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얼스어스와 트래쉬버스터즈의 공통점
얼스어스 길현희 대표님의 롱블랙 노트를 읽었다. 얼스어스는 내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던, 브랜드의 탄생과 성장 과정에서의 이상적인 단계를 밟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브랜드를 비즈니스로서 성공적으로 전개하려면 다음 3가지 단계가 필요하다.
* 얼스어스는 연남동에서 유명한 감성 카페이자 '제로웨이스트 카페'의 선도자로 최근 서촌점도 오픈하였다.
1) 확실한 문제의식
2)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지를 검증할만한 수단
3) 시간이 지나도 흔들리지 않는 핵심 가치
1) 확실한 문제의식
얼스어스는 종이컵과 같은 일회용품의 과도한 사용에 문제의식을 가졌고
2)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지를 검증할만한 수단
인스타그램 운영을 통해 3개월만에 팔로워 2만여 명을 모으는 데 성공하며 비즈니스 기회를 검증했다.
3) 시간이 지나도 흔들리지 않는 핵심 가치
그리고 다소 불편할 수도 있는 ‘무포장 가게‘를 운영하면서 자신의 가치에 공감하는 소수의 사람들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여기서 3) 과정이 특히 중요한데 브랜드 전개과정에서 절대적으로 긴 시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일단 탄생한 브랜드라면 계속 굴러가며 눈덩이처럼 커지며 단단해져야한다. 그러려면 처음 시작할 때의 핵심 가치를 온전히 보존하며 가야한다.
얼스어스는 처음부터 '무포장 가게'라는 철학으로 운영해왔다. 그리고 이 핵심가치를 지켰다. 그렇게 흔들리지 않고 꿋꿋이 지켰기 때문에 이에 공감하는 손님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핵심 가치는 더욱 강화되었다. 얼스어스에서 일회용품으로 케이크를 포장해주지 않자, 일부 손님들이 개인 용기를 가져와서 포장을 요청했기 때문. 이렇게 철학이 뚜렷한 사장님과 이에 동조하는 손님들의 교감이 시작되면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브랜드'라는 눈덩이가 빠르게 커지는 모멘템이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브랜드 탄생때부터 지켜오던 본래의 가치는 더욱 커진다.
하지만 만약, 얼스어스 사장님이 포장을 해주지 않아서 불편하다는 일부 손님들의 불편을 받아들여 일회용품을 사용하기 시작했다면 오늘날 얼스어스는 제로웨이스트 트렌드의 선두에 서지 못했을 것이다.
+)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맛"
핵심 가치가 업계의 기본 속성을 앞질러 본말전도되면 안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어제 이런 일이 있었다. 전에 읽은 얼스어스 롱블랙 노트를 언급하며 H양과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러자 H양은 (이야기를 꺼내기 무섭게) "어, 얼스어스 거기 케이크 맛있는 데잖아." 라고 말했다. 얼스어스를 모른다고 하면 제로 웨이스트, 무포장가게 등을 언급하며 설명해줄 생각이었지만 H양은 곧바로 '케이크의 특출한 맛'에 대해 언급하며 자신이 아는 카페에 대한 이야기에 반가움을 표했다.
얼스어스의 케이크는 '무포장'이라는 친환경 가치를 띄고 있었지만 무엇보다 정말 ‘맛있는’ 케이크였다. 기본적으로 케이크는 맛있어야 하고, 만약 정말 맛있다면, 개인용기를 들고와 포장을 해야하는 불편함은 어느정도 감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일회용품 대체 서비스, 트래쉬버스터즈와도 비슷한 맥락이다. 트래쉬버스터즈의 곽재원 대표는 패셔너블한 친환경 브랜드를 원했고 "예뻐서 눈길이 갔는데, 알고보니 착한 브랜드"를 추구했다고 한다. 마치 파타고니아나 프라이탁을 사회적 기업이라 칭하지 않는 것처럼 사회적 기업이란 테두리에 가두지 않고 본래 우리의 일을 하는 것이라 표현했다. 일단 일회용품을 대체하는 제품을 만들어 공급하는 브랜드라면 이로 인해 생겨날 불편을 감수할 수 있을 정도로 만족감을 만들어줘야하는 것이다. 트래쉬버스터즈의 제품들은 쨍한 오렌지 컬러로 정말 이쁘다.
P.S. 얼스어스 공식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이렇게 답글을 달아주셨네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