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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만식 May 17. 2024

박서방과 여사님

옛날, 박 씨 성을 가진 백정이 있었다. 하루는 한 양반이 백정을 찾아와 이렇게 말했다. "네 이놈! 상길아, 여기 고기 근만 가져오너라." 백정은 고기 한 근을 썰어다 내어주었다.

잠시 후 다른 양반이 찾아와 말하였다. "여보게 박서방, 여기 고기 근 갖다 주게." 백정은 고기를 먼저 번 양반의 것보다 큼직하게 썰어 그 양반에게 내어주었다.

그것을 보고 첫 번째 양반은 벌컥 화를 냈다. 이 못난 놈아, 어찌하여 저 양반의 것은 크고 내 것은 이리도 작단 말이더냐!

그러자 백정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대감께서 사 가신 고기는 상길이가 드린 것이고, 저분이 사 가신 고기는 박서방이 드린 것이옵니다. 어찌 같을 수가 있겠습니? 양반은 얼굴이 빨개져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빚도 갚는다.'라는 한국 속담이 있다. 이 속담은 적절하고 지혜로운 말 한마디가 큰 문제를 해결하거나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음을 나타낸다. 즉 말의 힘이 매우 크고, 때로는 물질적 가치보다 오히려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 친구, 김 교수는 식당에 갈 때마다 나이가 많은 여종업원에게 반드시 '여사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한다. 나는 처음에 어색하고 적합한 호칭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선입견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김 교수의 여사님이라는 호칭을 듣는 종업원은 누구나 밝은 표정으로 정성을 다해 고객을 응대한다고 느꼈다.

김 교수는 어떤 대가를 기대하고 이 호칭을 쓰는 것은 아니라 최대한 상대방을 배려하여 부드럽고 화목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할 때 더욱 편안하고 행복하다는 것을 이미 깨달았던 것이다.

마음이 따뜻한 김 교수는 친구들에게도 항상 예의를 갖추고 대화하며 남을 비방하거나 험담하는 태도를 보인 적이 없기에 모두들 김 교수를 신뢰하고 존경하며 지낸다.


나도 얼마 전부터 상대방을 부를 때 '말 한마디가 천냥 빚을 갚는다'는 심정으로 듣기 좋고 믿음이 가는 호칭을 사용하려고 노력하고 다. 예컨대, 택시를 탔을 때나 편의점에 갔을 때 언제나 '사장님!'라고 부른다. 비록 상대방이 사장이 아니고 종업원이라 할지라도  호칭에 이상한 반응을 보인 적없고 불친절한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고 기억한다.


인간은 하루에도 많은 말을 하면서 살아가고 말은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서로의 신뢰를 을 수 있다. 하지만 말이란 입 밖으로 나가면 주워 담을 수 없다. 그래서 더욱 조심해야 하고 가깝게 지내는 친구에게도 막말을 하는 경우 인간관계가 일순간에 끊어지기도 한다. 특히 사회적 약자에게 무심코 내뱉는 말이 비수가 되어 상대방의 심장을 뚫을 수도 다.

탈무드에는 "인간은 입이 하나 귀가 둘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것은 말하기보다 듣기를 두 배 더하라는 뜻이고, 모로코 속담에는 "말이 입힌 상처는 칼이 입힌 상처보다 깊다."라는 이야기가 전한다.


행복이란 일상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지속적으로 느끼는 상태라고 정의한다. 내가 만나고, 접촉하는 사람들이 즐겁고 만족할 때 나 자신도 행복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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