 힘이 빠졌다. 설상가상으로 과거의 시점으로만 기획하던 내 릴스는 점점 지루해져 갔다.
3) 그러던 중 3주 차쯤 한 매니저님이 터닝포인트가 되어주셨다. 그분의 피드백 시트에는 다른 사람들을 진심으로 돕고 싶어 하는 마음이 가득했다. 내 작은 그릇을 반성하게 된 순간이었다. 표면적으로는 남을 위한 피드백이지만, 그 과정에서 쏟은 시간과 노력은 결국 나 자신도 성장시킨다는 걸 배웠다. 그릇이 커지려면 깨져야 한다. 혼자 갇혀서는 절대 깨질 수 없겠지만, 이때 받은 영감과 에너지가 나를 해낼 수 있는 사람으로 진화시켰다.
4) 마지막 피어 리뷰는 어쩌다 보니 매니저님과 단둘이 하게 됐는데, 오히려 그 덕분에 처음으로 콘텐츠에 대한 진정성 있는 대화를 나눴다. 퍼스널 브랜딩에 관한 고민 끝에, 300개가 넘는 인스타 게시물을 과감히 보관처리했다. "나는 이 커뮤니티와 결이 맞지 않나?"라는 고민도 내려놓았다. 모두가 나를 좋아하고 인정해 주지 않아도 상관없으니, 내 솔직한 이야기를 하기로 결심했다. 이게 내 계정에서 가장 큰 시도이자 도전이었다.
[매일의 기록이 만들어낸 변화들]
1) 기수가 끝나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주 7일씩 글을 쓰고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런 형식의 글은 올해 처음 써봤던 거라 그런지 '내가 이런 생각도 하고 이런 주제까지도 다룰 수 있구나' 하는 뿌듯함이 생겼다. 세이프존 안에서 한계 없는 자기표현이 가능한 HOC의 환경 조성에 감사한 날들이었다.
2) 솔직히 말하면 초반만 해도 팔로워 중 HOC 멤버가 많지 않아서 아쉬웠다. 그래서 슬랙에 혹시 놓친 인연이 있을지 궁금하다고 용기 내서 셀프 홍보를 올리기도 했다. 그렇게 기수가 끝난 지 한 달이 지나서야 벙개 참여와 커피챗도 하나씩 시작했고, 사람들을 알아가는 게 순수하게 재미있어서 활동을 열심히 했다.
모든 활동이 내겐 기억에 남는 '시도'였다. 그 시도들이 쌓여 동기부여가 되고, 성취감과 성장으로 이어졌다.
[6개월 동안 깨달은 변화의 순간들]
어떤 시도든 최소한 1) 좋은 사람, 좋은 대화, 좋은 시간 2) 내 삶에 적용해 볼 수 있는 배울 점들 중 하나를 선물해 줬다.
성실함과 꾸준함이 특별한 능력임을 깨달았다. 태도보다 똑똑함을 선망하던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무모하더라도 일단 도전하고 기록하는 습관이 나만의 서사를 만들었다. 지금의 내 모습을 더 사랑하게 됐다.
'버티기'뿐 아니라 '즐거움'을 고려하여 선택한 일들이 쌓이니, 가치관이 좋은 쪽으로 바뀌었다.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것을 약점이 아닌 강점으로 승화시켰다. 뾰족하지 않다고 자책하기 전에, 더 넓은 세상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되었다.
사람들과 어울리며 오히려 나 자신을 더 잘 알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에 대한 탐구를 피하지 않게 됐다.
개인적인 이야기로 마음에 울림을 주거나 & 유익한 정보로 터지는 콘텐츠까지 제작해 본 경험이 생겼다.
올해 처음 시도한 형식의 글쓰기가 새로운 나의 키워드가 되었다. 앞으로 더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지 기대하게 됐다.
블로그, 브런치, 글 배송, 공모전 출품 등 인스타가 아닌 다른 채널로 표현의 영역을 넓히기 시작했다.
오랜 취미인 사진을 더 좋아하게 됐다. 몇 년 동안 미뤄오던 사진 정리를 애정을 가지고 다시 하고 있다.
커피챗, 벙개, 세션 등을 통한 멋진 멤버들과의 만남이 서로를 응원하는 힘이 되었다.
마케팅, 브랜딩, 사업에 대한 인사이트가 늘었다. 언젠가 내 것을 할 때 적용할 거리들이 생겼다.
많은 전문가분들 덕분에, 병가와 퇴사 후의 기간이 배움의 시간으로 채워져 지루하지 않았다.
