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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지예 변지혜 Apr 25. 2024

손 끝. 발 끝. 왜 이렇게 내 맘 같지 않죠?

비전공자의 발레콩쿠르도전기

연습 열심히 하고 왔어요?
네!!!


나름 출근 전, 퇴근 후 아침에 눈뜨자마자 스트레칭 후 발레 안무 연습하고, 6시 땡 하자마자 얼른 끼니도 대충 때우고, 발레복부터 갈아입고 안무를 연습하기에 매진했었다. 나 자신한테 열심히 잘하고 있어! 칭찬을 날려줄 정도로 약간은 자부심이 느껴질 정도로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일주일을 연습하고 도착한 발레학원. 발레 수업 1시간을 듣고, 나머지 공부로 발레콩쿠르 연습 체크를 하려고, 텅 빈 공간에 탬버린을 들고 멍하게 서 있는 나.


'아차차 그래 움직여보자. 탬버린 치고, 팔을 더 길어 보이게 펼치면서 A샤페, 파세, 5번발...'


  1시간 발레 수업 후여서 그런지, 발레복은 이미 땀으로 흥건하게 젖어있는 상태였다. 에너지가 지칠 법도 하지만, 연습할 걸 체크받고 내가 더 고쳐야 할 점이 무엇인지 매를 맞고 싶어 얼른 음악을 기다리며, 순서를 다시 복기해 보았다.


수업이 끝나 학원을 나가는 회원님들을 배웅해 주시고는 바로 나에게로 달려와 커다란 공간의 에스메랄다 음악이 크게 울려 퍼지게 해 주셨다. 나는 포즈를 잡고 음악이 시작되면서 바로 움직였다. 그러나 이내 곧 꺼지는 음악


"스탑스탑. 연습 안 해 왔어요? 첫발부터 틀렸잖아요~~~"

 

'아차차... 뭐지? 내가 왜 이런 포즈로 시작한 거지?'

오른쪽 발이 왼쪽 발보다 앞에 위치하면서 발끝을 내밀고 있어야 했다. 그러나 내 다리와 발을 다시 보니, 오른쪽 발끝이 뒤로 향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이런...


"아이고 네네 정확하게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음악.


"음악을 따라가세요. 약간 느려요."

"손끝은 모아주고, 발끝은 항상 쭉 내밀 고있는 포인상태~."

"발이 떨어지지 않고 바닥에서 부드럽게 가야 해요~~"

"파세 동작할 때 발끝으로만 무릎에 닿게 ~"

"목구멍 보이게~ 숨은 쉬면서~"

"한 발로 돌 때, 호흡을 들이마시면서 무게 중심은 약간 뒤로!!!"


음악이 시작되고 나서, 손가락으로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부분들을 지적당했다. 집에서 정말 순서만 외웠나 보다. 발레에서 정해져 있는 모든 규범을 깨뜨리고 추는 느낌이었다. 말 그대로 개판이었다. 나는 도대체 뭘 연습한 거지?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움직이는 중도 중에도 생각이 딴 곳에 갔다가 돌아왔다. 그러니 더 실수 연발.


머리로는 이해 가지만, 몸이 내 맘같이 계속 움직여주지 않아. 잠시 물 한 모금 마시고, 쉼을 가졌다. 긴장하지 말고, 조급 해하지 말고, 편안한 마음을 가지고 일단 해 보자는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연습이 시작되고, 음악이 없는 채로,  안 되는 동작들만 반복해서 잘근잘근 곱씹어보았다. 그리고 꿀꺽 삼키고는 다음 동작들을 잘근잘근 씹어댔다. 단맛이 우러나올 때까지.



그래도 열심히 노력하시는 모습 너무 보기 좋아요! 집에 가서도 파이팅!!

열정적으로 가르쳐주시는 선생님 밑에서 배우니 너무 감사했다.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도 의지만 가지고도 콩쿠르를 도전할 수 있게 계속해서 가르쳐 주시 말이다. 나의 동작들이 더 이뻐 보이고, 정석대로 보일 수 있게끔 따끔한 말이 나는 너무나도 좋았다. 이때까지 순서만 익혔다고 다시 생각했다. 왜 이때까지 연습한 게 무용지물이었을까?라는 부정적인 생각들은 멀리 밤하늘에 떠있는 달에게 집어던져버렸다.





일단 적어보고, 하나씩 고쳐나가도록 해보자.


 내가 정말 잘할 수 있을까? 의심도 들었지만, 이왕 한다고 했으니까 물리고 싶지 않았다. 절대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내 안의 벽을 무너뜨리고 싶었다.


집에 가려고 운전대를 잡기 전, 핸드폰을 집어 들어 내비게이션 앱이 아닌 메모장 앱부터 켰다.

내가 고쳐야 할 점들. 선생님이 지적해 주신 부분들을 차근차근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내가 제일 무의식적으로 신경 안 쓰는 손가락들은 모으자. 손 끝은 자연스럽게 내리기. 발끝은 항상 포인. 그리고 옆으로 이동할 때 발 끝이 바닥에 붙어 있어야 한다! 이것만이라도 고쳐나가자!'

그리고 이거 다음에는 턴. 옆으로 이동 시에 시선들. 계속 미소 짓기(실수하더라도 티 내지 않기). 등등등




샤워 후 자기 전에도 안 되던 턴 동작도 다시 시도해 봤다.

하... 실패.


계속해서 몸을 움직인 탓에. 몸도 마음도 약간은 지쳐있는 상태였다.

'그래... 오늘은 이만 하면 됐어. 내일 또 해보자.'


타인의 시선으로 본 나의 하루는 하루종일 실패로 시작해서, 실패로 끝나는 연습으로 보였을지 모르겠다.


컴컴한 방 안. 침대 위로 누웠다. 눈감으니, 마음속 어디선가 구석에서 100도씨가 되려고 열정적으로 끓고 있는 작은 알맹이 하나가 느껴진다. 몽글몽글한 게 참 기분이 좋아지게 만든다. 오늘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 너무 실망해하지 말자. 초보가 커가는 과정이기에 너무 욕심부리지 말자. 지금의 실패들은 훗날의 성장의 밑거름이 되었을 것이.... 여.....


그렇게 나는 마음속 다짐을 하다가 의식을 잃었다.




#글로성장연구소 #별별챌린지 #발레 #콩쿠르 #연습 #실패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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