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과 볼에 큰 뾰루지가 났다. 화농성 여드름으로 기분 나쁜 열감이 가득했다. 하필 주말인 탓에 피부과에 갈 수도 없었다. 얼굴 특정 부위가 시큰거려 참을 수가 없었다. 보통 이런 큰 트러블이 나면 당장 피부과에 가서 염증 주사를 맞았다. 내가 손을 대면 흉이 질 것이 자명하니 말이다. 그러다 문득, 이전에 피부과에서 치료를 받았던 자리에도 붉은 자국이 남아 있음을 알았다. 내가 짜는 것과 별반 다를 것 없다는 생각에 빨갛게 부어올라 곧 터질 것 같은 노란 염증을 면봉으로 눌러 짰다. 순간 곪아 있던 고름이 터졌고 빨간 핏망울이 맺혔다. 고통을 참고 있는 힘껏 눌러 진물이 나올 때까지 쥐어짰다. 피부과에 다녀오면 하루 안에 가라앉던 고름이 이틀은 더 부어올라 있었다. 흉이 진 것은 물론이고 그 부위는 이전과 사뭇 다르게 범위가 넓었다. 스스로를 치유해 보겠다는 판단이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사람이 살아가며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일과 누군가의 도움이 꼭 필요한 순간이 나누어져 있다. 모든 일이 깔끔하게,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투명하게 해결되지 않더라도, 적어도 잔상의 크기에 차이는 있다. 내가 혼자 해결할 수 있다 자만하는 오류를 더는 범하지 말자 생각했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일은 도움을 받자. 때로는 인생의 한 부분을 누군가에게 기대어 위안을 받아도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