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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디움파트너스 Sep 24. 2021

브랜드네임 바꿨다가 고소당한 회사가 있다고?

Ch4-2. Be Good Friends, BGF의 결단과 슬로건의 활약




지금은 추억 너머로 사라진 편의점 Familymart. 국문으로는 훼미리마트라고 표기했었는데, 지금은 외래어표기법에 따라 Family를 패밀리로 표기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 시절만 해도 영문철자 F를 한글로는 ㅎ으로 표기하는 경우가 흔했다. 그래서인지, 훼미리마트라는 표기만 보아도 그 시절의 분위기가 물씬 풍겨오는 것 같다. 




이웃나라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앞서 편의점이 발달하기 시작했는데, 훼미리마트–일본식 표기로는 화미리마토-는 1973년 일본에서 시작된 편의점 체인브랜드를 1990년 보광에서 한국에 들여온 것이었다. 


서울은 일명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도시’다. 서울의 밤을 수놓는 수많은 불빛들은 야근의 눈물이라는 우습지만은 않은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어쨌든 한국인들은 놀고, 일하고, 공부하며 늦은 밤까지 치열한 하루를 보내는 데 익숙하다. 24시간 문을 활짝 열어두는 편의점은 이러한 한국인들의 생활에 그야말로 안성맞춤이었고, 하루 중 어느 때나 필요한 물품을 구입할 수 있는 편리함으로 등장 직후부터 쑥쑥 성장해왔다.


2012년, 전국에 7,000개가 넘는 훼미리마트 점포를 운영하며 순항 중이던 보광은 중대한 결단을 내리게 된다. 일본과의 로열티계약을 종료하고, 한국만의 독자적인 리테일브랜드로 거듭나기로 한 것이다. 지금이야 CU가 모두에게 친숙한 브랜드네임이 되었지만, 당시에는 이미 잘 알려진 브랜드네임을 변경한다는 것에 대한 우려가 매우 컸다. 일부 편의점 점주들은 ‘훼미리마트’ 이름을 보고 계약을 했는데 회사가 점주들의 동의도 없이 마음대로 이름을 바꾸어버린다며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반발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보광은 확신과 뚝심으로 브랜드네임 변경을 밀어붙였고, 다양한 후보안들이 각축전을 벌인 끝에 ‘CVS for YOU – 당신을 위한 편의점’을 축약한 CU가 새 브랜드네임으로 결정되었다. 당시 편의점 업계는 GS25와 훼미리마트가 양대산맥을 이루고, 세븐일레븐이 그 뒤를 쫓는 상황이었는데, 경쟁사들의 브랜드네임이 ‘하루 25시간 늘 언제나 영업한다’ 혹은 ‘아침 일곱 시부터 밤 열한 시까지 열려있는’ 등 편의점의 영업형태를 즉각적으로 전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등장한 CU라는 브랜드네임은 다소 파격적인 것이었다.  



당신을 위한 편의점 CVS for YOU, CU



CU라는 이름은 ‘잘 가, 또 만나!’를 의미하는 ‘SEE YOU’를 축약한 것이기도 한데, 무슨 말이든 다 줄여버리는 요즘 시대에 와서 돌아보니, CU를 브랜드네임으로 선택한 것은 그야말로 시대를 앞서 내다본 결정이 아니었나 싶다. 한편으로 편의점 시장이 이미 무르익어 ‘편의점은 24시간 영업’이라는 사실이 이미 대중의 인식에 확고히 자리 잡은 상황에서 CU는 ‘종일 영업’ 같은 구태한 사실을 전달하기보다는 고객의 감성에 더욱 친근하게 어필하고자 하였다.  




훼미리마트에서 CU로, 브랜드네임의 변경은 소비자들에게 즉각적으로 인식되었지만, 그 뒤엔 고객의 눈엔 잘 보이지 않는 커다란 변화가 하나 더 있었으니, 훼미리마트를 운영해온 보광이 독자적인 리테일브랜드의 출범과 함께 사명을 변경한 것이다. 




