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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호 Apr 03. 2024

[중용 36. 태평성대를 위해 필요한 것은?]

- 표준화, 글자, 윤리규범을 마련해야 

【28-03】 106/130 태평성대를 위한 바탕

오늘날 수레바퀴 폭은 같게 하고, 글은 문자를 같게 하고, 행동은 윤리규범을 같이 실행하게 한다.  

今天下車同軌하며 書同文하며 行同倫이니라

금천하차동궤하며 서동문하며 행동륜이니라     


【해설】

 문화는 다양해야 좋다. 다양성은 모든 종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사회를 효율적이고 안전하며 지속하려면 하나의 표준을 정해야 좋은 것도 있다. 특히 도량형이나 궤도의 폭은 일정하게 정해 두어야 한다. 진시황은 수레의 바퀴 폭을 통일했는데, 이를 동궤(同軌)라고 했다. 동궤는 도량형 통일의 중요한 요소였다. 수레 궤를 동일하게 하여 교통의 흐름을 원활하게 했고 물자 공급을 수월하게 했다. 

 

조선 후기 북학파 이희경은 청나라의 동궤를 보고 <설수외사>에서 “한 대의 수레를 가지고 다른 수레들을 살펴보면 만 대의 수레가 다 똑같으니, 그 규격이 엄격히 지켜지는 것이다.”라고 했다.  연암 박지원도 <일신수필> ‘거제(車制)’에서 “수레는 단지 짐수레나 사람 타는 수레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전투에 쓰는 수레, 공사에 쓰는 수레, 불 끄는 수레, 대포를 실은 수레 등 그 제도는 수백, 수천 가지로 갑자기 이것을 다 이야기할 수는 없으나 사람이 타는 수레나 짐수레는 사람의 생활에 더욱 중요한 물건이므로 급히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 <중략> 우리 조선에도 수레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바퀴가 완전히 둥글지 못하고, 바퀴 자국이 한 궤도에 들지 않는다. 그러므로 수레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 조선은 바위가 많아 수레를 쓸 수 없다고 한다. 이것이 무슨 소리인가? 나라에서 수레를 이용하지 않고 보니 길을 닦지 않는 것이다. 수레만 쓰게 된다면 길은 저절로 닦일 것이니, 어찌 거리가 비좁고 고개가 험준함을 근심하겠는가?”라고 했다. 

 박지원은 수레를 만들어 이용후생과 실사구시의 실학 정신을 구현하고 하였다. 수레를 만들고 수레 궤도를 만들어 물류와 유통을 개선하고, 백성의 삶을 풍요롭게 하려고 했다. 


 오늘날 기차가 지나가는 두 레일 간 궤도의 폭은 표준이 정해져 있다. 세계 철도는 대부분 표준궤 중심으로 운영하지만 좁은 협궤와 넓은 광궤도 있다. 양쪽 간격이 1435mm인 표준궤라 하는데, 우리나라와 미국, 유로권 국가, 일본의 신칸센 지역에서 사용한다. 1435mm 보다 넓은 궤간 규격을 광궤라 하는데 시베리아 철도는 폭이 1524mm이고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파키스탄, 인도, 아르헨티나, 칠레 등은 1676mm로 가장 넓은 궤를 쓴다. 1435mm 보다 좁으면 협궤라 하는데 일본의 재래선 철도는 1067mm를 사용했다. 이처럼 수레바퀴를 동일하게 하여 표준을 만들고 사회를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지속하려고 했다. 

 

표준화는 오늘날에도 중요하다. 표준화는 복잡한 것을 통일하고 불확실한 것을 줄여 호환이 잘 되게 하여 효율성을 높인다. 표준화를 통해 시스템을 일관되게 하고, 상호 운용에 더욱 신뢰를 준다. 우리나라도 국가기술 표준원에서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기술의 효율성과 안전, 환경보호, 공중위생, 소비자 보호, 국방 등을 위해 표준화를 제정운용하고 있다. 나라마다 국가 표준을 정하고 있다. 1901년에 세계 최초의 국가규격이 영국에서 제정되었다. 우리나라의 KS, 일본의 JIS, 영국의 BS, 미국의 ANSI, 독일의 DIN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국가표준은 국제표준에 따라 정한다. ISO국제 표준화 기구(國際標準化機構, 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에 163개국이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다.  


 이처럼 나라를 다스리려면 제도를 정비하고 문화 강국을 만들고 사람들에게 지향해야 할 가치를 제시해야 한다. 도량형 통일, 효율적인 물류 이동을 위한 수레의 궤도를 표준화, 의사소통을 위한 글자 제정 등을 해야 한다. 문자를 같게 하여 통일한다는 것은 그 당시 글자가 쓰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어 해독이 제대로 되지 않았는데 이를 통일하여 의사소통이 쉽도록 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람답게 살아갈 도덕규범을 제시하여 사람끼리 돈독하게 한다. 문물제도를 정비한 사회에서 사람들은 보편타당한 윤리규범을 지키며 서로 행복한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지켜야 할 질서와 윤리, 남녀노소, 친구 등 사람이 지켜야 할 윤리를 실천하고 살아간다면 태평성대와 같은 평온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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