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었어요!
이건 정말 아닌 거예요!
얼마 전, 찐한 눈빛으로 서로의 믿음을 나누었던 우리.
하지만 그건 나 혼자만의 감정이었습니다.
이제 보니 주기만 하고 받지는 못한 애틋한 감정이었습니다.
난 아주 매몰차게 퇴짜 맞은 쓰린 가슴을 두 손으로 꼬옥 쥐어봅니다.
늦은 오후 가게 옆 골목길을 혼자 걷고 있었습니다.
길 옆으로 띄엄띄엄 차들이 서 있었고 그 사이를 그 녀석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며 나와 마주 보며 걸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 녀석의 모습은 무더운 한 낮,
허기를 채운 배부른 사자가 시원한 나무 그늘을 찾아 어슬렁어슬렁 걷고 있는 것과 흡사했습니다.
난 얼마 전 우리가 나누었던 찐한 애정을 생각하며
반가운 맘에 그 녀석을 불렸습니다.
"안녕~"
그런데 녀석은 아무 반응도 없었습니다.
늦은 오후의 바람소리조차 없는 차분하고 무거운 공간에 정적을 깨 듯한 소린데도 그 녀석은 털끝하나 흔들림 없이 걷기만 했습니다.
오직 제갈길만 가고 있었습니다.
못 들었나 해서 또 불렀습니다.
"냥아! 냥아!"
"나야 나."
"....."
몇 번이고 부르고 또 불러보았지만, 녀석은 귀머거리처럼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난 조금 서운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우연히 흘려버리는 의미 없는 눈빛이라도 마주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 생각 또한 나의 사치였습니다.
어느 순간 난 영혼도 친밀감도 없는 건조하고 둔탁하게 그 녀석을 부르고 있었습니다.
"애~!"
"야! 야~."
"인마, 어디가?"
하지만 녀석은 꿈쩍도 않고 걷고 있었습니다.
"으~~!"
"이런..."
나는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았습니다.
"내가 미쳤지, 또 믿었잖아!"
또 내가 바보 같은 짓을 했습니다.
녀석은 그렇게 내 옆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내 시야에서 사라진 그 녀석을 나는 뒤돌아 보지 않았습니다.
나도 녀석과 똑같이 했습니다.
그렇게 몇 걸음 내디뎠지만 나의 미운 미련이 발걸음을 무겁게 했습니다.
난 가던 길을 멈추고 뒤돌아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녀석은 그림자조차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
"그럼 그렇지...."
악어의 눈물처럼 그 녀석의 눈빛을 믿은 내가 미워졌습니다.
섭섭하고 가슴도 아픕니다.
그래도 언젠가는 그 녀석이 이런 내 맘을 알아주는 날이 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