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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따 Apr 01. 2024

삼대

어제 일요일은 시가에 봉사했다.

시어머님이 이석증 이명으로 드러누웠다고 본인이 영통으로 직접 호소하는데 어쩌랴. 시가 가서 애랑 남편은 밖으로 내보내고 밥 짓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심심했던 시어머니의 온갖 이야기에 부질없는 대꾸를 던지며 한나절을 보냈다. 방구석 먼지를 벅벅 쓸어내는 내 뒷꼭지에 대고 흐뭇하게ㅇㅇ야~ 이래서 딸이 있어야 하는구나 하는 말씀에 딸한테 이런 거 시켜 먹을 거면 딸 없어도 된다고 했다.

내가 앉을 자리인데 더럽고 찐득거리는 바닥이 짜증 나서 투덜거리며  있는 대꾸 없는 대꾸 다해도 시어머니는 마냥 즐거운지 누워서 자기 손에 리모컨도 좀 쥐어달라고 하신다. 있다 보얄미운 포인트가 한두 개가 아닌데 그래도 시어머니 딱히 밉진 않다.

그 와중에 시고모가 모셔간 옆동네 시할머니가 지네한테 쏘였다고 하셔서 아니 가볼 수가 없어 방문했다. 산 아래 집이니 지네도 있지. 가렵기만 하고 주사 맞고 말짱하시다는 어린 쑥을 쏙쏙 다듬는 아흔다섯 노인에게 소리 없는 경이를 보낸다. 겨우내 누가 죽었고 누가 죽었고 하며 본인이 이제 나이가 가장 많은 사람이 되었다면서 산 귀신이나 다름없다고 한다. 예예, 근데 아파서 드러누우면 곤란한데 지금 이렇게 건강하면 상관없다고 무릎을 쓸어드리니 보청기 빼고 다녀서 다른 말은 철통같이 못 알아들으시면서도 그 말씀엔 후후 웃으신다.

시어머니가 보셨으면 정말 싫어했을 것 같다.

그래도 시어머니가 하는 말이 자기 이렇게 아플 때 자기 코앞에 밥상 들여주는 사람은 시할머니뿐이었다며 아프니까 그 생각이 나더라 한다. 에구 어머니 그렇지만 이제 더 이상 절대 시할머니랑 같이는 못 살걸? 하며 나 혼자 생각했다.

차려놓은 밥상머리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지난번에도 한번 그러더니 자기는 시집오고 못해본 게 너무 많아서 며느리들은 자기가 돈 대 줄 테니 뭐라도 해보게 하고 싶다하시길래 이번 기회는 놓치지 않고 아니 어머니 그럼 지금이라도 나는 돈 좀 줘요. 하고 싶은 거 많은디. 하니까 으... 응??? 뭐.. 뭐 할 건뎅.. 하길래 돈 주면 뭐라도 한다고 용돈 좀 보태달라고 난리 쳐보니 으.. 응.. 아이고 우리 손자~~ 하며 말머리를 돌린다. 좀 더 푸시해 볼걸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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