보광은 보광 훼미리마트와 보광 피닉스파크로 나뉘어 있었는데, 이 둘을 각각 독자적인 회사로 분리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기존의 뿌리를 싹 다 잘라버리고 아예 새로운 이름을 지을 수는 없었던 상황. 보광 훼미리마트는 과거의 성공적인 업적을 바탕으로 미래를 향해 새롭게 도약하는 시점에 있었고, 여기에 착안해 기존 사명의 영문 이니셜-즉 사업의 핵심 정수-를 딴 BKF가 새로운 사명의 후보로 떠올랐다. 


하지만 BK라는 영문이니셜이 당시의 정치적 이슈로 인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었고, ㄱ을 K로 표기하는 것이 리테일 영역에서는 다소 거칠고 올드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마침 광주가 공식적으로 Gwangju라는 표기를 사용하고 있어, 보광 패밀리마트도 외래어표기법을 따라 BGF로 재탄생하게 된다.







한편, 사명부터 브랜드네임까지 모두 다 바뀌어버린 가운데 대활약을 한 자(?)가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바로 슬로건!




BGF는 편의점 사업이라는 이전 보광 훼미리마트의 핵심 정수를 잇는 것이지만 훼미리마트가 CU라는 독자적인 리테일브랜드로 재탄생한 만큼 새로운 사명엔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있었다. 게다가 사명도 바뀌고 브랜드네임도 바뀐 상황에서 고객에게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가 얼마나 많았겠는가. 이럴 때는 슬로건을 활용하면 ‘고객에게 친근하고 효과적으로 말 걸기’가 가능해진다.


BGF는 새로운 사명을 활용한 슬로건으로 고객에게 말 걸기를 시도했다. 당시 BGF가 최종적으로 선택한 ‘Better Green Fresh’라는 슬로건은 훼미리마트를 운영해오며 이미 편의점 업계의 베테랑이지만 완전히 새로운 이름으로 고객 앞에 인사하는 입장에서 편의점의 물적 가치를 앞세워 고객에게 기업의 업역을 확실히 각인시키고자 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던 것과 달리 BGF의 새 리테일브랜드 CU는 빠르게 편의점 시장 내에 안착하였고, 기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역시 탄탄해지자, 2017년 BGF는 ‘Be Good Friends’를 기업의 아이덴티티로 선포하고 ‘좋은 친구 같은 기업’으로 스스로를 재정의하며 고객에게 보다 포괄적인 가치를 전달함으로써 한 단계 더 성장을 꾀하였다.


Be Good Friends’는 편의점이 단순히 24시간 영업하는 편리함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택배, 금융, 공과금 납부 같은 각종 생활서비스로 고객의 삶에 한층 더 가까이 파고들며, 각종 편의점 레시피의 유행으로 편의점 음식에 대한 인식이 단순히 끼니를 때우기 위함이 아닌 맛과 흥미로움이 가득한 탐험으로 변화한 요즘 시대에 더욱 효과적으로 소비자들의 감성에 어필하고 있다. –‘Be Good Friends’는 사실 우리 회사에서 BGF 사명 변경 프로젝트 당시 제안했던 슬로건인데, 그때는 비록 다른 후보안에 밀려 당장 빛을 보지 못했지만, 이렇게 시간이 흘러 새로운 시대에 제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Be Good Friends, CU  *새로운 기업 아이덴티티에 발맞추어 간판의 CVS for YOU가 Nice to CU로 변경되었다



슬로건은 이처럼 이름만으로는 채 못다 한 이야기를 하거나, 시대가 바뀌어감에 따라 그때그때 기업이나 브랜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할 때, 혹은 나이키나 아디다스처럼 시대가 바뀌어도 변치 않는 기업의 미션이나 철학을 대중에게 굳건히 각인하고자 할 때, 어느 때나 모두 제 역할을 든든히 해내는 버벌계의 전천후 플레이어(!)라고 할 수 있다.


CU의 경우는 사명부터 브랜드네임까지 모두 싹 바뀌어버린 상황에서 슬로건이 효과적으로 공백을 메꾸며 지원사격을 한 사례라고 할 수 있는데, 사실 슬로건은 브랜드네임이나 사명을 변경할 수 없을 때 더욱 유용한 구원투수가 된다. 일명 ‘집을 바꿀 수 없으면 조명을 바꾸자(!?)’ 전략이다.






* 사무가구브랜드 Fursys가 집 조명을 바꾼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다음 회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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