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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디움파트너스 Oct 01. 2021

집을 바꿀 수 없을 땐 ‘조명’을 바꿔보아요

Ch4-3. 브랜드가 집이라면, 슬로건은...?



‘집’이라는 공간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워라밸-Work Life Balance’가 주목 받기 시작하면서, 집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가 이전보다 훨씬 중요한 삶의 가치로 떠올랐고, 집은 이제는 단순한 생활공간을 넘어서 나의 취향과 개성을 표현하는 공간이 되었다. 집밖에서의 자아실현뿐만 아니라, 집안에서의 자아실현 역시 중요해졌달까? 코로나시대에 접어들며 사람들은 집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고, 이러한 시대의 조류를 타고 등장한 ‘셀프인테리어’의 열풍도 이젠 보통의 삶의 양식으로 정착해가고 있는 것 같다.   


여기서 잠깐, ‘셀프인테리어’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조명’이 집의 분위기를 만드는 데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말이다. 혹자는 인테리어의 완성은 조명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슬로건이야기를 하다가 뜬금없이 ‘집’ 이야기를 꺼낸 이유, 바로 ‘조명 때문이다. 




슬로건은 여러 가지 경우에 유용한 버벌브랜딩계의 멀티플레이어다. 브랜드네임은 변화를 주기 어려운 반면, 슬로건은 자유자재로 변화를 꾀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경우에 보완적 역할을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브랜드네임은 그대로인데 사업실체나 사업영역이 바뀌었을 때, 혹은 브랜드의 타깃 소비자가 변경되거나 브랜드에 새로운 효익을 부가하고 싶을 때 등등, 슬로건은 다른 고정적인 버벌요소들보다 훨씬 유연하게 상황에 맞추어 활약할 수 있다. 


이번 편에서는 올라운드 플레이어인 슬로건의 다양한 역할 중에서도 ‘조명역할’을 집중 조명해보고자 한다. 당신은 오래된 집에 살고 있다. 집은 아주 튼튼하고 안락하지만, 당신은 무언가 변화를 꾀하고 싶다. 이럴 때, 집이 ‘브랜드’라면 브랜드에 변화를 꾀하는 리뉴얼 작업은 ‘인테리어’ 정도에 빗댈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조명’은? ‘슬로건’이 될 수 있다. 




슬로건은 ‘대중을 선동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즉, 브랜드라는 집이 인테리어를 통해 이것저것 많은 것을 꾸미고 구비해놓았다면, 슬로건은 ‘조명’으로서, 소비자가 어떤 특정한 부분에 집중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나이키의 슬로건 ‘Just Do It’이나 아디다스의 ‘Impossible is Nothing’처럼, 슬로건이 집중을 유도하는 것은 브랜드의 미션이나 핵심철학일 수도 있고, 맥도날드의 ‘Im’ Loving It’이나 LG의 ‘Life’s Good’처럼 소비자가 브랜드를 통해 얻게 되는 최종적 가치일 수도 있다. 


LG의 슬로건 같은 경우에는 ‘Lucky Goldstar’를 의미했던 사명 LG에 ‘life’s Good’이라는 새로운 감성적 가치를 더함으로써 기업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비슷한 사례로 삼성생명의 슬로건인 ‘또 하나의 가족’ 역시, 기존의 튼튼하지만 다소 차가웠던 삼성의 이미지에 따뜻한 감성을 더해 소비자에게 새롭게 다가가고자 하였다. 


‘Life’s Good’이나 ‘또 하나의 가족’ 같은 슬로건들은 대중이 이전에 브랜드에서 간과해왔던 가치들에 새로이 ‘조명’을 밝히고 주목하도록 만드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브랜드를 운영한다는 것은 여러모로 집을 지속적으로 가꾸어가는 것과도 비슷하다. 집은 낡았다고 해서 마음대로 이사를 할 수 없고, 인테리어를 바꾸는 것 역시 만만치 않다. 이럴 때, 조명을 살짝 이용한다면!? 조명 하나 바꿔 달면 집안 분위기가 확 달라지듯, 슬로건에 의해서 소비자가 인식하는 브랜드의 이미지가 상당히 바뀔 수도 있다. 




