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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냐 Jul 31. 2024

나의 서점

위트앤 시니컬

아 이게 왜 이렇게 나왔지... 아까워

커피를 내리던 시인의 혼잣말 소리를 들으며 나는 서가를 둘러보았다 나는 웃음을 참았다 시인의 일상어는 왠지 재미있게 느껴진다

그러니까 벌써 일곱 해나 지난 일이다, 신촌에 있던 이 서점을 나는 무척이나 좋아해서 -사실은 사람이 적던 합정동의 그곳을- 숨겨 놓은 도토리 찾으러 드나들듯 드나들었다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다시 책을 읽기 시작하고 일기를 쓰던 때였다 책을 사러 가서 그냥 나가지 않고 늘 대강맥주를 마시거나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이네딧 담이라는 스페인 맥주를 처음 마셔 본 곳도 그곳이었다 -무려 무료였다


그렇게 좋아하던 곳에 정말 오랜만에 왔다

종로로 서점이 옮긴 후에도 낭독회에 참석하고 근처에 갈

일이 있으면 들리던 곳이었는데

김상혁시인의 네 번째 시집 이후로 처음이니 일 년이 더 되었고 그때도 이층 계단을 올라가 바로 들고 계산만 하고 내려왔다 무엇이 그렇게 어렵고 쑥스럽던지 달려 내려가 버스를 타니 “환승입니다 “ 하는 기계목소리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오늘은 미뤄두었던 책들을 사고 서가에 앉아 조금 시간을 보내려는 결심을 하고 집을 나왔었다

심호흡을 하고 1충 서점의 문을 열고 들어가 동그란 2층 계단을 올라 박소란과 신용목, 황인찬 그리고 서점주인이면서 시인인 유희경의 새 책들, 황유원시인이 옮긴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의 시집을 샀다 시인의 새 책, 사진과 시에 저자 서명도 받고 자리를 잡고 앉아 읽던 참이었다

 

박소란의 빌딩과 시를 읽다가 유희경의 책을 읽던 중이었다 마침 자신이 태어난 날 시인의 아버지가 자신의 어머니를 업고서 나를 낳아주셔서 내게도 이렇게 좋은 날이 생긴다고 그 얘기를 읽던 중이었다 음악 소리가 조금, 조금 커졌다  떨어진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이 짐을 챙겨 나가고 두런두런 시인이 동료(?)들과 이야기하는 소리를 듣다가 (또 웃고 말았고 ) 혼자 뿐인 서가에 앉아 있는 것이 갑자기 너무나 어색해져서 책을 덮고서 옆 건물에 카페에 와서 나머지를 읽는다 박소란도 황인찬도 신용목도 서점주인인 유희경 모두 한 번쯤 만나 본 사람들, 책을 읽으며 시인들의 목소리와 표정들이 떠올랐다

카페의 커피가 맛있고 적당히 소란하다

이만하면 되었다 오늘은

서점은 거기에 있고 오늘은 오늘, 내일도 내일 또 거기에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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