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 Review
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
애플이 지난 20년간의 선보였던 제품들을 모아 발행한 책이다. Andrew Zuckerman이 사진을 담당했고 그간 Jony Ive와 그의 디자인 팀이 작업했던 애플 제품과 그 제품들의 제작 과정이 담긴 사진들이 450장이나 수록되어 있다.
사실 이 책은 3년 전인 2019년에 구입했었던 것이다. 책이 처음 출간했을 때만 해도 책치고는(...) 무지막지한 가격 때문에 구입의사가 거의 없었으나, 당해에 조니 아이브가 애플을 퇴사하고 미국 애플 공홈에서 판매를 중단하면서 부랴부랴 한국에서도 매진되기 전에 부리나케 구입했다.
애플이 직접 디자인한 책이라 그런지 역시 달라도 다르다. 양장 제본으로 이루어진 마감부터 사진 한 장 한 장의 퀄리티도 더없이 훌륭하다. 너무 당연하게도 애플 특유의 그들의 장인 정신이 그대로 책에도 반영되었다 볼 것이다. 그만큼 소장가치가 아주 높다. 누군가 이 책을 구입한다고 문의해도 어떤 가격이라도 양도할 생각이 전혀 없을 정도다. 제품 디자이너로서 이 같은 책을 소유하고 있는 건 더 없는 영광이다. 오늘은 이 책을 펼쳐보며 한 장 한 장 인상 깊었던 장면을 찍어 그에 대한 감상에 대해 적어보려 한다.(스압 주의)
표지와 외장 하드커버. 애플 로고와 그들의 서명이 음각으로 새겨져 있다. 이 책은 두 가지 사이즈로 제공되는데, 나는 그중 330 x 413 mm의 큰 버전을 구입했다. 덕분에 아주 무겁다. 책을 보려고 상자에서 꺼내고 옮길 때마다 조금 고생스럽다.
표지를 넘기면 그의 서문을 번역한 간이 책자가 들어있다. 그의 작업 정신과 디자인을 대할 때의 태도가 짧은 글에 요약되어 있다. 다는 아니지만 그가 지금까지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무언가를 만들어 냈는지에 대해 잠시나마 느낄 수 있다. 말 수가 적은 걸로 알려지고 미디어에 자신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 아이브의 생각을 직접적으로 알 수 있는 더 없는 기회이다.
최근에 발매한 최신형 24인치 iMac은 그 두께가 아이폰 1세대 보다도 얇다. 사진의 음극선관 덕에 과거의 첫 iMac의 두께를 생각해보면 경이로울 수준. 그만큼 이 책은 그간의 기술발전과 시간의 흐름에 따른 제품 디자인의 맥락의 변화를 잘 보여주는 데에도 의미가 크다.
이렇게 보았듯 초기의 애플 제품들은 지금과는 다르게 애플을 플라스틱의 귀재라고 불릴 정도로 자신들의 제품에 플라스틱을 즐겨 사용했다. 어느 순간 애플은 플라스틱을 잘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그것이 환경 보전의 목적인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대신의 지금의 애플은 금속의 귀재라고 할 정도로 메탈 소재를 잘 이용한다.
이 책에서는 특이하게도 노트북 디자인을 소개할 때마다 디스플레이는 유독 일부러 배제하며 보여주지 않는다. 그만큼 제품에서 자신들의 손길이 많이 닿은 부분을 강조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이 책에 마지막은 Apple Pencil로 마무리된다. 컴퓨터에서 시작해 연필이라는, 지극히 작고 간단한 창조의 가장 기본적인 도구로 끝을 맺는 것이 의미 심장하다.
서문에서 그는 이 책을 스티브 잡스에게 바친다고 말한다. 그에게 잡스가 얼마나 큰 존재였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이 한마디와 책에 실린 제품들은 잡스 사후 애플 퇴사까지 그간의 아이브의 머릿 속에 스쳐갔던 고민들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게 해준다.
스티브 잡스의 영혼의 단짝이라 불리는 조니 아이브는 2019년 3월 애플 이벤트에서 애플이 대대적으로 서비스 시장에 진입을 발표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20년 동안 몸담고 있던 애플을 퇴사한다. 그리고 이 책은 2016년 11월에 발행되었다. 아이브는 아마 그즈음 전부터 차차 애플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감히 추측해본다. 그리고 떠나기에 앞서, 지금까지의 애플에서의 여정을 되돌아보고 기리기 위해 이 책을 제작할 마음을 먹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책의 전체적 마감이나 그의 서문에서 엿들을 수 있는 그의 말 한마디나, 내게 이 책은 조나단 아이브라는 정말 그 다운 섬세하고 고요한 작별 인사처럼 와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