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의외로 로맨티시스트일지도..
-이 글에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박찬욱 감독의 작품들은 흔히 한국의 쿠엔틴 타란티노로 보일 정도로 - 박찬욱 감독 본인도 쿠엔틴 타란티노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언급한 적 있다.- 그로테스크하거나 선정적인 장면을 많이 만들어 냈다. 그런 그가 정통 멜로를 하겠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개쩌는 섹스씬이 나오나 할 정도로 의아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박찬욱 그는 의외로 로맨스에 진심일지도 모른다고 이영화를 보면서 생각했다.
사실 그가 로맨스에 진심이라는 건 이미 다른 작품에서 몇 번 보여준 적 있긴 하다. 올드보이의 미도와 오대수, 박쥐의 상헌과 태주, 아가씨의 숙희와 히데코 그저 너무 금기시되는 관계 거나 다른 주제에 묻혔을 뿐 그들을 표현하는 모습에선 항상 진심이었다.
이번 ‘헤어질 결심’은 확실히 형사수사물이라는 겉면을 가진 로맨스 영화이다. 잠복수사, 용의자 심문이라고 하지만 그 부분이 정말로 범인을 가리기보다는 오히려 상대((서래)에게 다가가기 위한 몸부림처럼 보인다. 거기다가 박찬욱 특유의 카메라 연출은 그런 느낌을 더더욱 미묘하게 만드는데 이상하게 왕가위의 화양연화를 떠올리게 만들곤 했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의 사랑은 어느 박찬욱 영화가 그러하듯 흔히 말하는 정상적인(?) 관계는 아니다. 올드보이에서는 모녀관계, 박쥐는 불륜, 아가씨는 동성애적이라는 항상 금기시되는 사랑을 다루고 있는 것처럼 형사와 피의자의 관계 이자 두 사람은 혼인한 상태임으로 도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올바른 관계는 아니다 그리고 이런 연애 아닌 연애 중에 저지르는 죄악과 그 죄악의 대가는 박찬욱 감독 영화에서 드러나는 특징이기에 이번 영화에서도 결국 그런 결말이 나오게 된다. 그 죄가 가볍든 무겁든 어떤 이유에서건 간에 죄의 대가는 치러야 한다.
이러한 카르마(karma)는 박찬욱 영화에서 인물들은 결코 피할 수 없다.
박찬욱 감독의 작품세계의 로맨스는 물론 감독 본인의 능력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정서경 작가의 합류 후 더욱 두드러진다고 본다. 가끔 대사를 들을 때마다 어떻게 이런 표현을 하는 거지 하고 깜짝깜짝 놀래곤 하는데 이번 영화의 경우는 ‘붕괴’라는 단어로 인물의 심리를 표현하는데 너무 익숙한 단어이지만 외국인의 입장인 서래(탕웨이)는 의미를 뒤늦게서야 알고 되씹는 연출을 통해 서래도 관객도 단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 씁쓸한 감정 속에서 머물게 한다.
그 외에도 공자의 요산요수의 라는 구절로 배경을 만들어 버리는 등 대사가 영화의 전체에 녹아든 기분을 느끼게 된다.
이번 영화는 박찬욱 감독이 많이 내려놓았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이전의 작품들이 예술 영화 같은 느낌에서 지금은 좀 더 관객들에 친숙한 상업영화 느낌이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탑건에 밀리고 이해가 안 된다는 평이 많은 건 보면 아직은 대중과의 거리감은 약간 먼듯하다.
하지만 한 번도 사랑한다고 하지 않지만 사랑을 표현하는 로맨스 영화를 나는 최소 두 번 볼 결심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