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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복직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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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오 작가 Mar 28. 2023

휴직과 복직 사이

 

휴직하겠습니다!! 하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직장인이 있나? 있다. 물론 나는 아니다. 나는 연차는커녕 일정 조정도 못하고 꾸역꾸역 한다. 아파 쓰러진 적도 있을 정도다. 싫은 소리 못하고 ‘내가 하고 말지’ 식의 정말 구제 불능의 회사 부적응자다.     


그리고 나에겐 든든한 상사가 있다. 아무 말도 안 해도 내가 누구를 욕한다는 둥, 내가 싫다는 등의 말을 서슴지 않는 상사가. 떡 돌리면 그런 거 쓰레기통에나 버리는 거 왜 주냐는 상사가. 만날 때마다 수준이 떨어진다는 말을 여러 가지 방식으로 구사하는 상사가. 대단히도 한결같이 싫어하는 상사에게 영광을 돌린다.


거기에 나를 몰아내려는 후임이 계속 등장한다. 강호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누군가를 짜오지 징징~ 하고 겨누고 베어야 하는데, 나는 그런 거에 영 잼 병이다. 매번 속만 타들어 간다. 동료라 여겼던 이로부터 등에 칼을 맞는다는 건 언제든지 있는 일이고, 항상 마음에 먹칠을 하는데, 면역은 없는, 그런 일이 반복된다.   

  

그리고 돈도 없다!!!!     


그럼 나는 어떻게 휴직하게 됐을까? H가 나를 내몰았다. 병신같이 왜 아니라고 말 못 하냐고? 그게 계속 당하면 마치 가마니로 있어야 할 것 같은 사명감이 든다. 그러면 뭘 잘했다고 이런 이야기까지 하냐고? 본질은 여기에 있지 않으니까, 염려할 거까지는 없다. 결국 이런 이야기보다 중요한 건 회사에 복직해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그전에 이야기를 조금 해두어야 복직해서 벌어지는 찌질함이 이해가 될 테니까.    

 

그렇다. 나는 회사생활, 특히 사람들과 잘 지내는 부류가 아니다. 못 지낸다. 회사에 다니는 이들은 인성 쓰레기여야만 승승장구하거나 그게 안 되면 죽은 채로 버티거나 둘 중의 하나라는 이야기를 누군가 했다. 나도 동감한다. 나는 죽은 채로 버티는 쪽이다. ‘마음에 안 맞으면 버리면 되지!’ 하던 찬란했던 나는 마흔이 됐고, 이렇게 찌그러지기로 했다. 그렇다. 이건 분명 나의 선택인데, 왜 이리 마음이 아프냐......     


회사에 복직해서 일어나는 일을 쓴다고, 폭로하거나 하소연을 하겠다는 게 아니다. 회사에서의 일상을 기록하는 과정이 나를 살게 할 거란 믿음에서 시작했다. ‘또 이렇게 당했구나’, ‘또 이렇게 나를 무시하는구나!’. ‘또 이렇게 나를 수렁에 담그는구나’ 하고 스치는 게 아니라, 일상을 기록함으로 인해, 그 자체만으로도 조금은 덜 눈물 나길 바라는 마음이다(이게 무슨 개소리입니까. 무슨 일은 매일 있을 테고, 나는 기록하고, 쓰고. 타이핑하고, 그겁니다).      


누군가는 휴직하고, 누군가는 퇴사하고, 누군가는 복직한다. 그게 나일 수도 있고, 너일 수도 있고, 저~놈일 수도 있다.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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