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에게 호감을 사는 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마음을 다해 잘 들어주는 것. 이것 하나면 된다.
며칠 전 본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많은 예술인의 뮤즈였던 아드리아나의 행동이 인상 깊었다. 그녀는 사람과 대화할 때 고혹적 미소를 머금고 상대를 응시한다. 화자의 말을 경청하며 적당한 리액션으로 당신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다는 몸짓 언어를 서슴지 않는다. 아마 그것이 많은 이들이 그녀를 흠모하고 사랑에 빠진 이유이지 않을까 하고, 영화를 보는 내내 생각했다.
나도 꽤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이라고 착각한 시절이 있었다. 대화에 심취하여 내 생각도 마구 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앞서 상대의 말을 끊고 내 이야기를 주야장천 늘어놓았다. 내가 중심이 되어 관심받고 싶다는 마음은 단 일 퍼센트도 없었음에도, 이야기가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을 땐 낙담과 함께 상대를 탓하기도 했다. 왜 내 마음을 몰라주는지 서운했다. 내 편의만 생각한 이기적인 방식을 '잘 들어주는 사람'으로 착각한 결과물이었음에도 끝까지 인정하기 힘들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나와 대화를 나누던 사람들도 참 힘들었겠다 싶다.
사람의 말을 정말 잘 듣게 된 계기는 쓸데없는 말을 던짐으로써 내가 받는 상처가 많다는 인식에서부터였다. 말을 줄이자고 생각했다. 때때로 파생하는 침묵도 잘 견디며 내 이야기보다 다른 이의 이야기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이자 사람들의 반응이 확연히 달라졌다.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이야기를 하고 싶어 했고 소통하고 싶어 했다. 초반에는 어리둥절. 이전의 나와 별반 다를 것 없는, 나는 그냥 나였을 뿐인데 무엇이 그리 달라졌을까. 신기한 생각에 고심했더니 '듣는 행위'를 제대로 하고 있는 내가 있었다.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그래서,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요? 당신은 이런 걸 좋아하는군요. 당신은 알고 보면 참 깊은 사람이에요. 그래요, 나는 당신과 나누는 대화가 참 즐거워요.
정말 별것 아닌 일.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어쩌면 제일 어려운 일.
만인에게 사랑을 받고 싶은가? 그렇다면 본인의 말을 줄이고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라.
온 마음을 다해 그 순간만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