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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로 Oct 11. 2023

아니었어요!

아니었어요!

이건 정말 아닌 거예요!

얼마 전, 찐한 눈빛으로 서로의 믿음을 나누었던 우리.

하지만 그건 혼자만의 감정이었습니다.

이제 보니 주기만 하고 받지는 못한 애틋한 감정이었습니다.

아주 매몰차게 퇴짜 맞은 쓰린 가슴을 두 손으로 꼬옥 쥐어봅니다.



늦은 오후 가게 옆 골목길을 혼자 걷고 있었습니다.

길 옆으로 띄엄띄엄 차들이 서 있었고 그 사이를 그 녀석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며 나와 마주 보며 걸어오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 녀석의 모습은 무더운 한 낮,

허기를 채운 배부른 사자가 시원한 나무 그늘을 찾아 어슬렁어슬렁 걷고 있는 것과 흡사했습니다.

얼마 전 우리가 나누었던 찐한 애정을 생각하며

반가운 맘에 그 녀석을 불렸습니다.

"안녕~"

그런데 녀석은 아무 반응도 없었습니다.

늦은 오후의 바람소리조차 없는 차분하고 무거운 공간에 정적을 깨 듯한 소린데도 그 녀석은 털끝하나 흔들림 없이 걷기만 했습니다.

오직 제갈길만 가고 있었습니다.

못 들었나 해서 또 불렀습니다.

"냥아! 냥아!"

"나야 나."

"....."

몇 번이고 부르고 또 불러보았지만, 녀석은 귀머거리처럼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난 조금 서운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우연히 흘려버리는 의미 없는 눈빛이라도 마주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 생각 또한 나의 사치였습니다.

어느 순간 난 영혼도 친밀감도 없는 건조하고 둔탁하게 그 녀석을 부르고 있었습니다.

"애~!"

"야! 야~."

"인마, 어디가?"

하지만 녀석은 꿈쩍도 않고 걷고 있었습니다.

"으~~!"

"이런..."

나는 뒤통수를 게 얻어맞았습니다.

"내가 미쳤지, 또 믿었잖아!"

또 내가 바보 같은 짓을 했습니다.

녀석은 그렇게 내 옆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내 시야에서 사라진 그 녀석을 나는 뒤돌아 보지 않았습니다.

나도 녀석과 똑같이 했습니다.

그렇게 몇 걸음 내디뎠지만 나의 미운 미련이 발걸음을 무겁게 했습니다.

난 가던 길을 멈추고 뒤돌아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녀석은 그림자조차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

"그럼 그렇지...."



악어의 눈물처럼 그 녀석의 눈빛을 믿은 내가 미워졌습니다.

섭섭하고 가슴도 아픕니다.

그래도 언젠가는 그 녀석이 이런 내 맘을 알아주는 날이 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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