사무가구브랜드 퍼시스Fursys의 ‘조명 인테리어’ 사례를 한 번 들여다 보자. 오래 전 퍼시스가 우리회사에 슬로건 작업을 의뢰했는데, 당시는 집이나 회사 같은 공간에 지금처럼 ‘감성적인 가치’를 적극적으로 부여하기 전이었다. 회사는 일을 하는 공간이고, 이 공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능률과 생산성이었다. 가구를 뜻하는 Furniture와 System이 결합된 ‘퍼시스Fursys’라는 브랜드네임은 사무가구의 전문성, 실용성을 어필하며 그러한 시대적 분위기에 잘 발을 맞추고 있었다.


하지만 퍼시스는 자신들의 사무가구로 채워진 사무공간이 궁극적으로는 ‘일하는 사람들이 사랑하는 공간’이 되기를 원했고, 브랜드네임만으로는 전달되지 않는 브랜드의 핵심철학을 ‘슬로건’을 통해 소비자에게 어필하고자 했다. 


퍼시스는 당시 ‘살아있는 사무실’이라는 국문슬로건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이것은 ‘우리 제품은 당신의 사무실을 Lively하게 만들어줄 것’이라는 브랜드의 입장에 조명을 밝힌 것이었다. 반면 새로운 슬로건은 최종사용자의 입장에 조명을 밝히며, 물성보다는 감성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가고자 하였다. ‘우리 브랜드는 이렇게 해줄 거야’라고 주입시키는 ‘PUSH 전략’이 아니라 최종사용자의 감성을 자극해 브랜드로 끌려오도록 만드는 ‘PULL 전략’을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하여 새롭게 결정된 퍼시스의 슬로건은 Office we love 




이성과 감성의 적절한 조화가 돋보이는 ‘Office we love’




전문성이 직관적으로 드러나는 이성적 브랜드네임이 최종소비자의 감성에 어필하는 슬로건을 옆에 두니, 그야말로 ‘이성과 감성 사이’의 연결이 매끄러워지고, ‘사무가구를 통해 사무환경과 조직문화를 바꾸어나가고 싶다’는 퍼시스의 기업철학도 좀 더 명확하게 표현되었다. 


새 슬로건은 ‘우리가 사랑하는 사무실’이라는 국문 대신 영문인 ‘Office we love’를 앞세웠는데, 당시 사회분위기 상 ‘사무실’이라는 국문에 국내의 획일적이고 딱딱한 조직문화를 연상하게 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의미는 같지만 영문을 사용하게 되면 퍼시스의 사업영역인 ‘OFFICE’라는 단어가 가장 앞에 나오게 되는 것도 영문이 일차로 채택되는 데 영향을 미쳤다. 단 세 단어로 이루어진 짧은 슬로건이지만 맨 처음에 어떤 단어를 읽게 되는지에 따라 소비자의 인식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당신의 사무실, 사랑하시나요?




지난 십여 년간 국내의 조직문화에도 큰 변화가 있었고, 획일적인 분위기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사무실도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다. 그래서일까, 퍼시스는 현재 ‘우리가 사랑하는 사무실’이라는 국문 슬로건 역시 사용하고 있는데, 뜻은 비록 같지만 국문에는 영문으로 전달할 수 없는 감성이 분명 있는 것 같다. 


 


한편 영문 슬로건 Office we love는 퍼시스에서 발행하는 <사무환경 전문 매거진>의 이름으로도 사용되며 퍼시스의 철학을 보다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방식으로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집안을 밝히던 조명이 외부 고객들의 생활에 파고들며, ‘Interior’에서 ‘Exterior’로도 확장되었다고나 할까? 잘 만들어둔 조명-슬로건- 하나가 집안에서도 집밖에서도 맹활약하는 경우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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