그 당시의 나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던 것처럼 보였다. '성장'이라는 홍보에 이끌려 HOC에 들어왔지만, 역설적으로 이제는 그 단어 자체에 집착하지 않게 되었다. 대외적으로 보이는 '성장'이 없더라도 괜찮다는 걸 알게 됐다.
매일의 작은 시도들이 모여 조금씩 다른 모습의 나를 만들어냈고, 한계를 깨는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다. 내게 성장이란 결국 시도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이 모든 도전을 해낸 지금의 내가 마음에 들고 자랑스럽다.
[길고 긴 회고를 마치며…]
내 20대의 발자취들 - 대학생 시절의 각종 동아리, 대외활동, 스터디, 알바, 파리 교환학생, 세계여행, 인턴부터, 밀도 높은 협업의 연속이었던 3년간의 직장 생활, 그리고 지금의 커뮤니티들까지. 쉴 새 없이 사람들과 함께했던 이 모든 순간을 관통하는 레슨런은 딱 하나인 것 같다.
'사람의 진심은 절대 카피할 수 없다'는 것. 그게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내가 최선을 다해 작은 거라도 시도해 보려는 이유다. 이 시도들이 모여 나를 전혀 예상치 못한 목적지로 데려다주는 과정이 즐겁다.
물론 앞날이 두렵지 않다면 당연히 거짓말이다. 의미 없는 진로 고민만 되풀이하고 막상 행동은 하지 않는 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질 때도 많다. 하지만 예상보다 훨씬 긴 골절 회복기를 보내며 긍정의 힘을 배웠다. 인생이란 내가 쉽게 '망했다'라고 단정 지을 수 있는 여정이 아니더라. 오히려 불완전하기에 더 채워갈 수 있는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게 홀로 심사숙고한 끝에, HOC와 함께 20대의 마지막 연말을 보내기로 했다. 6개월이 지나 다시 도전하는 만큼, 더 다양한 콘텐츠를 쌓아가고 싶은 바람이 있다. 회복기가 끝나면 언젠가는 현생으로 돌아가겠지만, 지금은 내 선택을 믿고 원 없이 시도하고 기록하려 한다. 무조건적인 응원의 힘을 믿으며.
콘텐츠/인스타그램
4-5월: 셀프디깅 8기
5-6월: HOC 13기
6-8월: 멤버십 불꽃인증
벙개/모각일/커피챗
6월: 연희동 모각일, 붕어유랑단 벙개, 성수 모각일, 스윗노즈 님 랜덤커피챗 (오프라인)
7월: 와니 님 커피챗 (온라인), 라툴 님 커피챗 (오프라인)
8월: 하묭 & 흰여울 님 랜덤커피챗 (오프라인), 가산디지털단지 카페 벙개, 삼계탕 벙개, 비치또스페니쉬 님 랜덤커피챗 (온라인), 한강 행군(?) 힐링 벙개
9월: 국립현대미술관 벙개, HOC 오피스 회고 벙개, 광화문 문구 벙개
10월: 삼청동 전시명상 벙개, 키린이 & 하리 님 랜덤커피챗 (오프라인), HOMC 하늘공원 출사 벙개
11월: HOMC 서울숲 출사 벙개, 성수 시디즈 회고 벙개
멤버십 토크/공유회
5월: 한기용 리더님 북토크 (오프라인)
6월: 슨케터 님 마케팅 오피스아워 (오프라인)
7월: 카일 님 삶 & 성장 공유회 (온라인)
8월: 에이프릴 & 크리스 님 콘텐츠 공유회 (온라인), 서인건 님 멤버십 토크 (오프라인)
9월: 와니 님 카피라이팅 공유회 (온라인), AI 활용 공유회 (온라인)
10월: 이재선 대표님 멤버십 토크 (오프라인), 쭌스 & 제이미 님 마케팅 공유회 (온라인), 지니 & 와니 님 독서 공유회 (온라인)
11월: 세금 가이드 오피스아워 (온라인), 와니 & 에디트원 님 카피라이팅 공유회 (온라인)
실험실/챌린지/수업
8월: 사주 실험실, 글 합평 실험실, 왕초보 파이썬 실험실, 릴스 워크샵 실험실, 스피치 실험실
9월: 셀프 세일즈 실험실, 스레드 챌린지
10월: 노션 실험실, 오프라인 스피치 수업
11월: 프로그램 빚기 실험실
장기: 글쓰기 게시판, 100일 목표 챌린지
그 외에도... 그냥 좋아서 기록한 H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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