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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식작가 Jan 29. 2024

캐릭터와 음식의 만남

캐릭터, 만화와 콜라보하는 음식에 대하여

  캐릭터 파급력


  지난 연말에 한 박람회에 다녀왔다. 국내외 수많은 일러스트레이션 작가들의 작품을 구경하고 관련 굿즈를 구경할 수 있는 박람회였다. 코엑스에서 열린 2층 규모의 박람회에는 각종 원화와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수백, 수천 개였다. 부스들은 끝없이 많았고 그곳을 찾는 방문객 역시 말도 안 되게 많았다.


  알고는 있었다. 캐릭터와 일러스트 시장이, 소위 말하는 귀여운 것들이 꽤 인기라는 것을. 소품샵이 부쩍 늘었고 파생상품과 굿즈들이 잘 팔린다는 것을. 하지만 이 정도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일까. 내가 방문한 날은 행사의 마지막 날이었음에도 발 디딜 틈 없이 사람이 빼곡했다. 박람회에서 인기 있는 캐릭터 부스에는 엄청난 웨이팅이 있었다. 저마다 양손에는 쇼핑백이 두둑이 들려 있었다. 이 시장의 규모는 내가 생각한 것을 훨씬 뛰어넘었다.


  곰표 맥주, 그리고 포켓몬 빵 이후로 외식/유통업에서 콜라보레이션은 빠질 수 없는 키워드가 되었다. 나도 가끔 사 먹었고 그 인기를 직접 체감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가끔은 의문이 들기도 했다. 마니아 층을 공략하는 것은 알겠지만 이 정도인가? 공략할 시장이 이렇게도 크던가? 그리고 가끔 캐릭터만 박아놓고 제품의 질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을 보면, 이게 팔리나? 싶기도 하다. 그러나 그건 내 착각이었던 것 같다.  


  

  콜라보 혹은 자체 생산  


  몇 년 전까지 콜라보레이션은 전혀 다른 브랜드, 전혀 다른 제품들이 이색 제품을 출시하는 것을 말했다. 그 분야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뒀던 CU의 곰표 맥주처럼 말이다. 하지만 지금 외식, 유통업에서의 대세는 캐릭터와 하는 콜라보레이션이다. 배스킨라빈스와 롯데리아와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들은 포켓몬, 쿠키런 킹덤 등 큰 팬덤을 가진 캐릭터들과 연이어 콜라보레이션을 펼쳤다.


  식품업 혹은 유통업에서도 콜라보는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런 콜라보의 원조이자 사실상 이 열풍의 주역이었던 SPC의 포켓몬빵이 시작이었다. 빵 속에 들어있는 띠부띠부씰을 갖기 위해 편의점 오픈런을 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부활한 포켓몬빵은 짧지만 굵은 전성기를 누렸다. 이런 전성기를 눈앞에서 목도한 편의점들은 직접 캐릭터와 콜라보하여 제품을 출시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이 바로 CU다. 인기 있고 귀여운 캐릭터들과 콜라보한 제품들을 연이어 출시하며 젊은 소비자층을 완벽히 공략했다.


  또한 외부 콜라보에 의존하지 않는 사례도 더러 등장했다. 자체 캐릭터를 만들어 소비자에게 어필했다. 기업에서 자체 생산한 캐릭터는 상업성이 짙고 홍보 목적일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노티드의 스마일리, 슈가베어와 GS25의 무무씨는 그야말로 대성공을 거둬들였다. 이렇게 기업마다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방식은 달랐지만 결국 골자는 하나다. 귀엽고 예쁜, 혹은 유명한 캐릭터와 콜라보할 것.    

 


  키덜트들은 세상 밖으로


  장난감과 만화는 이전까지 어린이들의 전유물이었다. 심지어 초등학생 나이대의 아주 어린아이들의 것이었다. 성인은 물론이거니와 중고등학생들이 이러한 장난감과 만화를 좋아하면 어른스럽지 못하다고 타박을 줬다. 그렇지만 콘텐츠는 끊임없이 나왔다. 텔레비전과 인터넷,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정점을 찍었다. 누구나 손쉽게 방대한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었다.


