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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부 Nov 21. 2022

내가 신으로 태어난다면

하고 싶은 일 딱 한 가지


신승은 2집 앨범 <사랑의 경로>(2019)


신승은 2집 앨범 <사랑의 경로>에는 내 마음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공감 가는 노래가 많았다. 누군가를 사랑은 하는데, 어디 한쪽이 기울어진 그늘진 사랑이라든지, 나를 사랑은 하는데 사랑하는 만큼이나 스스로의 못난 모습과 약함을 잘 알아서 마냥 사랑할 수만은 없는 그런 감정의 노래들이 있었다. 수많은 명곡 중에서 이 노래를 들었을 때의 감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 노래를 들으면 바로 0.1초만에 누군가가 떠오른다. 사랑만 하고 바라지는 않을 사람. 좋아하기만 하고 사랑하기만 실컷 하고 바라지 않을 사람.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도 보고 싶다고 말하지 않을 사람. 그런 건 인간은 할 수 없는 일이니까, 언젠가 신으로 태어나면 그러겠노라고 가정하게 되는 사람이다. 결국 우리는 신으로 태어날 수는 없을 테니, 이건 그만큼 사랑한다는 말이겠지. 상대에게는 좋아한다고 말할 수가 없으니 좋아하는 말 대신 좋아한다고 표현할 방법을 골몰히 찾은 사람의 노래였다.


내가 신으로 태어난다면



"내가 신으로 태어난다면 하고 싶은 일 딱 한 가지. 그댈 사랑만 하고 바라지 않는 거야. 그대를 좋아하기만 하고, 사랑하기만 실컷 하고 바라지 않는 거야. 바라지 않는 거야. 보고 싶다 생각은 들어도 보고 싶다고 그대에게 말하지 않는 거야. 그대 귀찮지 않게. 내가 신으로 태어난다면 그대에게 나 아무것도 바라지 않을 거야. 바라지 않을 거야" - 신승은, '내가 신으로 태어난다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럼 나도 됐다!"하고 마음을 접어야 하는데, 그런 마음은 도무지 접히지가 않네. 밉다는 마음이 들어도, 이때의 미움은 상대에게 타격감이 하나도 없어서 결국 깨끗이 포기되지가 않는다. 내가 신으로 태어난다면, 신은 전지전능해서 뭐든지 다 할 수 있으니까 "상대도 나를 좋아하게 만들면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때의 신은 얼마나 큰 허망함을 느낄까. 이루고서도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 기분일 테니까. 그러니까 내가 신으로 태어난다면 '그대에게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 것'. 그게 가장 신다운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신으로 태어난다면 

나는 나를 한 명 더 만들어서 내 앞에 두고 싶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너 말고 나였으면 좋겠어.

누군가 내 일거수일투족을 다 알고 있다면

내 머릿속을 환히 들여다보고 있다면

부끄럽고 창피해서 살 수 없을 것 같은데

그런 사람이 내 앞에 한 명은 있었으면 좋겠어.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 말하거나 듣지 않아도

내가 한 고민들과 선택들과 결심들과 노력들과

그 후의 후회까지 다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신이 되어 행복할 텐데.

신으로 태어나는 게 행복한 일이 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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