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식작가 Apr 22. 2024

배달비가 그치고 날은 개는가

  배달비 먹구름이 사라진다?


  배달의 민족을 마지막으로 모든 주요 배달 플랫폼이 무료배달이라는 타이틀을 전면에 내세우게 되었다. 난립하는 경쟁자들을 물리 2강 독주 체제 속,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 사이를 비집고 쿠팡이 들어오면서 이 모든 것은 시작되었다. 


  1,000원, 2,000원까지는 그래 뭐 용납할만했다. 하지만 배달비는 끝도 없이 올랐다.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면서 7,000원짜리 음식에 배달비가 6,000원이 붙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모두가 입을 모아 과하다고 지적했지만 상관없었다. 펜데믹이라는 3년 간의 끝나지 않는 성수기가 기가 막히게 맞물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일상을 되찾았고 엔데믹이 찾아왔다. 그리고 상상 이상의 물가상승률이 기다리고 있었다. 도저히 몇 천 원 수준의 배달비를 견딜 수가 없었다. 배달음식은 일상에서 점점 멀어졌다. 업계 선두였던 배민을 따라잡기 위해 쿠팡이, 그리고 그보다 먼저 요기요가 파고든 지점은 바로 이 부분이었다. 배달비로 멀어진 소비자의 마음을 되돌려 놓는 것.



  우리 지갑의 주적   


  요새 뭐 먹고살아?라는 물음에 배달음식이라고 답했던 친구들이 하나 둘, 요리를 시작했다. 이유를 물으면 요즘 뭐 시켜 먹기가 겁나서라고 한다. 가파르게 뛴 물가도 한몫했지만 만만치 않은 배달비도 크게 작용했다. 음식값 이외에 나가는 지출을 막을 필요가 있었다. 단순히 돈을 조금 더 내고 편하게 음식을 먹는 수준이 아니게 됐다.  


  결국 소비자는 배달음식 가격에 자연스럽게 배달비를 마음속으로 붙였다. 실물 가격과 함께 심리적인 가격도 덩달아 뛰었다. 덕분에 배달음식은 우리의 지갑을 얆게 만드는 가장 큰 해악으로 자리 잡았다. 배달음식은 이미 사치품이자 불필요한 소비로 인식되었다. 허리띠를 졸라매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배달음식을 끊는 것이었다.


  유형의 음식을 구매하는데 배달이라는 무형의 서비스를 위해 너무 많은 돈을 지불한다는 것이 가장 컸다. 우리 삶의 필수품이라는 지위에서 점차 내려갔다. 추가금을 내더라도 우리 집으로 바로 오는 한집배달 서비스가 등장할 만큼 배달이라는 서비스는 모두에게 사랑받았었지만 더 이상 서민에게 가장 근접한 존재는 아니었다. 포장부터, 집밥까지 배달에서 벗어나려는 이들의 대탈출이 속속 이어지고 있었다.  



  배달비라는 아킬레스를 끊는 자


  누가 뭐래도 업계 1위는 배민이었고, 배민이다. 참신한 마케팅과 각종 쿠폰, 혜택들을 쏟아내며 가장 트렌디한 플랫폼으로써 소비자의 지갑을 락인시켰다. 하지만 배민이 업계를 지배하는 동안 배달비는 천정부지로 솟았다. 배달물가 상승이 누구 때문이라 꼬집어 말할 순 없었지만 업계 1위 배민은 그 모든 화살을 받아내야만 했다. 물론 이들이 주 원인이다. 또한 물론 욕은 먹어도 점유율은 압도적이었다. 이런 일련의 스토리는 그들을 악당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독점기업의 물가 상승 횡포. 이제 영웅이 등장할 시기가 되었다.


  만년 2위였던 요기요는 악당 배민이 가진 가장 치명적인 약점인 배달비를 이용했다. 일정 금액을 구독하면 배달비를 무료로 해주었다. 판세를 뒤집을 만큼 강력하지 않았지만 점유율이 상승한 것은 자명했고 유의미한 정책이었다. 소비자들이 배달비 무료라는 것에 분명 반응을 한 것이다. 락인되었던 소비자들을 이탈시킬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었다. 바로 배달비로.   


