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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푸치노 Sep 18. 2022

연속 혈당기 도움으로 당뇨의 두려움에서 벗어나다

나는 어릴 적부터 배고픔을 잘 참지 못했다. 끼니를 거르는 건 생각할 수도 없었고, 식사 시간이 조금 늦어지면 허겁지겁 먹느라 정신없었다. 가족들은 이런 나를 보고 며칠 굶은 사람 같다며 핀잔을 주곤 했다. 내가 생각해도 게걸스럽게 먹는 내 모습이 심하게 모양 빠지긴 했지만 한번 허기가 느껴진 상태에서는 품위를 유지하며 천천히 먹기가 힘들었다.  


나이 50이 넘은 최근까지도 나는 배고픔을 잘 참지 못했다. 회사에서 8시 반쯤 간단한 아침을 먹고 12시가 넘으면 갑자기 심한 허기짐이 몰려오곤 했다. 식은땀이 나고, 손이 떨리고, 서있기 힘들기도 했다.  이 증상이 저혈당 증상이라는 걸 안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물론 배고프다고 매번 저혈당 증상이 나타나는 건 아니었다. 저녁을 먹고 아침까지 12시간 이상 공복을 유지해도 크게 배고픔을 느끼지 않기도 했지만, 8시 반쯤 아침을 먹고 12시가 넘어서면 심한 배고픔을 느끼기도 했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지, 최근에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일종의 혈당 스파이크 증상이었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아침 메뉴 중에 가당 요구르트에 달달한 통조림 과일들을 섞고 거기에 시리얼까지 얹어있는 메뉴가 있다. 나는 적어도 5년 이상 이 메뉴를 즐겨 먹었다. 아침에 달달한 음식을 먹고 나면 기분이 좋아졌다. 매일 아침 같은 메뉴를 몇 년째 먹어도 지겹지 않았다. 물론 통조림 과일과 시리얼은 매번 똑같지 않았고 몇 가지가 순환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혈당 스파이크를 알게 된 이후로 혹시 이 메뉴가 내 저혈당의 원인이 아닐까 싶었다. 내 최애 아침 메뉴를 포기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일단 며칠만 실험을 하기로 하고 아침 메뉴를 닭가슴살이나 달걀 등으로 변경해봤다. 이럴 수가! 배고픔이 없진 않았으나 저혈당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몇 년간 즐겨왔던 고혈당 아침 메뉴와 이별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당뇨 가족력이 있고, 임신성 당뇨 판정을 받은 이력이 있으며, 거의 5년째 당뇨 전 단계 상태에 있다. 당화혈색소 값은 해마다 조금씩 증가해서 처음엔 5.6%였던 값이 올해는 6.1%까지 올라왔다. 당뇨병까지 가지 않기 위해 나름 노력을 한다고 흰쌀밥 대신 현미밥을 먹고는 있지만, 그 외에 어떤 노력을 해야하는지 모르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회사에서 당뇨 관리 프로그램으로 연속 혈당계를 지급해서 2주간 혈당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동그랗게 생긴 전극을 팔뚝에 붙이면 혈당이 측정이 되었고, 주기적으로 핸드폰으로 태깅을 해주어야 했다.


처음 며칠간은 평상시 습관대로 식사를 하면서 혈당이 어떻게 변하는지 확인해보았다. 다행히 정상범위(70~180mg/dL) 내에서 잘 작동이 되고 있었다. 3일째 되는 날 실험을 해보았다. 현미밥 대신 흰쌀밥으로 된 주꾸미 돌솥 비빔밥을 먹었다. 아주 소량의 야채와 주꾸미와 흰쌀밥이 전부인 식사였다. 식사 후부터 혈당이 오르기 시작하더니 한 시간쯤 후에는 208까지 상승했다. 그리고는 혈당이 다시 낮아지기 시작하더니 세 시간쯤 지난 후에는 70 밑으로 떨어졌다. 그때쯤 전에 가끔 느끼던 저혈당 증세가 나타나 급하게 옆자리에 앉은 동료의 바나나를 뺏어 먹어야 했다.



주말에 브런치 식당에서 리코타 샐러드와 오믈렛을 먹었다. 샐러드를 먼저 먹고 밥이 들어간 오믈렛과 빵까지 먹었지만 혈당은 크게 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추석에 송편을 7개 먹었는데, 그나마 달달한 들깨 대신 콩이 들어간 송편을 선택했음에도 혈당은 200 넘게 치솟았다. 대신 다음날은 한식 정식을 먹었는데 야채 반찬과 쌈 야채로 보쌈고기 몇 점을 먹고 나서 흰쌀밥을 한 그릇 다 먹었는데도 혈당은 크게 오르지 않았다. 무얼 먹느냐보다 어떤 순서로 먹느냐가 더 중요했다. 야채를 충분히 섭취한 후에 탄수화물을 먹으면 급격하게 혈당이 증가하는 것을 막을 수 있지만, 소량이지만 탄수화물만 된 음식을 먹으면 혈당 상승을 피하기 어려웠다. 고구마를 한 조각만 먹었는데도 100 정도 되던 혈당이 140까지 올라가기도 하고, 작은 초코바 하나로도 200 넘게 오르기도 했다.


2주간의 혈당 실험을 마치고 나니 앞으로 어떻게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 명료해졌다. 야채를 먼저 충분히 먹고, 그다음에 다른 음식을 먹으면 혈당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실험의 부작용도 있었다. 혈당이 올라갈만한 음식을 먹는 게 겁이 났기 때문이다. 달달한 음료, 떡볶이, 고구마, 감자, 빵, 떡 같은 간식은 이제 엄두를 못 내겠다. 자꾸만 내 몸에서 치솟을 혈당 그래프가 그려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제는 당뇨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했으니 이제 좀 안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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