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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lon easy Jul 09. 2021

첫 아프리카 여행

Uganda_Africa_2005

세계 여러 나라의 가톨릭 문화를 담았던 프로그램, 특별기획 ‘믿음의 노래’.

그 첫 촬영지인 필리핀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후, 장비와 촬영감독을 교체해서 다음 날 바로 아프리카로 향했다.

경유지인 두바이 공항

인천에서 출발해서 UAE의 두바이, 케냐 나이로비를 경유해서 우간다 엔테베로 들어가는 일정.

제작비를 효율적으로 쓰느라 가장 싼 비행 편을 찾다 보니 20시간 동안 세 번의 항공편을 갈아타야 했다.

첫 경유지인 두바이.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허브공항이어서 수많은 사람들이 크고 깔끔한 공항 안에 가득한데… 흰옷을 입은 중동 사람들이 너~무 새치기를 한다. 한 무리를, 인종을, 나라를, 종교를 싸잡아서 비난하지 않아야 한다고 굳게 마음먹고 살고 있는데, ‘니가 언제까지 그러나 보자!’라는 듯.

한참 후에 다른 비행기에서 내려 경유하러 온 이들도 친구~를 외치며 계속 줄 앞쪽에 선다. 다음 비행 편 시간은 다가오고 내가 선  경유 줄은 줄지 않는다.

이 하얀 옷을 입은 속이 시커먼 이들에겐 서로 이런 식으로 배려해주는 게 형제애인 모양이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배려에는 ‘애’를 붙이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노려만 보았다.

확 그냥~ 한판 뜨고 싶었지…만 쪽수에 압도당한 채 사람 좋은 척 참았다.

그때 비행기 안에서 써두었던 글을 이렇게 이미지로 만들었었네... ㅎㅎ
캄팔라에서 진자로 가는 차 안에서 만난 풍경. 상상도 못 한 아름다운 곳... 부자들의 타운하우스 같기도...
칠흑 같은 어둠 속을 걸어 배정해준 창고 같은 숙소를 찾아 가는데 쥐를 밟기도 하고 밤새 알 수 없는 짐승 울음소리에 결국... 아프리카에서의 첫날 밤은 뜬눈으로...

아프리카 첫 촬영지로 우간다에 온 이유는, 이곳에서 아프리카의 대표 순교자 행사인 나무공고(Namugongo) 축제가 열리기 때문이다. 6월 3일은 그 유명한 성 가롤로 르왕가와 동료 순교자 축일 Martyr’s Day이고 축제날에 맞춰 아프리카 각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아프리카 대표 가톨릭 축제여서 주변의 케냐, 르완다, 탄자니아뿐 아니라 멀리 잠비아, 나이지리아 등에서도 순례자들이 오고, 이날은 약 80만 명이 모였다고 한다. 첫 아프리카 여행에서 이 대륙 사람을 다 만나는 느낌이었달까…

(당시 드론이 없었던 게 통탄할 노릇이다.)

이렇게 트럭에 실려서 며칠을 달려서 온다고 한다. 그 고단한 여정에도 성지를 찾는 순례자이기에 가장 깔끔한 옷을 입고 불편함을 감수하는 이들이 존경스럽기까지 했던 기억...
그들 사이를 누비며 취재하는 우리 둘은 아주 좋은 구경거리였고, 너무 도드라지는 백인(?)이었다. 자신들 자리 확보도 힘든데 촬영을 배려해주던 예의 하얀 웃음이 참 고마웠다.

이 축제 미사를 집전하던 추기경님의 강론 중, 성관계할 때 콘돔을 반드시 사용하라는 말씀에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가톨릭 교리상 인공피임은 권할 수 없는 것이지만, 에이즈의 감염이 심각한 상황에서 생명이 우선되어야 하는 지역적인 이해가 더 중요할 수 있구나...라는 이전엔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와 마주하게 되었다. 이후 많은 나라를 다니며 이런 딜레마에 자주 생각이 붙들리는 경험을 한다. ‘사랑’과 ‘정의’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 같은… (이 이야기도 언젠가…)

'부자가리'라는 동네에 위치한 Source of Nile. 이곳 바닥의 샘에서 나일강으로 흘러가는 물이 시작된다고 한다.

첫 아프리카와의 조우, 우간다에서의 일정을 이틀 만에 마치고 육로를 통해 케냐로 넘어간다.

버스로 국경을 넘으면서 첫날 엔테베 공항에서 우리 카메라를 총이라고 바득바득 우기며 결국 100달러를 챙겨간 귀여운 세관원의 얼굴이 떠올랐다. ㅎㅎ 잘 살아라~ 부디~

현지 가이드를 해주었던, 케냐와 우간다에 파견되어 살고 계신 툿찡 베네딕도회 수녀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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