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1-1. 꽃에는 줄기도 잎사귀도 뿌리도 필요해요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 내가 하는 일을 설명해야 할 때, 종종 난관에 부딪친다. 회사에서 발급해준 내 명함에는 나의 부서 및 담당업무가 ‘Branding’이라고 적혀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단어만으로는 내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알지 못한다.
15년 전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에는 내 직업이 ‘브랜드 네이미스트 Brand Namist’라고 불리기도 했었다. 익숙한 듯 생소한 ‘Namist’라는 단어는 ‘이름’을 뜻하는 영단어 ‘Name’에서 파생된 경제용어로, 현재 국어사전에는 ‘사람, 기업, 상표, 도메인 등의 이름을 짓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라고 설명되어있다. 그러니까 ‘브랜드 네이미스트’란 ‘브랜드의 이름을 짓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다.
나도 한 때는 내가 하는 일을 설명하는 데 ‘브랜드 네이미스트’라는 신조어를 자주 사용했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이 용어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게 되었는데...!!!
그 이유를 설명하기 전에, 먼저 우리 회사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 보자면, 우리 회사는 클라이언트의 의뢰를 받아 전문적인 ‘브랜딩’ 업무를 대행하는 ‘브랜딩 에이전시Branding Agency’이다.
회사의 내부구조는 심플하게 ‘비주얼VISUAL팀’과 ‘버벌VERBAL팀’으로 나뉘어져 있다. VISUAL팀에서는 브랜딩 업무 중 말 그대로 시각적인 요소들을, VERBAL팀에서는 언어적인 요소를 담당하고 있다.
- 여기서 잠깐, 비주얼VISUAL팀은 과연 회사의 대표 비주얼들이 모여있는 팀인가!? 일단 그렇다고 해 두자... 소디움파트너스 비주얼팀 여러분, 사랑합니다... -
나는 ‘버벌VERBAL팀’ 소속이고, 앞으로 브런치 연재에서 다룰 내용들도 ‘버벌브랜딩VERBAL BRANDING’에 관한 것들이 주가 될 예정이다.
그렇다면 ‘버벌브랜딩’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한때는 ‘브랜드 네이미스트’라고도 불리었던 만큼, 우리 버벌팀이 가장 자주 수행하는 업무는 ‘브랜드네임’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브랜드의 전반적인 전략과 체계를 수립하거나, 브랜드네임과 더불어 활용될 브랜드 스테이트먼트나 슬로건을 만들고, 브랜드의 존재이유와 핵심가치를 담은 브랜드 아이디어를 정립하며, 이 모든 내용들을 고객에게 매력적으로 전달하는 브랜드 스토리를 만드는 일 등등 버벌브랜딩의 영역은 ‘브랜드네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물론 소비자들은 기업이나 제품, 서비스 등을 접할 때 가장 먼저 ‘이름’을 인식하기 때문에, 버벌브랜딩Verbal Branding의 꽃은 역시 ‘브랜드네임’을 만드는 것이다. –비주얼팀이 우리 회사의 비주얼 담당이라면, 브랜드네임을 만드는 우리 버벌팀은 꽃 담당이라고나 할까- 브랜드의 스테이트먼트나 슬로건은 바뀔 수도 있지만 브랜드네임은 한 번 정해지면 바꾸기 어렵기 때문에, 브랜드네임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핵심요소이기도 하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버벌브랜딩을 단순히 ‘브랜드 이름 만드는 일’이라고만 하면, 그야말로 꽃송이만 달랑 꺾는 격이 되니, 꽃을 아름답게 피어나도록 하는 줄기, 잎사귀, 뿌리 등 다른 수많은 부분들이 가려지고 마는 것이다.
게다가 지난 회에서 이야기한 대로, ‘버벌브랜딩’을 브랜드네임에 치중하여 설명했더니 어르신들이 나를 ‘작명가선생’으로 착각하는 불상사도 발생하고 말았다... 실제로 초록창에 ‘네이미스트’로 검색을 해보면 작명소가 여럿 검색되기도 한다... –어르신들, 저는 브랜드에 이름을 지어주는 작명가이면서 동시에 브랜드의 전략을 다루는 전략가이기도 하고 대중과 소통할 이야기를 만드는 스토리텔러이기도 하답니다!
브랜드의 꽃은 의심할 여지 없이 ‘브랜드네임’이지만, 뿌리나 줄기, 잎사귀도 없이 홀로 피어나는 꽃은 없는 법!
그러한 연유로 나는 더 이상 나를 ‘브랜드 네이미스트’라고 소개하지 않는다.
가장 먼저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는 아름다운 꽃부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영양분을 흡수하는 뿌리, 위로 쭉쭉 자라나며 영양분을 전달하는 줄기, 바람과 빗물과 태양빛을 고루 담아내는 잎사귀까지... 알면 알수록 다양한 매력이 넘치는 버벌브랜딩의 세계가 궁금하다면!? 구독을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