  그 결과 기성세대에 비해 어린 시절부터 방대한 콘텐츠를 접한 것이 지금의 MZ세대다. 그리고 단순히 어린아이가 아니다. 어디에, 어떻게 소비할 것인지 확실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 막강한 소비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선도해 나갔다. 그 소비의 방향 중 하나가 바로 어린 시절부터 보고 즐겼던 만화, 캐릭터, 장난감이다. 이 응축된 소비의 힘이 한 번에 폭발한 사례가 그 유명한 포켓몬빵과 띠부띠부씰이라 생각한다. 그 이후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었다.


  키덜트는 몇 년 전 유행한 신조어로 키드와 어덜트의 합성어다. 만화나 장난감을 소비하는, 어린아이 같은 취미를 가진 어른을 일컫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제 키덜트는 신조어가 아니다. 특정 몇 명을 지칭하는 것도 아니다. 사실 우리 모두는 키덜트가 되었다. 음지 속에 숨어 있던 문화가 양지로 나왔다. 모두 마음에 품고 있던 동심과 낭만을 꺼내 보였다. 타박주는 이도, 눈살을 찌푸리는 이도 줄었다. 마이너한 문화였던 키덜트는 어엿한 메이저가 되었다.    



  만화, 어서 이리 나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은 질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것을 소비하는 소비자도, 소비되는 문화 자체도 양지로 나왔다. 전통적으로 폐쇄적이던 문화 콘텐츠 전반에 걸쳐서 양지화가 진행되었다. 일본의 대형 애니메이션부터, 한국산 웹툰과 웹소설, 개인 작가의 캐릭터와 원화까지 그 인기는 날로 높아져만 갔다. 심지어 몇몇 만화들은 사회 현상 수준으로 번져나갔고, 이런 상황을 몇 번 겪으면서 산업 자체가 더욱 단단해졌다.


  게다가 어린아이들과 달리 상대는 소비력을 갖춘 당당한 어른이다. 부모님의 허락 따위는 필요치 않다. 캐릭터 상품과 굿즈들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고 그중 음식은 단연 인기 있는 제품이었다. 원래 과거부터 만화 캐릭터와 음식의 콜라보는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가장 손쉽게 접하고 구매할 수 있으며, 소위 말하는 팬심을 고양시킬 수 있는 가장 가성비 넘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렸던 시절에는 캐릭터가 붙은 음식들은 보통 간식류였다. 아이들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제품인 탓이다. 하지만 이제 간식류뿐만 아니라 라면, 도시락, 단백질 음료까지 어른들을 타깃으로 한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잘 사주고, 잘 팔리니까. 만화와 캐릭터, 현실 속에 존재하지 않은 이것들이 현실에 실재하는 것처럼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캐릭터를 인질로 삼겠다


  나도 그랬지만 캐릭터 상품을 가끔 사 먹으면 참 이게 애매해진다. 캐릭터에 이끌려 산 것은 맞지만 가격대비 오롯이 음식만 놓고 본다면 아쉬운 점이 눈에 보이니까 말이다. 캐릭터 상품의 가장 큰 맹점이자, 우리네 어른들이 상술이라고 혀를 찼던 이유다. 이 상품들이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은 음식 맛보다는 캐릭터 때문임은 틀림이 없다. 그럼에도 아직 잘 팔리니까, 다들 좋아해 주니까. 뜨겁고 맹렬한 산업이다.


  물론 달라지긴 했다. 이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포켓몬빵은 초창기부터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아이들은 빵이 맛없어 빵은 버리고 스티커만 챙겼다. 결국 캐릭터의 유행이 잦아들자 1세대 포켓몬 빵은 자취를 감췄다. 최근 재출시했을 때는 그래도 문제점을 많이 개선했다. 빵의 맛과 퀄리티를 끌어올려 전보다 먹을 만해졌고, 심지어 맛있는 빵도 있다는 평이었다. 물론 불꽃같은 인기를 누린 것은 찬가지였지만. 이외에도 나름 맛에 신경 쓴 제품들이 더러 있었다. 전반적으로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선한 것이다.


  어릴 땐 그렇게 가지고 싶었다. 그 스티커 하나가 뭐라고, 그 장난감 하나가 뭐라고. 조그마한 사탕과 초콜릿, 빵에 끼워진 그게 그렇게 좋았다. 그런 설렘과 두근거림을 지금도 더 발전된 환경에서 누릴 수 있는 것은 분명 행운이다. 하지만 그토록 수없이 보아왔던 짧고 굵은 캐릭터 상품들의 말로를 떠올리자니, 지금의 상품들은 조금 길게 지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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