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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지예 변지혜 Aug 14. 2024

어서 와 토슈즈는 처음이지?

비전공자의 토슈즈 도전

 

발레의 꽃은?


바로 ' 토슈즈'


아무것도 모른 채로 서른 초반에 발레를 시작했다. 발레를 늦게나마 어릴 적 로망을 취미로 배우니 너무나도 기분이 좋은 데다가, 비전공자로써 콩쿠르를 나가 생각지도 못한 은상을 받고 나니, 부족한 실력이더라도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그래서 이 기세를 몰아 감히 넘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 '토슈즈' 세계로 입문해 보기로 결심했다.



"선생님 저 토슈즈 배우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될까요?"

"따로 과외를 받으셔서 제대로 배우셔야 해요."

"네, 과외비용도, 물건 구매도 알려주시면, 바로 진행할게요."


그렇게 들떠있는 기세를 몰아서 토슈즈를 과감히 하겠다고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래도 발레를 배우는데, 토슈즈는 신어봐야지 않겠나?라는 열망이 가슴속을 가득 채웠다. 또한 발레의 꽃. 토슈즈를 발이 망가진다는 우려의 핑계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토슈즈 사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내 발을 너무나도 과대평가했다. 사이즈부터 잘 못 골랐다. 그리쉬코 토슈즈를 4XX 사이즈로 했는데, 4 XXX 쓰리엑스로 샀었어야 했다. 그래도 비싸니 일단 신어보고 늘리는 게 맞다고 하시니, 그래도 가보기로 했다. 너무 작아서 신을 때마다 힘겹게 신으며 과외를 받았다.


토슈즈는 슈즈만 산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었다. 자기의 말에 맞게 발 양옆에 발목을 감쌀 수 있는 끈을 따로 바느질해서 달아야 했다. 또한 발등에도 끈을 달아주어야 슈즈가 벗겨지지 않았다. 이런 사소하지만 중요한 것들을 하나씩 배워나갔다.



가까이 있으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말이 있다 하던가?

발레리나들은 토슈즈를 신으며 매운맛의 고통을 느끼며 움직이지만, 멀리서 보면 그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달리 다른 사람이 신은 토슈즈 정말 멋져 보이고, 나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그 신발을 막상 신고 나니, 처음 겪어보는 고통에 놀라고,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토슈즈 사이즈가 안 맞아서 더 많이 느껴졌다.)


토슈즈 처음 신고 길들인다는 명목과 처음 배워서 기초부터 잘 쌓는다는 이유로 발레 수업 마치고 10분. 20분씩 더 과외를 받았다. 1시간을 받고 싶었지만, 처음 신어서 적응하는 과정의 고통이 상당했기에 자주 신어 보고 적응을 먼저 하기로 방향을 바꿨다.


그러면서 발레토슈즈에 대한 느낌이  깊은 내면 감정. 우울감도 똑같이 대입되어 보였다. 내가 가지고 있는 우울감은 정말 비극인데, 남들이 봤을 때는 전혀 비극처럼 보이지 않았다. 직접 마주하는 나만 힘든 거 아니니까.라고 버텨도 우울감과 상실감은 약의 도움으로 버텨내고 있다. 그리고 운동으로 이겨내고 있다. 토슈즈의 첫 고통을 가지고 시작하더라도 언젠가는 적응해서 이겨낼 있을 것이다. 내 우울감도 그렇게 시작은 불행처럼 느껴졌지만, 나중에는 행운처럼 느낄 수 있겠지. 그렇게 나는 발레 토슈즈와 우울감을 양 쪽 어깨에 메고 토닥이며 나아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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