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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우서우아빠 Feb 12. 2024

애들 다 자면 글 쓸 수 있는데...

술 한잔하고 싶은 유혹을 참지 못하네

연휴 마지막날, 오전 8시에 기상한 아이들

그 전날 대공원에 놀러 갔다 온 여파 탓인지 팔과 장딴지가 욱신거린다. 아침으로 뭘 먹일까 고민하다 기름진 명절 음식이 더부룩해 마일드한 음식을 먹기로 한다. 머리도 감지 않은 채 상점가로 발길을 옮기니 가고 싶었던 식당이 잠겨 있다. 그냥 테이크아웃 커피와 도시락류를 사서 끼니를 때운다.

 

연휴 내내 나들이를 해서 지친 아이들을 위해 오전에는 집안 놀이를 하기로 했다. 최근 공놀이에 빠진 아이들과 연신 빅민턴을 하면서 놀아준다. 그 사이 밀린 빨래가 다 되어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물려주고 집안일을 끝낸다. 연휴 기간 잔뜩 밀린 분리수거도 아이스크림이 채 녹기 전에 마무리한다. 오후 1시가 되도록 집안에서 아이스크림 놀이, 미끄럼틀 놀이, 층간소음방지매트로 만든 텐트놀이를 하고 나니 소재가 떨어졌다.

아이들을 데리고 유모차 산책을 나간다. 인근 미사리 경정장까지 30분 정도 걸으며 애들 낮잠을 재울 요량으로 말이다. 부지런히 걷다 보니 아이들이 모두 잠에 빠져들었다. 막간을 이용해 배를 채울 요량으로 인근 식당을 뒤졌으나 이상하게 그 어떤 음식도 달게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그냥 카페에 가서 아메리카노에 스콘 한 입 해야지. 카페에서 자리를 잡고 주문한 커피가 채 나오기 도전에 둘째가 눈을 끔뻑거리며 미소를 머금은 채 날 바라본다. 나도 마지못한 미소로 화답하며 '좀 더 푹 자지'라는 혼잣말을 목구멍으로 삼킨다.

아이들과 킥보드도 타고, 배드민턴 놀이도 하고, 이래저래 해가 뉘엿뉘엿 질 때까지 놀고 집으로 돌아오니 6시가 넘었다. 다시 어제 먹다 남은 명절음식을 데워 밥을 먹인 후 아이들을 목욕시킨 뒤 한글 공부에 푹 빠진 첫째는 와이프가, 몸으로 놀아주는 게 아직 좋은 둘째는 내가 맡아 놀아준다. 8시가 되어 목욕물을 받아 목욕을 시키고 9시가 되어 각자 방에 들어가서 재운다. 10시 반이 되어서야 모든 상황이 종료되고 나는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가지게 된다.


이제 글만 쓰면 되는데...

오늘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려면 글을 써야 해...

아... 하지만 내 하루는 지금 막 끝났는데...

한 잔 하면 안 될까...?


지금 이 글은 맥주 한 잔 따라놓고 차가운 술이 식기 전에 쓸 요량으로 쓰는 것이다. 관우가 화웅의 목을 데운 술이 식기 전에 베어오겠다는 일화와 비견되고 가 중요한 게 아니고 빨리 쓰고 한 잔 할 생각이다. 글의 퀄리티와 흐름은 당연히 뒤로 한지 오래다. 나약해진 마음을 추스르고자 하는 것도 지금 당장은 아니다. 그저 욕구의 충돌을 '브런치'를 핑계 삼아 보고 싶을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이다.

쓰고자 하는 소재는 틈틈이 카카오톡 '나와의 대화'에 저장해 두었다. 연휴도 끝났고 새 학기를 준비하는 상황인 만큼 내일부터 마음잡고 차근차근 하나씩 글을 또 써 볼 생각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라는 속담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네. 오늘 한 번만 끌어다 쓸게요.


아... 근데 맥주 다 식었네...

막상 쓰다 보니 또 길게 써버렸네... 별것도 아닌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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