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이디스 워튼 지음, 김욱동 옮김
북클럽
여름엔 [여름]을 읽어야지. 책 표지도 여인과 초록. 좋다. 그런데 내용은 전혀 여름이 아니었다.
여름의 서핑을 기대하고 펼쳤더니, 망망대해를 표류하는데 끝이 나지 않는 것처럼 지쳐갔다. 여성의 삶이 이렇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아, 마치 내 일인 양 서글펐다.
[하니는 여전히 채리티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다. 그는 꼼짝하지 않고 벽지의 똑같은 지점을 바라보며 우울하게 앉아 있었다.] 전반적으로 이런 느낌이다.
체리티는 낙인찍힌 채 태어났으나 로열이 평범한 생활로 데려온다. 그 낙인이라는 게 불투명하여 정상과 이상의 상대성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로열은 체리티를 여자로 보고 체리티는 싫다. 그리고 애초에 실현되지 않을 미래가 아닌 현재에 있고 싶었다. 망각하기 위해 달려가지만, 결국엔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의 결혼을 선택하는 현재만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스스로 현재를 끊는다.
[그날 밤 두 사람은 평소처럼 숲 가장자리에서 작별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하니는 돌아오지 않았고, 다른 여인과 결혼을 할 것이며, 채리티는 자신을 거둔 늙은 로열과 결혼을 할 것이다.]
[나는 로열씨와 결혼했어. 언제까지나 당신을 기억할게.]
채리티가 하니의 아이를 가지고 로열과 결혼해서 어떻게 사는지는 나와 있지 않다. 이것은 소설이니까. 사랑은 불장난 같다는 이상한 흐름, 맹신할 수 없이 계획하고 재고 밀당해야 하는 사람과의 관계에 내 마음이 오히려 생채기가 나고 귀찮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