  그다음은 쿠팡이었다. 쿠팡 멤버십이라는 끈끈한 결속력을 갖춘 제도로 유통부터 콘텐츠에까지 발을 뻗친 그들의 다음 타깃은 배달 시장이었다. 기존 쿠팡 멤버십 가입자들에게 제공한 할인을 배달비 무료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기존의 멤버십을 활용해 몸집을 빠르게 불린 쿠팡이었기에 그들의 선언은 꽤나 의미가 있었다. 많은 사용자들이 흔들렸다. 배달의 민족도 결단이 필요했다.



  무료의 함정


  그렇다면 무료라고 광고하는 것 중에서 진짜 무료가 있을까? 무료배달을 위해서 요기요는 별도의 구독료를 지불해야 했다. 쿠팡이츠는 쿠팡 멤버십 회원이어야 했으며 여러 집을 거쳐오는 알뜰 배달에 한해서였다. 배달의 민족은 이 점을 다시 파고들었다. 어떠한 구독료도 발생하지 않는 무조건적인 무료배달을 선언했다. 물론 알뜰배달에 한해서만


  쿠팡이츠는 기본적으로 한집배달만 포기한다면 100% 배달비가 무료였다. 그러나 배달의 민족도 동일한 전략을 들고 온 이상, 역부족이었다. 소비자인 내가 직접 체감할 정도였다. 쿠팡이츠는 결국 배달비 무료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혜택이 부족했다. 그러나 이 업계에서 몇 년을 구른 배달의 민족은 가진 패가 많았다. 각종 유명 브랜드와의 행사, 쿠폰, 여전히 참신한 마케팅은 왜 이들이 이 위치에 있는지 알려주었다.


  그러나 배민도 약점은 있었다. 알뜰배달을 시행하지 않는 매장이 꽤나 많았다. 아직까지 무료배달을 이용할 수 있는 가게가 그리 많지 않다는 소리다. 그리고 사라진 배달비가 결국은 음식값에 스며드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존재했다. 실제로 각종 쿠폰 행사를 진행하면 그 행사 기간 동안 쿠폰 할인가만큼 일시적으로 가격을 올리는 행위도 빈번하게 보였으니까. 과연 배달비라고 그러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었다.


  결국 요기요, 쿠팡 말고도 배민 역시 약점을 안고 있었다. 전면 무료가 아니라는 것, 배달 업계의 각종 논란을 몰고 다녔다는 것. 무료의 함정인 것은 사실 맞아 보인다. 구독료를 내는 것이든, 무료배달 매장이 적고 음식값이 오르는 것이든 결국 어떤 식으로든 함정을 교묘하게 파냈을 것이다. 이제 관건은 얼마다 그럴듯하고, 얼마나 덜 기분 상하게 함정을 파냈느냐의 싸움일 것이다.



그만큼 배달비가 싫으시다는 거겠지


  사실 배달의 민족이 영원까지는 아니어도 꽤나 오랫동안 무적의 독주를 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끈질기게 점유율을 가져갔던 요기요, 쿠팡와우라는 멤버십을 무기로 들고 나온 쿠팡이츠 덕분에 드디어 이 시장에 경쟁이라는 단어가 생겨났고 그 시작은 다름 아닌 배달비였다. 어떤 참신한 마케팅 수단보다 결국 이 시장의 본질은 배달 비였던 걸까?


  물론 여전히 배민은 압도적이다. 나는 배달 플랫폼 유목민 생활을 조금 했는데 결국은 돌고 돌아 배달의 민족이었다.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모르겠으나 마찬가지로 무료배달을 선언하고 나서는 배민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었다. 독점에 가까운 쿠폰과 이벤트, 이들이 수년간 쌓아 올린 이미지는 무시할 수 없었다. 배달물가 상승의 주범이라는 손가락질과 동시에 여전히 이 시장의 리더는 맞아 보인다.


  그래도 균열을 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배달비 부담스럽다 하면서도 전부 배민을 이용했다. 수치가 그것을 증명한다. 하지만 배달비에서부터 파생된 두 번째 경쟁이 시작됐다. 배달비가 부담스러워 플랫폼을 옮길까 고민한 것만으로도 2위와 3위에겐 아주 큰 성과다. 참신하고 독특함으로 소비자를 휘어잡던 시절 다 가고, 이렇게 배달비가 주요 키워드로 떠오를 줄 알았을까. 우리는 정말 배달비를 환멸 했나 보다. 그만큼 배달비가 비싸졌나 보다. 그만큼 먹고살기 힘들어졌나 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